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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869> - 『羲和授時』
시간을 내려주는 태양신의 曆法
2019년 05월 18일 () 06:00:24 안상우 mjmedi@mjmedi.com

고대 달력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冊曆의 이면에 여러 종류의 家用 처방을 적어놓은 사본류 의서이다. 작성자는 확실하게 밝혀져 있지 않으나 경기도 죽산군 權生員이라 적은 필기가 보인다. 이해 반해 작성 시기는 분명하게 알 수 있는데, 역서를 공책으로 사용했기에 해당 역년이 책의 첫머리에 큼지막하게 인쇄되어 한눈에 띄기 때문이다.

   
◇『희화수시』

표지서명은 ‘羲和授時’로 되어 있는데, 여기서 희화란 고대 신화 속에 등장하는 태양신을 말한다. 『山海經』에 따르면 동남해 한쪽에 羲和國이 있어, 희화라는 이름의 여인이 갓 태어난 태양을 씻기고 있다. 희화는 동이족인 帝俊의 아내로, 10개의 태양을 낳았다고 한다. 즉, 고대인의 관념에서 하늘에는 10개의 태양이 있어서 갑을병정 十干에 따라서 매일 1개씩 태양이 솟고, 10일로 일순한다고 여겼다.

또한 『尙書』(서경)에서는 한층 더 역사인물로 윤색되어서, 요임금 때 羲氏와 和氏, 양가에서 4명의 자식을 두어 羲仲과 羲叔, 和仲과 和叔이라 불렀는데, 각각 동남과 서북의 대지 끝에서 태양의 운행과 춘하추동 4계절을 조정하고 날씨를 관측하여 역법을 만들어서 백성들이 농사짓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전한다. 이로부터 전하여 천문과 역법을 관장하는 전문 관리직을 지칭하여 희화라고 불렀다고 한다.

농경 생활에서 절기를 알려주던 '觀象授時'는 하늘을 읽어 때를 알려주는 일로 왕정시대 제왕의 당연한 직무이자 권능으로 여겨졌기에, 시간이란 본디 임금이 백성에게 알려주는 것으로 인식하였다. 그래서 조선조에 들어서서도 정전인 경복궁의 경회루 남쪽에 물시계인 자격루를 설치하여 표준시를 정하고자 한 것이며, 또 종루에 해시계인 앙부일귀를 만들어 두고 지나가는 행인에게 시간을 알려주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부터 조선 중기까지 원나라 때 만든 授時曆을 사용했으며, 明이 들어서도 이름만 바뀐 大統曆으로 시행되어 전후 약 400년 가까이 사용되다가 1653년(효종4) 時憲曆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책의 첫머리에 ‘大朝鮮開國五百四年, 歲次乙未時憲書’라고 되어 있으니 1895년(고종32, 을미)에 간행된 책력임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조선이 독자적인 책력을 발간하게 된 것은 1894년(고종 31)부터 1896년까지 3차에 걸쳐 추진된 갑오개혁(甲午更張이라고 불리는 개혁운동)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또한 책력이 발간된 해에 일어난 을미사변을 계기로 1895년 ~1896년에 추진된 제3차 개혁을 따로 분리하여 ‘을미개혁’이라고도 불리는데,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갑오년에 봉기하여 반봉건·외세배척을 주장하였던 동학농민운동이 수포가 된 가운데, 조선정부는 청나라에 원병을 요청하였고 일본이 개입함으로써 청일전쟁이 발발하였다. 이후 일본은 조선에 대한 내정개혁을 요구하였고 金弘集을 중심으로 하는 온건개화파의 친일정부를 수립하여 국정개혁을 시도하였다. 이때 개혁주체로 설치된 軍國機務處에서는 정치제도 개혁을 단행, 開國紀元을 사용하여 청나라와 대등한 관계를 나타냈고, 중앙관제를 의정부와 궁내부로 구별하고 종래의 六曹체제를 8衙門으로 개편하여 실질적 집권기구로 만들어 권력을 집중시키고 국왕의 권한을 축소하여 강력한 중앙집권제를 수립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과거제를 폐지하고 일본식 관료제를 도입하였다.

친일내각에서 시행한 갑오개혁은 우여곡절 끝에 실패로 돌아가고 봉건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조선 사회 내부의 개혁적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 채, 근대국가 수립이라는 여망은 미완으로 귀결되고 말았다. 이렇듯 역사적 아픔이 스며있는 이 사본의서에는 이면 곳곳에 鎭癖丹, 淸上防風湯, 星香正氣散, 荊防敗毒散 같은 전래의 명방이 기재되어 있다. 외세에 흔들리는 昏政에 名方奇藥이 때맞춰 투입되었다면 망국의 참변을 겪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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