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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정유옹의 도서비평] 권력은 왜 역사를 장악하려 하는가?
도서비평┃역사전쟁
2019년 02월 15일 () 06:00:35 정유옹 mjmedi@mjmedi.com

얼마 전 국회의원회관에서 광주민주화운동 공청회가 열렸다. 극우 논객인 지만원과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이 토론하는 자리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되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자리에서 5·18 관련 단체는 바로 항의를 하였지만, 자유한국당의 원내대표마저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다.”라고 해명하여 문제가 되었다.

   
심용환 著
생각정원 刊

우리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 견강부회하여 역사를 왜곡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한국의 고대사, 삼국 시대의 영토, 일제강점기에 대한 평가, 대한민국의 건국 시기, 박정희 대통령의 공과 등 한국 역사의 많은 부분에서 학자마다 또는 정치인마다 의견을 달리한다. 이는 국가 안에서만 벌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중국과의 동북공정 문제, 일본과의 고대사 문제 그리고 독도, 위안부 문제 등에 있어서도 각국의 이익에 따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또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인들은 역사를 수정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에서는 1948년 남한의 정부 수립일을 건국일로 보았고, 일제강점기의 임시정부와 단절시키려고 하였다. 박근혜 정권에서는 더 나아가 역사 국정교과서를 편찬함으로써 역사교과서를 통일하려고 하였다. 문재인 정권에서는 역사교과서 문제를 다시 원점으로 돌렸다. 그리고 3·1운동을 역사적으로 부각하고 100주년 행사와 함께 임시정부 수립을 대한민국의 시작으로 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왜 이렇게 역사를 두고 다투는 것일까?

E. H. 카는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부단한 상호작용의 과정”이라고 하였다. 우선 유물과 유적을 바탕으로 정확하게 사실을 규명하여야 한다. 그리고 역사가의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한다. 그렇지만 정치적인 목적과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여 자신의 정통성을 확립하기도 한다. 심용환이 지은 『역사전쟁』에서는 권력이 역사를 장악하려는 것으로 보고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였다.

주로 지난 박근혜 정권에서 이루어진 역사 국정교과서를 저지하기 위한 내용이다. 정권이 바뀌고 국정교과서 문제는 폐지되었지만, 역사는 반복되기 때문에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저자는 대한민국에서 좌우의 역사적 갈등은 해방 후 미 군정에서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본다. 지금도 친일파의 후손들은 일제강점기를 긍정적으로 보며 친미파로 전환하여 역사를 왜곡하는 데에 앞장서고 있다고 한다. 또한 역사적인 사실에 있어 좌우 학계에서 건강한 토론이나 학술적 논쟁보다는 반복적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데에 그치고 있으므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역사가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학계의 학문적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계의 자유로운 토론이 시민사회로 퍼지고, 시민들의 공감 속에서 역사적으로 평가가 이루어져야 정권에 따라 역사가 바뀌는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저자는 강변하고 있다.

한의학 역사에 있어서도 역사적으로 규명되어야 하는 점들이 있다. 한의학 기원설, 삼국시대의 한의학, 황제의 동이족 설, 『황제내경·영추』의 『고려침경』 설 등 대부분 중국의 중의학과 비교하여 한국 한의학의 원류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필자도 대학원 박사과정 중 사암침법이 한국에서 일본으로 전수된 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일본의 고서점과 도서관에서 자료를 모았다. 일본에서 발견한 서적 중에서 裕谷素靈의 임상례에서 1940년대부터 사암침법이 그가 창안했다고 하는 ‘經絡治療’의 본치법으로 사용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유곡소영의 제자에게 침술을 배우고 일본의 침구 역사를 연구한 Peter Eckman은 자신의 저서 『In the Footsteps of the Yellow Emperor』에서 유곡소영이 오행보사법으로 쓴 것은 한국에서 1600년대 만들어진 사암침법에서 배운 기술이라고 하였다.(『사암침법의 발전과 해외전파과정 연구』, 경희대학교, 2013년, 94~95쪽 참조)

일본의 오행침법은 한국의 사암침법을 가져가서 쓴 것임을 밝혀낸 순간이었다. 이 밖에 사암침법 연구가였던 이재원이 일본의 ‘경락치료’ 학파와 비슷한 방식으로 사암침법을 시술하는 것을 확인하였고, 일본에 사암침법을 전한 것은 이재원이나 이재원의 스승으로 추정하였다.

지금까지 확인한 일본의 침구학 관련 역사서에서 이러한 내용은 등장하지 않는다. 혹시라도 사암침법이 앞으로 UNESCO 세계문화유산의 등재 후보가 되었을 때 일본에서 만들어져서 한국에 전한 것이라고 발목을 잡아도 역사적인 자료와 근거가 없다면 대립만 할 뿐이다.

현재 중국에서도 소수민족인 조선족의 의학을 朝醫學으로 중의학 일부분으로 편입하고 있다. 조의학에는 한국의 사암침법이나 사상의학도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역사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의 한의학계에서는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정유옹 / 한국전통의학史 연구소, 사암한방의료봉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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