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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 입력 2009.04.13 00:00
  • 호수 756

풍년 바라는 마음으로 희망의 씨앗 뿌리는 농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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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농사 준비로 이른 아침부터 논으로 밭으로

▲ 신평면 거산리 밭에서는 봄무우 심기가 한창이다.
  

봄 맞아 분주한

농촌 풍경


“봄이 되면 마음이 분주하지요. 요즘 같아서는 한해 농사를 또 어찌 짓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막상 움직여 나오면 또 괜찮아요. 애들이 잘 가져다 먹으니 좋기도 하고...”

 

봄이 왔다.

 언 땅이 녹고 그 땅위로 새싹이 다시 돋아난다. 개나리도 냉이꽃도 봄을 맞아 앞 다퉈 꽃을 피운다. 덩달아 농민들도 분주하다. 농사라는 것이 본디 자연의 이치에 따르는 것이라 자연이 또 한번의 한해를 살아갈 첫걸음을 떼는 봄에는 농민도 마찬가지, 부지런해진다.   

 평년기온을 웃돌며 초여름 날씨를 보였던 지난주, 우강 들판을 비롯해 당진 곳곳에서는 논, 밭을 고르며 영농준비에 한창인 농민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지난 한해 비료값을 비롯해 영농자재비가 크게 오르면서 농민들의 시름이 깊었었다. 경기불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농민들은 “풍년을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밭에서는...

봄 가뭄에 단비 소식 간절


 고온건조한 날씨가 계속됐던 지난 한주, 양기창(원당리, 75) 씨는 밭에서 물을 주고 있었다.

 “날이 가물어서 직접 물을 주는 거예요. (양파, 마늘은) 물을 충분히 먹어야 하거든... 얼마나 목이 마르겄어... 비가 좀 와야 될 텐데, 뉴스를 봐도 비 소식도 없고...”

 양 씨의 밭에는 양파, 쪽파, 마늘이 나란히 줄을 맞춰 물을 맞고 있다. 한 켠에는 아직 떡잎도 떨어지지 않은 상추가 빠끔히 머리를 내밀었다.

 “농사지은 건 절반이상을 자식들이 가져다 먹어요. 작년에 심은 양파도 여적 가져다 먹으니까... 좋아하지, 직접 내가 농사지은 거니까. 5남매가 조금씩 가져다 먹어도 양이 꽤 돼요. 그리고 남은 건 내다 팔기도 하고... 양파는 맛이 좋아 읍내 중국집에서 직접 와서 사가요.”

 양 씨는 자신이 나고 자란 원당리에서 매년 씨앗을 뿌려 여름 내내 키워 낸 곡식들로 다시 자녀들을 키우고 먹이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몇 년 전부터는 봄이 되면 한해 농사지을 걱정에 어려운 생각도 든다.

 “봄이 되면 마음이 분주하지요. 요즘 같아서는 한해 농사를 또 어찌 짓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막상 움직여 나오면 또 괜찮아요. 애들이 잘 가져다 먹으니 좋기도 하고...”

 지난겨울에 심은 양파와 마늘은 장마가 시작되기 전, 6월경에 수확한다.

 겨울에 심어 한창 밑을 키워가는 양파와 달리 대부분의 밭에서는 씨앗을 뿌리기에 앞서 땅을 고르는 일로 분주하다. 신평면 거산리 34번 국도 옆 최선천(52) 씨의 밭에는 열명 남짓한 사람들이 봄무 심기에 바빴다. 어떤 이가 트랙터로 밭고랑을 만들고 나면 어떤 이가 열을 맞춰 씨앗 심을 곳을 표시한다. 그 이의 뒤를 따라 아주머니 한명이 봄무 씨를 구멍에 넣으면 뒤를 쫓아오던 다른 사람이 씨앗 위로 흙을 덮어 준다. 일을 나눠 하니 넓은 밭 위로 금새 밭고랑이 생기고 씨앗이 제자리를 잡는다.

 “작년에 심은 배추랑 무는 다 내다 버렸어요. 경기가 좋지 않으니 무, 배추 소비도 줄어든거죠. 빚만 지었죠. 그렇다고 농사짓는 사람이 땅을 놀릴 순 없잖아요. 해마다 잘 된다고 보진 않아요.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으니까... 그래도 이렇게 씨앗을 심을 땐 올해는 괜찮으려니 하면서 심는 거죠.”

   

논에서는...

논 갈고 못자리 준비 한창


 4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못자리를 앞두고 논에서는 미쳐 논을 갈지 못한 농민들의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땅을 깊이 파서 거름이 땅 속으로 잘 스며들고 벼가 뿌리를 잘 내리도록 하기 위해 논흙을 갈고 나면 다음 주쯤부터는 논에 물이 채워질 것이다. 그 사이 물에 담가뒀던 벼 종자가 싹을 틔우면 못자리를 준비했다가 5월 중순부터 모내기를 시작한다.  

 이규석(신평면 남산리, 63)씨도 이웃들에 비하면 조금 늦게 논을 갈고 있었다. 이씨가 트랙터로 논을 절반쯤 갈았을 때, 그의 아내가 늦은 점심도시락을 갖고 왔다. 방금한 밥과 닭볶음, 김치, 봄나물, 생선조림 등 진수성찬 부럽지 않다. 집에 오가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논일을 할 때는 아내가 직접 도시락을 싸와 논둑에서 끼니를 해결한다고.

 “논 갈고 나면 못자리 준비를 해야 해요. 다음 주쯤이면 삽교천 물이 논으로 내려올 테고... 농사짓는 것 하찮은 것 같아도 수십번 손을 거쳐야 가을에 쌀이 나오고 밥을 먹을 수 있는 거예요. 심어만 놓는 다고 다 되는 게 아니지...”

 “또 우리가 하고 싶다고 다 되간, 농사는 하늘에서 해주는 거지”라며 그의 아내가 말을 거든다.  

 이 씨는 “농촌에 젊은 사람이 없어 농사짓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며 “그래서 주말에는 집집마다 자녀들이 내려와 농사를 거들고 있다”고 말했다.

 “쌀값은 매번 제자리걸음이고 비료값이니 뭐니 다른 건 죄다 오르고... 농사짓기 어렵죠.”

 그는 “자식들 결혼시키기 전에는 어떻게든 돈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이제는 욕심도 없고 일도 조금씩 줄여야 한다”며 “앞으로는 우리 부부가 자식들에게 손벌리지 않고 남은 여생 후회없이 살도록 노후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수원에서는...

4월 중순부터 사과꽃 만발 


 가지마다 꽃 몽오리가 맺힌 사과밭에서는 요즘 거름주기가 한창이다. 하얀 사과꽃은 4월15일경 전후로 피어나고 이때부터 과수원의 본격적인 영농이 시작된다.

 “날씨가 좋아지고 꽃 필시기가 다가오니까 마음이 급해져 일찍 서둘러 과수원에 나왔어요. 올해도 농사 잘 지어서 사과가 주렁주렁 열리기만 바랄뿐이죠. 노력한 만큼 얻는 게 농사니까요.”

 신흥농장주 신환균(53) 씨는 꽃이 피기 전에 사과나무에 영양제를 주고 있었다. 겨울을 보내는 동안 부족했던 영양소를 보충해 주는 것. 한 켠에서는 일꾼들이 받침목으로 사과나무 가지를 받쳐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축사에서도 환절기를 맞아 가축들의 환절기 질환을 대비하고 방목으로 따뜻한 봄볕 아래 운동량을 늘려주고 있다. 봄을 맞아 논이고 밭이고 할 것 없이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민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저마다 길러내는 것은 달라도 ‘풍년농사’를 기원하는 농민들의 마음은 매한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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