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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강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이집트의 역사를 만들어” - 최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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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집트 왕조의 무덕벽화(위)와 고대문명의 장엄함을 선사했던 룩소르.

룩소르(고대왕국 수도 테베의 일부)에서의 캬르낙 신전과 왕가의 계곡에 묻혀있는 고대 이집트 왕조의 무덤을 보면서 강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역사를 만들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로 치솟은 오벨리스크의 장엄한 모습에서 고대 왕조의 번영과 부의 크기를 가늠 할 수 있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태양이 뜨는 나일강 동쪽에 신전을 지었고 태양이 지는 서쪽에 주로 묘지나 제전을 지었다. 룩소르의 나일강 서쪽에는 왕가의 계곡이라는 지하 묘지가 있는데 현재까지 64기의 왕들의 무덤이 발굴되었다. 투탕카멘, 투트무스 3세, 세티, 람세스 3세 등의 파라오 공동묘지를 통해 3000여년전 화려했던 왕실의 모습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카이로에 비해 나일강을 따라 잘 정비된 룩소르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우리의 마지막 여정인 아스완으로 향했다.

이집트의 남부 거점도시 아스완은 인구 100여만으로 사막과 나일강의 상류 교차점에 있다. 나일강의 홍수 조절과 관개용수 확보를 위해 1898년에 착공하여 1912년 영국인에 의해 완공된 아스완댐과 다시 50여년이 지난 뒤 1960년에 착공해 1971년에 완공된 111m 높이, 3.6㎞ 길이의 아스완 하이댐이 있다. 아스완은 아름다운 도시였다.

강을 중심으로 동쪽엔 도시가, 서쪽엔 광할한 사막이 펼쳐져 있었다. 우리는 도시 위에 떠 오른 태양이 서쪽 사막으로 넘어가는 장관을 보았다.

나일강에서 무동력 돛단배 펠루카로 여가를 보내는 이집트인과 관광객을 보며 열심히 일한 뒤 달콤한 휴식의 참 맛을 알 수 있도록 관광 상품화로 지혜를 모으는 이집트 사람들에게서 오래된 왕조의 풍부한 경륜이 보였다.

훌륭한 자연 문화 유산에 인류사의 시작을 일구었던 조상의 문화 유산 덕을 보고도 경제적인 여건은 성숙되지 못한 이집트를 보며, 오천년 역사의 우리나라가 최근 산업화, 민주화를 통해 만들어낸 기적적인 성공은 어디서 왔을까? 잘 살아보자는 의욕과 교육열이 훌륭한 지도자를 만나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며 함께 일구어 낸 결과가 아닐까 생각하며, 우리 당진도 천혜의 자연환경을 잘 보존하고 친환경 녹색도시를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 주는 것이야 말로 가장 소중한 대물림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일주일간의 이집트 답사를 통해 또 한 번의 성숙과 자기 개발의 좋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하며 부족한 기행을 크리스티앙 자크의 ‘어느 날 저녁 나일강에서’라는 글로 대신할까 한다.

 

‘어느날 저녁 나일강에서’

어느 겨울 막바지, 해가 저물고 있을 때였다. 룩소르 신전의 원기둥들이 부드러운 금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문득, 나는 뭔가 있는 듯한 느낌에 나일강 쪽으로 몸을 돌렸다. 수평선 저 아래로 저녁해가 수천의 색깔로 쪼개지고 있었고, 하늘과 강이 서로 뒤엉키고 있었다. 시간은 흐름을 멈춘 채 아툼의 선경(仙境)이 펼쳐지도록 내버려두고 있었다. 태양은 곧 어둠 속으로 사라져, 악마들이 그의 생명을 노리고 있는 어느 위험한 세계 속으로 잠겨들 참이었다. 다음날 아침 다시 태어나려면 싸워야 할 것이다.

그 거대한 투쟁을 앞두고 빛은 고요히 잦아들고 있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경배뿐, 인간의 능력으로부터 너무나 멀리 떨어진 어떤 시원(始原)에 대한 인식을 창조주 아툼은 나의 눈길에 제공하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이집트인들이 말하는 ‘호테프(hotep)’, 즉 ‘일몰’이자 ‘봉헌’이요 ‘충만’인 그런 의식상태였다. 밤을 목전에 둔 이 마지막 광채 속에서 파라오 문명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어째서 이집트가 신들의 사랑을 받은 땅이었으며, 어째서 이집트 여행이 영원을 향한 여행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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