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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03.23 00:00
  • 수정 2016.02.01 20:57
  • 호수 753

노부부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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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없으면 나도 없는거야”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저러다 쓰러질까 걱정이다. 따뜻한 봄날인데도 제법 바람이 세찼던 지난 17일 오후, 집 앞 작은 텃밭에 노부부가 함께 나왔다. 겨우내 싹이 난 감자를 버리기 아까운 데다가 조금씩이라도 움직여 먹을거리를 만들어 볼 요령으로 할아버지가 먼저 괭이를 들고 나섰다. 이내 할머니도 뒤를 따랐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수술한 목에서 피를 토해내던 할아버지가 걱정돼서다.

“내가 할아버지를 돌봐드려야 하는데, 되레 할아버지가 날 돌봐주고 있어.”

그런 할아버지가 없다면 당신도 살 수 없다며 수줍게 웃는 할머니의 눈가가 어느새 붉어졌다. 윤상옥(83) 할머니가 꽃다운 18살에 이석훈(87) 할아버지에게 시집왔으니 올해로 꼬박 65년을 함께했다. 노부부는 슬하에 2남5녀를 두었다. 모두 저마다 새로운 가정을 꾸려 타지에 둥지를 틀었고 정신질환을 앓는 넷째 딸만 함께 살고 있다.

기관지를 수술하신 할아버지는 바람도 많이 부는 데 힘들지 않으시냐는 질문에 “그래도 내가 꿈적거려야 한다”며 밭고랑을 일구셨다.

노부부는 “여름에 놀러오면 오늘 심은 감자를 삶아주겠다”며 낯선 객을 손까지 흔들며 마중하셨다. 노부부의 텃밭에는 어느덧 마늘이 푸른 싹을 틔워 봄을 맞고 있었다.       / 우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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