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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고압 송전철탑 502개도 부족한가? - 황성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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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렬 당진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당진-신온양 송전선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한전 송변전건설처가 지난 3월26일 주민대책위원회 대표와 실무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주민들이 제시한 요구안을 수용해 대안노선의 타당성 검증을 위한 기구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한다. 늦었지만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한전이 추진하고 있는 신당진-신온양 송전선로는 모두 42km로 정미면 신시리의 신당진변전소에서 시작해 정미면(신시·덕마·모평), 당진읍(용연·대덕), 면천면(죽동), 순성면(갈산·성북·옥호·아찬), 송악면(가교), 신평면(상오·남산·신흥·신당), 우강면(부장·신촌)을 거쳐 아산 영인면까지 이어진다. 이 노선에는 모두 119기의 철탑이 계획되고 있으며 그 중에 71기가 당진의 내륙을 관통해 설치된다. 현재 당진의 산하와 농지에는 502개의 철탑이 흉물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전국에서 서산 다음으로 두 번째 많은 규모다. 만약 신당진-신온양 송전선로가 기존 노선대로 건설된다면 71개의 철탑이 더 추가돼 모두 573개로 늘어난다. 더구나 신당진-신온양 송전선로는 당진화력이 아닌 보령과 태안의 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아산으로 송전하는 시설이다. 즉 당진은 아무런 상관도 없이 피해만 보는 격이다.

송전철탑은 자연생태계와 ‘조망권’을 절단내는 ‘괴물'이다. 녹색연합이 얼마 전 울진 원전-서울간 송전선로 중 일부 구간(151km)을 조사한 결과 308기의 송전탑이 있었는데 송전탑 1기 당 625㎡의 녹지를 잡아먹었다. 진입로까지 합쳐 모두 1465ha의 산림이 잘려 나갔다.

송전선로와 철탑 아래에 사는 주민들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1999년 충북 영동군 상촌면 상도대리에서 13년간 숨진 18명이 모두 ‘암’으로 죽었는데 이 마을 위로 고압선이 통과하고 있었다. 지난 91년 구리지역에서도 기설치된 고압선을 따라가면서 조사한 결과 30여명의 아이들에게서 백반증이 발견됐다. 99년 11월 한림대 김윤원 교수의 생쥐실험결과 전자파가 태아에 2~4배의 조기사망이나 기형, 적혈구 감소 등의 이상을 초래한다는 보고가 있었다.

국제암연구기구는 2001년 6월 “극저주파 자기장은 잠재적 발암물질로 4mG 이상의 고압선 자기장 노출과 소아 백혈병 위험 증가는 통계적으로 일관된 상관성을 갖고 있다”고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도 2001년 10월 “4mG 이상 자기장에 노출된 어린이 백혈병 위험은 2배로 상승한다”며 “신규 고압선 부지 선정 시 지방정부 및 주민들과 협의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들의 위와 같은 입장발표로 인해 이제는 주민들의 전자파에 대한 우려를 ‘비합리적인 불안감’이나 ‘님비현상’이라고 몰아붙일 수 없게 됐다. 더욱이 당진지역 주민들은 기존 선로에 대한 대안을 갖고 있다.

당진군과 주민대책위원회에서는 당진의 내륙을 관통해 7개 읍면, 17개 마을을 지나는 한전의 송전선로 노선 대신 당진·평택항 매립지를 경과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안은 현재 인수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신당진변전소-현대제철 간의 기존 345kV 송전선로를 한전에서 매입한 후 부곡공단의 GS EPS 복합화력발전소 부근에 변전소를 신설, 현대제철에서 GS EPS까지 예정된 송전선로를 통해 전기를 끌어온 다음 해상선로를 거쳐 당진·평택항 내항의 호안 외측 부분과 아산만방조제를 따라 아산 영인면에 송전하는 방안이다.

이 안이 채택될 경우 신당진변전소에서 부곡공단에 이르는 노선은 기존 철탑을 이용할 수 있으며 신설될 변전소에서 아산 영인면까지는 해상과 항만을 따라 송전하기 때문에 송전거리와 철탑 수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이 노선에는 항로가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선박의 운행과 선적, 하역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도 않는다. 또한 경유하는 노선의 대부분이 항만과 방조제 등 국유지이기 때문에 토지 보상비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이외에도 충남 서북부 지역에 건설 중인 대단위 철강단지와 황해경제자유구역의 전력수요에도 대비하고 GS EPS와 현대그린파워 등의 발전소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아산시 인주면의 주민대책위원회에서도 이 대안을 지지하고 있다.

전례도 있다. 인천의 영흥화력에서 경기도 시흥의 신시흥변전소까지 대부도, 시화호 등을 경과하는 78km 구간에는 송전탑 137기가 건설돼 있는데 이 노선 중 39km에는 송전탑 70기가 영흥도와 시흥시 사이의 바다와 시화호 해상에 건설됐다. 지난 1998년 7월부터 5년여 동안 총 3768억원이 투입된 이 공사에는 태풍과 파도 등을 극복하는 각종 새기술과 철탑 거리를 300m에서 600m로 늘리는 새공법이 적용돼 마무리됐다고 한전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수도권에서 가능한 해상선로가 충남에는 불가능할 이유가 없다. 더욱이 아산만은 거리도 짧고 수심도 얕으며 해안의 지반도 단단한 편이다.

따라서 한전은 열린 자세로 주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대안노선을 전향적으로 검토해 수용해야 한다. 이번에 설치된 대안노선 검증기구에서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주민 거주지를 우회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노선을 반드시 채택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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