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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1999.05.17 00:00
  • 호수 274

본당초교의 마지막 운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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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초교의 마지막 운동회



학생수 30명 올 9월 문닫아

가족들 모두 모여 석별의 정 나눠



<송악> 지난 12일 송악면 본당리에 있는 본당초등학교에서는 부지깽이도 일한다는 바쁜 모내기철에 때아닌 운동회가 열렸다.

학생들이 그린 가족들의 초상화가 만국기와 함께 푸른 하늘에 매달려 있었고 운동장 한 켠엔 엄마 아빠와 함께 만든 가족신문이 죽 펼쳐져 있었다. 본당의 가족이라면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작은 운동장안에 모두 모인 셈이었다. 이날은 본당초등학교가 마지막으로 운동회를 여는 날. 병설유치원생까지 포함해 38명에 불과한 이 학교는 오는 9월, 30년 역사를 끝으로 문을 닫게 된 것이다.

가을운동회를 열 수 없게 되자 바쁜 농번기 임에도 아이들에게 모교에서의 마지막 추억을 남겨주고 본당가족끼리 석별의 정을 나누고자 학교측과 학부모들이 부랴부랴 만든 행사였다.

그래서인지 달리기와 몇가지 경기를 빼고는 모두 학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하는 게임으로 채워졌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위한 경기도 있었다. 경기에 나가면 몇명 남지 않는 응원석이었지만 응원대장들은 청군·백군기를 흔들며 열심히 응원했고 학부모들은 관중석에 따로 앉지 않고 아이들과 내내 함께했다.

오후1시까지 불과 4시간 동안에 치러진 게임은 스무가지가 넘었다. 본당 가족 모두 한나절을 실컷 논 셈.

학부모들은 게임에 정신없었지만 간혹 새로 가게 될 학교에 아이들이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눈빛도 역력했다. 본당초등학교 어린이들은 다음 학기부터 신평 서정초등학교에 다니게 된다.

체육진흥회장을 맡고 있는 학부모 정한용씨는 “스쿨버스가 지원돼 교통문제는 해결됐으나 아이들이 쉽게 그 학교에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4학년 한지희 학생도 “큰 학교에 가게 돼 기다려지기도 하지만 그쪽 애들한테 따돌림 당하면 어쩌나 고민”이라고 말한다.

1회 졸업생 구자황씨는 모교가 사라지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떨치지 못하면서 “힘이 없어 그렇게(폐교) 됐다. 작은 학교였지만 교육면에서는 오히려 큰 학교보다 나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본당초등학교 학부모들이 폐교를 받아들인 것은 큰 학교에서 많은 아이들과 실력을 겨루면서 커야한다는 생각에서였다고 한다.

폐교설이 나돌면서 일부 학부모들은 주소를 옮겨 다른 학교로 전학을 시켰고 그 이전에도 학구와 관계없이 큰 학교로 보낸 학부모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누구도 소외되는 이 없이 온가족이 함께한 이날 운동회는 작은 학교였기에 가능했다는 것에 학부모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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