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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12살 소년이 부모를 고소한 이유
영화읽기┃가버나움
2019년 04월 19일 () 06:00:24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때 이른 봄과 때 늦은 겨울이 혼재하는 버라이어티한 날씨 속에서도 화려한 봄꽃들이 우리의 눈을 호강시켜주며 많은 사람들의 마음도 따뜻하게 해주고 있다. 그래서 봄이라는 단어는 계절뿐만 아니라 우리 인생의 새 장을 연다는 의미로도 사용되어지며 비록 지금은 힘들더라도 언젠가는 봄이 올 것이라 믿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영화 <가버나움>은 이 계절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영화이지만 출연자들이 이 영화 한 편으로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며 당당히 인생의 봄을 열게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인 작품이다.

   

감독 : 나딘 라바키

출연 : 자인 알 라피아, 요르다노스 시프로우, 보루와티프 트레저 반콜

레바논 빈민가에서 사는 12살 소년 자인(자인 알 라피아)은 생계를 위해 거리에서 물건을 판다. 어느 날, 동생 사하르가 초경을 시작하자 부모는 평소 그녀를 눈독 들이던 슈퍼 주인에게 매매혼을 시켜버린다. 이에 격분한 자인은 가출을 하게 되고 무작정 도착한 곳에서 불법체류자 미혼모인 라힐(요르다노스 시프로우)을 만나게 된다. 자인은 그녀의 아들 요나스(보루와티프 트레저 반콜)를 봐주며 함께 지내게 된다. 그러나 시장에 갔다 오겠다는 라힐이 돌아오지 않자 자인은 요나스를 봐주다가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영화 제목인 <가버나움>은 예수님의 많은 기적이 이루어졌지만 7세기 초 페르시아 제국의 침략을 받아 흔적도 없이 사라진 이스라엘 갈릴리 호수 북쪽 끝에 있던 지명이다. 그러나 영화는 이스라엘이 아니라 레바논의 빈민가를 배경으로 출생기록조차 없어 대략 12살일 것이라 생각되는 소년인 자인의 재판을 시작으로 그가 부모에게 보호받지 못하고 역경에 맞서 살아남기 위한 투쟁을 하며 부모를 고소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을 담고 있다. 특히 영화의 주요 출연진이 모두 비전문 배우로서 실제 영화 속 캐릭터와 같은 상황을 겪었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 그 어떤 영화보다 깊은 몰입도와 연기인지 현실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의 리얼한 연기력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뜨겁게 울리고 있다. 부모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한 채 학교도 가지 못하고, 생계를 위해 불법도 서슴치 않게 자행하며 거리에 방치 된 어린이들의 안타까운 모습과 그 아이들을 이용하는 어른들의 상반된 모습이 어린이의 시선으로 비춰지며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또한 자식을 낳는다는 것이 가지는 부모의 책임감이 무엇이며, 어린이들이 누려야 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가버나움>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자인의 웃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곱씹어보게 한다. 실제로 자인과 라힐 역을 맡은 배우들은 칸영화제 참석 일주일 전까지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은 사람들이었지만 이 영화를 통해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으로 인정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 더 엔딩크레딧에 나오는 출연 배우들의 근황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작년에 개최되었던 제71회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고,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을 한 <가버나움>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꼭 감상하면 좋은 영화이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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