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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861> - 『萬病治療法』
일제강점기 농어촌 민간의료 실태
2019년 03월 23일 () 06:00:55 안상우 mjmedi@mjmedi.com

작자가 분명하게 밝혀져 있지 않은 간이책자로 편자가 東洋大學堂이란 명목으로 나온 출판사 편집본 통속의서이다. 일제강점기인 1936년에 발행되어 세계서림을 통해 보급된 것인데, 발행처인 京城의 동양대학당이 교육기관인지 사설업체인지도 명료하지 않다. 판권부에 저작 겸 발행인으로 宋敬煥이란 인물이 올라있고 인쇄인으로는 송형식이란 이름이 나타나지만 의료인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만병치료법』

일제시기 한의학 교육기관으로는 대학이나 정규 교육기관이 설립되지 못하였으며, 다만 한성의약강습소나 동서의학강습소 등이 명맥을 유지하였을 뿐이다. 1945년 광복과 더불어 한의학을 부흥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경기도 한의사들이 주축이 되어 동양의학전문학교설립기성회를 구성하고 성금을 모아 경기도의생회관을 설립 기부한다.

이것이 바탕이 되어 1948년에 이르러 동양대학관이란 이름의 교육기관이 설립되기에 이르며, 초대학관장으로 박호풍이 선임되었다. 1951년에는 서울한의과대학으로 승격되고 1953년에는 동양의과대학이란 명칭으로 교명을 개칭하게 된다. 따라서 1930년대 동양대학당이란 명칭은 공교육기관은 아닌 것으로 보이며, 통속서를 제작 보급하여 가정의 대중의약지식을 보급하기 위한 민간기구가 아닌가 싶다.

이 책자가 발행된 즈음인 1936년 4월엔 동아일보의 후원으로 통속한의학강연회가 열려 김영훈, 신길구, 조헌영 같은 일제하 한의계인사들이 앞장서 민중의료로서의 한방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이보다 앞서 1935년에는 成周鳳이 대전충남 지역을 중심으로 충남의약조합을 결성하고 기관지로『충남의약』을 창간하였다. 이 잡지는 1937년 제호를『한방의약』으로 바꿔 1942년(제50호)까지 발행, 당시 대중적이고 통속적인 의약지식 보급이 한창 유행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에는 서발이 없고 표지 다음에 곧바로 본문이 시작되며, 첫머리에는 ‘(만병통치)민간자유치료법’이란 다소 다른 제호가 붙어 있어 전문 검정과정을 거치지 않은 다소 허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별도의 목차는 보이지 않으며, 크게 내과, 외과, 부인과, 소아과, 비과, 이과, 치과, 구강과, 수족과, 풍과, 피부과, 인후과, 수충상과, 종창과로 나눠져 있다. 각 병증별로 적게는 2~3조항으로부터 많게는 20~30조항에 이르며, 간단하고 사용하기 간편한 치료법들이 기재되어 있다.

치료법들은 대개 단방이나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몇 가지 약재들을 그대로 혹은 간단한 처리를 통해 가공하여 곧장 써볼 수 있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특색이다. 본문은 모두 순한글로 기재되어 있는데, 한글표기는 비교적 오늘날과 가깝게 바뀌어져 있으나 띄어쓰기 없이 세로쓰기에 한자투가 여전해 가독성이 높진 않다. 예컨대 (積年伏暑) 즉 더위 먹어 여러 해 묵은 증상에는 “여러해된셔증에는청고셔둔중과향유익모초각각두둔중을다려서먹되한열쳡만쓰면신효”라고 적혀 있어 청호와 향유, 익모초 같은 토산 약초를 달여 먹으라고 권한다.

사람의 질병 이외에도 권미에는 가축질환을 다룬 ‘육축’병 치료법이 수록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牛病, 馬病, 羊病, 猪病, 狗病, 鷄病 등의 항목이 들어 있다. 또 '家內의 要訣'이라 해서 시어버린 청주를 되살리는 방법, 의복에 묻은 먹물을 세탁하는 법, 방수하는 풀을 쑤는 방법, 잉크를 만드는 방법 등 생활에 요긴한 제조처리법이 들어있다.

이밖에도 부록으로 “(生活改良)今始初聞(금시초문)‘이 실려 있는데, 청년취직법이란 소제 아래, 구두약제조법, 파리 잡는 약, 향수비누제조법, 백장미향수, 위생치마분, 식빵 만드는 법 등이 들어 있고 나아가 농토개량법, 농사개량법, 양봉개량법 등 갖가지 향촌생활에 필요한 지식들을 한데 모아두었기에 대체로 이 가정의약서가 누구를 대상으로 독자를 삼았는지를 가늠케 해준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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