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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 입력 2009.04.13 00:00
  • 호수 756

다문화 당진 아주머니들의 한글 배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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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 어렵지만 빨리 배워서 우리 아이 알려줘야 해요”

건강가정지원센터 결혼이주여성 대상 한글교실 ‘당진어학당’


시외버스터미널 내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승강장 이외에도 북적거리는 곳이 한 곳 더 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한국인이 아닌 각국에서 모여든 ‘당진 아주머니’들이다. 당진 아주머니라 불리는 이들은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지원하는 결혼이주여성 대상 한글교실인 당진어학당 강의를 듣기 위해 모였다. 어학당에는 현재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일본 등 총 80명의 학생들이 6월 달까지 일주일에 2회씩 강의를 듣고 있다.

3월 9일 개강한 당진어학당은 곁의자를 두어 앉을 만큼 인기가 높다.

수업 시작 이후에도 하나둘씩 들어와 수업을 경청한다. 주로 수업은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대화를 위주로 한글을 배운다. 오늘의 수업은 시장에서 쓸 수 있는 대화들이었다.

“아주머니, 두부 있어요?”

“네, 있어요. 2000원이에요.”

이외에도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물품들에 대한 단어를 외우기도 한다. 야채 이름은 물론 과일 이름들도 한국어로 척척 맞춘다. 1시부터 3시까지 수업이 진행되는 초급반이지만 받아쓰기도 곧잘 해낸다.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처럼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선생님의 이야기를 놓칠세라 수업을 열심히 듣지만 여기저기서 떠드는 소리가 많이 들린다. 수업 중 잡담은 말 그대로 잡담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한국어가 미숙한 학생들이 서로에게 묻고 알려주는 소리다.

초급반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최보영 선생님은 “기초부터 해야 되는 분들도 있고 초급과정을 다시 듣는 학생들도 있어요. 그래서 조금이나마 알아들을 수 있는 분이 잘 모르는 분을 알려줄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해요. 자국어로 설명을 받을 수 있도록 수업 중간마다 배려를 하면서 하고 있어요. 그리고 몸짓을 통해서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많이 노력을 해요.”

받아쓰기 시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던 조민(중국)씨는 초급반을 이수하고도 다시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친구에게 도움을 받아가며 때론  알려주기도 하면서 수업시간 내내 숨죽이며 수업을 듣고 있었다.

“한국어 너무 어려워요. 그래서 초급반 다시 해요. 빨리 해서 나 컴퓨터 설계 아르바이트 할 거에요. 중국살 때 했어서 여기서도 그거하고 돈 벌고 싶어요.”

교실 한켠에는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아이를 대신 돌봐주는 ‘육아돌봄 교육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4개월 된 아이를 데리고 온 쏘클레이(캄보디아)씨는 “당진은 공부를 할 수 있어 좋은 도시”라고 말했다. 당진으로 시집오기 전 다른 곳에 잠시 머물렀다는 그녀는 통역사를 목표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집에 가서 숙제하고 공부도 해요. 신랑 친구 분 통해서 알게 돼 왔는데 너무 재미있어요. 근데 한글 많이 어려워요. 공부 열심히 해서 통역사 할 거에요. 그래서 행사할 때 캄보디아 사람들 한국어 통역해 줄 거에요.”

수업을 진행하는 내내 밖에 서성이는 사람들도 많았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가 수업은 잘 듣는지 교실을 몰래 살피는 부모처럼 시어머니와 남편이 수업에 따라와 수업을 구경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며느리를 데리고 수업에 온 김동희씨는 같이 다니던 며느리의 친구가 볼일이 있어 결석을 하자 며느리를 데리고 당진어학당을 찾았다.

“며느리가 당진에 온지 3주밖에 되지 않아서 한글을 빨리 알려주려고 여기 데리고 왔지. 이번에 두 번째로 수업에 왔어. 오면 친구들도 만나서 좋아하는 것 같고…. 한글 공부 열심히 하는지 한번 보려고 겸사겸사 와 봤는데 열심히 잘 하네.”

2시간의 수업이 끝나자 선생님은 반장을 부른다. 반장이 벌떡 일어나자 차렷, 경례와 함께 수업이 끝났다. 하지만 곧바로 집으로 나서는 사람보다는 자리에 남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이 더 많다.

왕팅(중국 시곡리)씨는 아는 언니를 찾아 이야기 하기에 바쁘다.

“언니가 애기 많이 알려줘서 좋아요. 언니가 말 알려주면 쉬우니까 언니랑 이렇게 계속 배울 거에요. 빨리 배워서 아기도 알려줘야 해요. 아기 한국말 잘 해야돼요.”

곁의자에 앉아있던 친구를 보자 등을 두들기며 아는 척을 하던 임은정씨(베트남)는 친구가 사온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받아쓰기 할 때가 가장 많이 어려워요. 선생님이 다시 많이 이야기 해줬으면 좋겠어요. 한글 빨리 배워서 한국 음식 많이 먹으러 다닐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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