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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참 지도자의 모습, 김수환 추기경 - 정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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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동물병원장, 충남대 외래교수 정한영

 

작년에 이어 올해도 대한민국은 시끄럽고 어수선한 분위기에 온갖 좋지 않은 모습만 연일 방송과 신문을 가득 메웠다. 더구나 미국발 금융위기에 동유럽의 몇몇 나라는 국가부도 사태이고, 우리나라도 심각한 경제위기가 지속되며 불황의 끝이 보이질 않는다. 아침 6시 첫 방송의 멘트가 미국의 다우증시, 나스닥과 텍사스산 원유가, 환율변화등으로 시작하는게 요즘 대한민국 아침이다. 80년대 전두환 대통령 시절 , 땡 전 뉴스라고 저녁 9시 뉴스 첫 멘트가, 전두환 대통령은 오늘...... 이었다. 그때는 강압에 인위적으로 진행된 멘트였지만, 작년 금융위기 이후 매일 새벽 첫 방송의 멘트가 미국 증시, 유가, 환율등의 등락 보도로 시작되는 것이 오늘날 우리 현실이다.  미국증시 변화가 일본과 중국, 홍콩, EU, 그리고 우리나라에 실시간으로 영향을 미친다.

세계는 지금 말로만 글로벌이 아니라 국가간 국경도, 경제블록도 뛰어넘어 그야말로 지구촌으로 변했다. 실시간으로 모든 지구촌의 뉴스가 전해진다.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와 집권후 실행되는 모든 정치행동과 워싱톤의 동향이 이명박 대통령 보다도 더 자세하게 뉴스로 전해진다. 우리나라 조폭 국회의 모습이 전 세계에 보도되어 조롱거리가 되고, 용산사태에, 연쇄살인범에, 연예인의 연이은 자살 등등 수많은 사건사고가 우리가 감출 틈도 없이 전세계로 날아간다.

그래도 대한민국의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된 계기가 지난 2월에 있었다. 지난주 내포문화연구원 역사탐방지역이 마침 용인이어서 김수환추기경 묘소에도 들렸었는데 아직도 많은 추모객들이 방문하고 있었다. 87세로 2월16일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하신 후 마지막 말씀인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로 시작하여 빈 손임이 드러난 유품과 텅빈 통장, 그리고 장기기증 실천으로 온 국민에게 채찍을 내리셨다. 천주교 신자가 아니어도 남녀노소, 빈부의 구별없이 전국에서 모인 50여만명의 조문행렬이 3Km 이상 늘어섰다. 3시간이 넘는 지루함에도 누구하나 짜증 내지 않았고 어디서나 있는 새치기도 없었다 한다. 선종이후 교황장으로 용인에 모실 때까지 모든 과정이 전 세계에 보도됐다.

김 추기경은 온 몸으로 보여준 삶을 “너희와 모든이를 위하여.....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이 없어라” 라는 묘비명을 남기고 떠나셨다.

말년인 2002년 12월 송년 인터뷰에서 “저는 하느님 앞에 부끄러운 사람입니다. 말로만 사랑을 말하고 참사랑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라고 끝까지 겸손하셨다 한다.

김추기경이 하느님 앞에 부끄로운 사람이면 대한민국엔 하느님 앞에 떳떳한 사람이 없다는 말일 것이다.

그래서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한 2007년 10월 모교인 동성중고교 개교 100주년전에 자화상으로 “바보야”를 출품하시고 자신을 바보로 인정하셨는지도 모른다.

가장 어려운 때 선종하시면서 희망을 잃고 신음하는 가난한 국민에게 잠시나마 참 삶의 뜻을 생각하는 계기를 주셨고, 국민에게 괴로움과 고통을 주었던 정치인과 정권에 경종을 울려준 세계적인 지도자가 한국에도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셨다.

스스로 지도자라고 자처하면서 늘 자기생각만이 옳다고 우겨대고, 자파 이익만을 챙기면서 늘 국민을 위한다는 말꾼들의 모습에 멀미난 국민에게 참 지도자가 어떤분인가를 명백하게 보여주셨다. 평생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을 찾아 함께 해주셨으면서도 정작 본인은 “내 삶을 돌아 볼 때 마다 가장 후회스러운 것은 더 가난하게 살지 못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못한 부분이다” 라고 반성하셨다니.......

또한 10가지 인생덕목을 항상 실천하셨는데 우리도 마음에 새겨야 할 명언이다.

그중에 첫 번째가 말이란 항목으로 “말을 많이 하면 필요없는 말이 나온다. 양 귀로 많이 들으며, 입은 세 번 생각하고 열라” 세 번째가 노점상 항목으로 “노점상에서 물건을 살 때 깎지 말라” 여섯 번째가 성냄 항목으로 “화내는 사람이 언제나 손해를 본다.” 여덟 번째가 이웃 항목으로 “이웃과 절대로 등지지 말라”.

386세대인 필자는 87년 6,10 민주화 항쟁때 명동성당으로 대피한 시위대를 보호하기위해 경찰의 진입을 막고, 부조리한 권력에 의연한 꾸짖음으로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앞당긴 김 추기경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당신의 존재에 저희 모두 고맙습니다. 영원한 안식을 누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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