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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08.12.29 00:00
  • 호수 742

신평면 한정리에 홀로 사는 황권례 할머니의 겨울나기 “자식도, 땅도 있지만 사는 게 적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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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흙집 불 지펴도 냉골, 하나 있는 손자 걱정뿐

“추운데 어찌왔어~”
황권례 할머니의 손이 벌겋다. 찬물에 맨손으로 바지를 빠셨나보다. 당진군사회복지협의회 생활관리사 정종숙 씨는 할머니 손에서 물이 흐르는 바지를 거두어 털털 거리는 낡은 탈수기에 넣고 돌렸다. 우리는 할머니의 바지에서 물이 모두 털어져나갈 때까지 기다렸다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할머니 방에는 연기 냄새가 가득했다. 장판과 벽지 곳곳에 검게 그을린 자극이 눈에 띄었다. 화재라도 나면 속수무책일 게 역력했다.
“구들장이 오래 돼서 그래, 불을 때도 소용없어. 냉골이야, 냉골. 아이고, 불 지피면 난리도 아니여.”
오래된 흙집에서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방을 데워야 하는 할머니의 방. 그나마 그도 오래되어 불을 지펴도 냉기가 가시시지 않는다고. 얼마 전 사위가 사다주었다는 전기장판 위에 앉아서야 할머니의 언 손이 녹았다.
신평면 한정리에서 홀로 사는 황권례(82) 할머니는 열여섯에 시집을 오셨다. “가마솥 하나 없어 쇠화로에 밥을 해 먹어야 할 만큼” 가난했던 시집살이는 지금 생각해도 참 어려웠다며 고개를 저으셨다.
20년 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머지않아 큰 아들도 할머니 곁을 떠났다. 그때부터 5살이던 손자를 할머니가 홀로 흙집에서 키웠다.
“젊어서는 3일만 어딜 가도 못 가게 하더니 20년이 지나도록 데리고 안가...”
할아버지 이야기다. 할머니는 그만 하늘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연거푸 꺼내셨다. 그러면서도 얼마 전 막내 딸네로 보낸 손자 걱정을 놓지 못하셨다. 손자 걱정에 저녁에 잠이 안 온다는 할머니는 손자가 보러 올 날만은 손꼽아 기다린다.    
“사는 게 적적하지, 그래도 어째 이렇게 고생할 팔자인 것을... 바라는 거? 뭘 바래. 그냥 들고 다니는 집, 그거 하나 어디서 났으면 좋겠어.”
컨테이너 박스를 이르는 말이다. 할아버지가 남기고 간 집 앞 땅에 컨테이너 박스를 놓고 따뜻하게 지내고 싶다는 것이 할머니의 유일한 소망이다. 지금 사는 집은 남의 집이다. 집 앞 논과 밭 때문에 할머니는 기초생활대상자에 속하지 않아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종숙 씨는 “기초생활대상자는 정부나 각종 단체에서 이중 혜택을 받는 경우도 많지만 할머니 같은 차상위 계층은 어려워도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씨는 대부분의 독거노인은 자녀들이 생존해 있지만 함께 살 형편이 안 되거나 함께 살길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전하며 “할머니, 할아버지는 혼자라는 외로움을 달래 줄 사람의 정을 그리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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