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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사라지는 마을 11] 합덕읍 회태리 - “우리마을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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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밭, 축산, 과수 겸하던 전형적인 농촌마을 “당진군은 산단개발 전면 백지화하라”

 

●편집자 주

 당진군에는 현재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 건설을 위한 송산 제1산업 단지를 중심으로 연관 산업 단지 입주계획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군내에는 송산제1산업 단지를 비롯해 대규모 산업단지가 추진중에 있다. 기존 고대부곡 공단을 합친다면 전국 최대 규모다. 이처럼 전국 최대 규모의 산업단지가 조성됨에 따라 조상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이들이 있다. 산업화, 도시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마을 전체가 지도속에서, 역사속에서 사라져야 하는 현실에 처해 있다. 또한 우리나라 10대 아름다운 포구로 불리웠던 성구미포구는 산업단지에 수용됨으로써 이제는 역사로만 남게 됐다. 이에 본지는 산업화로 사라져 가는 마을과 주민들의 이야기를 취재 보도할 계획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이뤄졌습니다

 

 

 지난 7월 당진군이 남부권 발전을 위해 합덕읍 소소리와 회태리, 순성면 중방2리와 본1리 일대를 합덕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하자 해당 지역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군은 합덕테크노폴리스 개발이 남부권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총사업비 4726억원을 투입해 주거지역과 상업지역, 공업지역, 녹지지역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하루아침에 조상대대로 물려 내려온 고향땅을 떠나게 될 처지에 놓인 지역 주민들은 지난 8월부터 주민대책위를 구성해 주민의견서를 제출하고 테크노폴리스 유치 반대 시위 등을 벌이며 개발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회태리 앞 소소리는 점점 사라져가고…”

 소소리와 본1리 사이에 위치한 회태리도 이번 합덕 테크노폴리스 개발지역에 포함되면서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다. 가을걷이가 끝나고 겨울의 문턱으로 접어든 회태리의 모습은 한적한 시골 풍경 그대로였다. 하지만 이런 회태리와 다르게 도로 맞은편의 소소리는 개발 공사가 한창으로 이전의 푸르름은 온데간데 없고 허허벌판으로 탈바꿈해가고 있었다. 소소리의 경우 합덕산업단지 개발로 마을이 한번 잘려지고 이번 합덕테크노폴리스 개발로 마을의 10가구를 제외한 지역이 개발지역으로 수용되면서 이젠 ‘소소리’라는 이름이 유명무실하게 되어 버렸다.

 소소리나 인근 지역처럼 조상대대로 전해져온 땅에서 살고 있는 회태리 주민들은 사라져가는 소소리를 보며 앞으로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고민과 걱정, 불안 그리고 군에 대한 불만과 비판 등을 쏟아냈다.

 회태리에서 살고 있으며 합덕테크노폴리스 유치 주민반대대책위 회태리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관우(56) 위원장은 “우리 마을은 사라지지 않는다”며 못 박았다.

 “회태리는 범죄없는 모범마을이에요. 또 인심 좋고 살기 좋은 곳이기도 하죠. 회태리에 살고 있는 70여 가구의 주민들은 대대로 농사와 축산을 주로 하며 살고 있는데 난데없이 군에서 개발한다고 고향을 떠나라니 억울할 뿐입니다.”

 이 위원장은 조상 대대로 전해져온 정든 고향땅을 떠날 수 없다며 주민들이 절대 반대하는 합덕테크노폴리스 개발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합덕테크노폴리스는 주민 내쫓는 개발”

 회태리(會台理)는 옛 면천군 함북면 회태리 지역으로 현재의 합덕읍 소소리 서북쪽에 있는 마을이다.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시 회태리는 소소리에 병합되어 합덕면에 편입되었다. 그러다가 다시 합덕이 읍으로 승격되면서 회태리와 소소리로 행정구역이 나뉘게 됐다. 과거 회대(會臺), 회대리, 회태 등으로 불리웠던 회태리는 북쪽으로 퇴미산, 서쪽으로 둔군봉(쓰래봉), 동쪽으로 명월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곳으로 고종 31년(1894) 갑오동란 때 관군이 이곳에 주둔해 봉화를 들어 각처에 연락을 취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현재 회태리에는 밭농사와 벼농사 그리고 축산과 과수를 겸하는 70여 가구가 살고 있다.

 군은 이번 합덕테크노폴리스 개발로 새로운 상권이 형성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농업과 축산으로 생계로 이어가고 있는 회태리나 인근 개발지역 주민들은 생계터전을 잃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개발 반대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순성면 광천리가 고향인 안광식(71) 회태리 노인회장은 올해로 회태리에 정착한 지 50년을 맞았다.

 “50년 전에 회태리에 이사왔어. 처음 왔을 때는 지금처럼 회태리에서 오래 살지 몰랐는데 벌써 50년이나 됐네 그려. 이제 회태리는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이 되어 버렸지.”

 회태리에서 배를 재배하고 있는 안 노인회장 역시 합덕테크노폴리스 개발로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회태리가 개발된다는 소식을 듣고 주민들과 당진으로 나가서 집회도 하고 그랬어. 이 좋은 고장을 느닷없이 군에서 개발지역으로 묶어놓는 바람에 갑자기 쫓겨날 처지가 됐구먼. 이 나이 먹고 어디 가서 뭘 할 수 있겠어. 주변 땅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데 보상받아도 지금처럼 살 수 있겠어? 그냥 우리는 여기서 살고 싶은 마음이여.”

 안 노인회장의 막내아들 안병찬(42)씨도 당연히 개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군에서는 합덕테크노폴리스 개발을 두고 남부권 발전이라는 좋은 구실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 뿌리내리고 살던 원주민들은 고향을 떠나 어디 가서 어떻게 살라는 건지 답답할 따름입니다. 이렇게 주민들을 배려하지 않는 개발인데 어느 누가 찬성하겠습니까.”

 

 

 인터뷰 | 합덕테크노폴리스 주민반대 대책위 회태리 이관우 위원장

“개발 백지화 할 때까지 투쟁”

 “합덕테크노폴리스가 들어서면 회태리나 인근 지역 주민들은 조상대대로 살아온 터전을 잃고 내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주민들이 군청으로 몰려가 항의도 하고 시위도 했는데 군은 주민들의 이런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여전히 개발 강행의 의지만을 내세우고 있어요.”

 이 위원장은 “주변 지역의 땅 값은 계속 오르고 있지만 군에서는 터무니없는 보상가를 제시하고 있다”며 “보상 조금 받아 나가면 높은 주변 시세로 지금처럼 살기는 커녕 집 구하기도 힘들다”며 한탄했다.

 이 위원장은 산업단지 유치에 대한 모든 사항을 전면 백지화할 것을 요구했다.

 “지역주민은 안중에 없는 개발에 절대 반대합니다. 군이 합덕테크노폴리스 개발을 전면 백지화할 때까지 투쟁 할 겁니다.”

 

 인터뷰 | 찬우포도농원 이찬우 대표

“고향 떠나면 지금처럼 살 수 없어”

 회태리에서 유일하게 포도원을 하고 있는 찬우포도원의 이찬우(55) 대표도 합덕테크노폴리스 개발에 반대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군이 개발 의지는 강한 반면 주민을 위한 이주 대책이나 보상금 부분에는 이렇다 할 확답을 주고 있지 않다며 하소연했다.

 “건강이 안 좋아져서 포도재배를 시작했어요. 가화포도로 유명한 본1리에 가서 자문을 구하고 이것저것 배워서 어렵게 포도재배를 해왔죠. 10년 넘게 하면서 이제 자리 잡으려고 하니까 다른 곳으로 가라니... 다른 곳으로 가면 다시 포도재배나 농사를 할 수 있나요?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주민들도 아마 지금처럼 살 수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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