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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이현효의 도서비평] 파리의 거리를 거닐다
도서비평┃파리 슈브니르
2019년 05월 24일 () 06:00:17 이현효 mjmedi@mjmedi.com

나는 여동생이 프랑스 파리에 살고 있다. EU영주권을 얻어 파리주재원으로 살고 있기에, 파리는 내게 각별하다. 서점 여행서적을 서성이다가, 다시 파리를 찾는 사람들을 위한 <파리 슈브니르>라는 책을 보고는 한 번에 매료되었다. 지금은 에펠탑도, 루브르, 오르쉐도 한번 가보았기 때문에 또 파리를 간다면, 조금 더 깊이 파리를 보고 싶고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터였다.

   
이영지 著, 이담북스 刊

챕터1은 그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프랑스의 먹거리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마카롱, 커피, 쇼콜라. 마카롱은 아몬드 파우더, 설탕과 달걀 흰자 거품으로 만든다. 나는 지역별로 파리 마카롱 이외에 지역별로 배합과 방법, 모양이 심지어 다양하다는 것은 몰랐다. 저자가 소개한 라듀레 마카롱점은 한번 들러보고 싶은 곳이다. 위도가 높고 저기압인 날씨 탓에 오후에는 에스프레스에 설탕1~2개를 녹여 먹거나 고형 초콜릿을 그대로 녹여 액체로 만들어 마시는 쇼콜라 쇼를 마셔야 기분전환과 원기회복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의학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저기압인 날씨에는 혈당이 떨어지므로, 단 것을 찾게 된다. 겪어본 파리지앵들이 흥분도 잘하고, 변덕도 심한 것은 날씨 탓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프랑스인의 먹거리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간단하게 먹되 방식은 제대로 지킨다. 전채요리(Entree), 본요리(Plat), 디저트(Dessert)를 갖추어 먹는다. 앙트레와 쁠라에는 설탕이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대신 아주 달달한 디저트로 마무리를 하면서 설탕을 섭취한다. 또한 프랑스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블루치즈는 소화효소가 가득 함유되어 있어 기름지고 거한 저녁식사라도 편안하게 소화되도록 도와준다니, 치즈는 한국 사람의 된장과 김치와 같은 역할이라고 짐작해 보았다.

챕터2는 파리지앵의 생활노트다. 파리지앵과 파리지앤느는 아날로그를 좋아한다? 한국에서 잘 볼 수 없는 커다란 종이벽보, 이메일 보다는 자필로 작성한 편지를 써서 등기를 보내야 관공서의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점 등이 그러하다. 파리는 느리다. 인터넷을 개설하는데 2개월이 걸린다. 한국은 누구보다 먼저 빨리 트렌드를 캐치해서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디지털의 삶이다. 프랑스는 느리고 답답하지만 투자하고 기다릴 줄 안다. 아날로그적 느린 삶속에서 남들이 단번에 모방할 수 없는 명품과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 낸다. 마치 와인이 숙성되어 제 맛을 내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처럼.

얼마 전 프리츠커상 수상자 발표가 있었다. 프리츠커상은 시쳇말로 건축의 노벨상이다. 41회 수상자는 아라타 이소자키. 이로써 일본인 수상자는 8명이 되었다. 아직 한국인 건축가는 없다. 프리츠커상은 0:8, 노벨상은 1:24다. 왜 우리는 값비싼 명품브랜드를, 노벨상 수상자를 내지 못하는가? 어떻게든 싸게 짓고, 가성고가 높게 만들고, 단기간에 연구성과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장기적인 시각과 해법을 가질 수가 없는지 갑갑함이 밀려온다. 얼마 전 노트르담 대성당이 불타자 구찌와 루이비통, 로레알에서 수천억을 복구비용으로 기부했다. 국보1호 숭례문을 화재로 잃었을 때 우리기업들의 통큰 기부를, 원형복구와 전문복원사가 동원된다는 뉴스를 접하지 못했다. 시간을 급하게 다루지 않고, 오랜 기간이 걸려도 제대로 무엇인가를 해내는 것. 프렌치프레스에 내린 모닝 커피를 마시며, 다시 한 번 한국사회를 생각한다.

 

이현효 / 활천경희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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