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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05.11 00:00
  • 호수 760

“니께내께 어딨어, 함께 돕고 나누고 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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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본리 삼총사!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사촌 순성 본2리 김종옥·고광홍·이인숙씨

몸빼 바지에, 얼굴을 덮는 챙이 넓은 모자를 쓴 세 사람의 모습이 영락없이 판박이다. 이인숙 씨네 고구마를 심기 위해 순성 본2리 ‘삼총사’가 오늘도 어김없이 한데 모였다. 이 씨네 밭에서 고구마를 심기로 한 지난 5일, 밭에는 주인보다 고광흥 씨가 더 먼저 나왔다. 순성면 본2리에 사는 김종옥(62), 고광홍(74), 이인숙(60) 씨는 근방에서도 알아주는 ‘단짝들’이다.

이들이 순성 본2리 경주이씨네로 시집와 산지도 벌써 수십년이 흘렀다. 새댁이 마음 놓고 이웃집에 마실을 갈 수 있는 게 아니니, 처음부터 세 사람의 사이가 각별했던 것은 아니었다. 아이들을 낳아 기르고 농촌 아낙에 익숙해질 즈음부터 왕래가 잦아졌고 지금처럼 서로 마음을 나누고 가족처럼 살게 됐다. 지금도 순성농협 농가사랑주부모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원년 멤버로 서산이나 당진의 복지시설로 봉사활동을 함께 다니기도 했다.

“만나면 만날수록 할 이야기가 많아져요. 이제는 한 가족이나 마찬가지지... 피붙이는 아니지만 우리는 이렇게 서로 재미나게 살아요.”(김종옥씨)

‘내 일 네 일’ 구분 없이 산지도 벌써 20여년이 흘렀다. 나이로 따지자면 고씨가 한찬 언니뻘이지만 시댁 촌수로 따져 고씨는 김씨의 조카뻘이다. 허나 촌수나 나이가 어찌됐든 세 사람은 가족보다 더 가까이 지내며 마음을 나누는 ‘둘도 없는 친구 지간’이다.

밭일도 함께 하고, 김치도 함께 담근다. 겨울이면 늦은 저녁까지 한데 모여 밤이 새는 지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운다. 그렇게 늦게까지 모여 있는 날이면 으레 남편의 전화가 걸려오기 마련이다.

“하루는 늦게까지 형님네 집에서 놀고 있는데 남편이 어디냐고 전화가 왔어요. 자다보니 옆에 사람이 없어서 찾았다고(웃음) 근데 이제는 하루라도 그냥 집에 있으면 ‘오늘은 안가냐’고 물어요. ‘단골집’ 간다고 하면 다 알아듣죠.”(이인숙씨)

“그게 어디 그 집 이야기만인가. 이제는 자식들도 매일 같이 있는 걸 알고 내가 전화를 안받으면 바로 조카네로 전화를 해요. 우리 엄마 거기 있냐고.(웃음)”

“도시 사람들은 이렇게 사는 맛을 모르지. 옆집에서 초상을 치러도 모르는디. 가족들한테 할 수 없는 이야기도 있는 법이거든. 근데 우리는 동기간 마냥 마음을 열고 속상한 이야기도 할 수 있는 격이 없는 그런 사이지.”(고광홍씨)

‘먼 사촌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옛말이 이들을 가리켜 있는 말이지 싶다. 세 사람은 연신 함께 지낸 옛 추억을 회상하며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우리 오래오래 변함없이 가찹게 재미나게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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