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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05.11 00:00
  • 호수 761

[5.21 부부의날 인터뷰] “알면서도 져주고 사는 게 행복한 부부생활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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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호지면 장정리 최희생․김점순 부부

5남매 키우며 살아온 ‘41년차 부부’에게 듣는 ‘부부의 의미’
“늙으면 곁에 남는 건 부부뿐, 고마운 마음 이루 말할 수 없지”

5월은 ‘가정의 달’이라 불릴 만큼 ‘가족’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념일이 유독 많다. 그중에서도 ‘가족’을 이루는 최초의 인연인 ‘부부’의 의미를 되새기는 ‘부부의날’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5월 21일인 부부의 날은 가정의 달인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가 더해져 있다.

부부의 날을 앞두고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며 알콩달콩 재미나게 사는 노년의 부부가 있다고 해 만나봤다. 20년 전 무작정 서울로 상경해 10년 새 11번의 이사와 각종 품팔이, 장사를 하며 어렵게 살면서도 서로에게 의지하며 5남매를 키워 온 최희생, 김점순 부부가 그들이다.

“중매반, 연애반 이었다고 해야 하나. 처음 만났을 때요? 난 별로였어! 근데 우리 주인양반이 매일같이 찾아와서 결혼하게 해달라고 했었지. 그 모습에 친정어머니가 박력있다고 감동을 해서 결국 시집을 오게 된 거예요.”

지금으로부터 41년 전, 김 씨는 대호지면에서 알아주는 부잣집 셋째딸이었고 최 씨는 논 몇마지기와 밭 1천평이 전부인 가난한 집 장남이었다. 게다가 홀어머니에 할머니까지 모시고 사는 장남인 최 씨가 김 씨의 눈에 차지 않은 것은 당연지사. 허나 최 씨의 삼고초려 애정공세 덕분에 두 사람은 부부의 연을 맺게 됐다고.

시댁 살림살이가 이러하다보니 생활이 어려웠던 것은 불 보듯 뻔했다. 그러던 중 두 사람은 집에서 기르던 소 12마리를 판 돈 800만원을 가지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갔다.

“애들 때문에 간 거죠. 도시에 살면서 눈이라도 약으라고...”

연고지도 없는 서울에서 10년 동안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였다고.

“11번 이사를 다녔다고 하면 말 다했죠. 시할머니 상 치르고 딸 둘을 시집보내고, 아내가 참 고생이 많았죠. 그 고생 다한 고마움이야 이루다 말할 수 없죠.”

창살 없는 감옥 같던 서울 생활을 접고 10년 만에 다시 내려온 고향에서 농사짓고 품 팔아 아이들을 가르치고 올해 4월로 5남매 모두 시집, 장가를 보냈다.

“우덜만 해도 옛날 사람 아니요. 옛날 법으로 살아온 거지. 없이 살아도 그냥 이렇게 한번 맺은 부부의 연 끊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내가 지기도 하고 우리 주인양반이 져주기도 하고...”

아내의 말을 최 씨도 거든다.

“혼자라면 5남매 키우고 여태 이만큼 살지 못했지.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떨어져 살면 안되는 거예요. 밥이 되나 죽이되나 함께 해야지. 기러기 아빠니 뭐니 해서 서로 떨어져 있다보면 우울증도 걸리고 딴 마음도 먹게 되고, 별거 아니야~”

최 씨 부부는 부부도 결국엔 서로 다른 사람들이니 생각이나 마음이 다를 수밖에 없지만 그것을 이해하고 알면서도 한 번씩 져주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손바닥도 맞 때리면 소리가 나는 법이고 하나가 피하면 소리가 안 나는 법이야. 서로 한번씩 져주고 화가 나도 바로 목소리 높여 싸워 버릇하면 조용할 날이 없지. 나이가 들면 부부가 소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자식들 키워서 제 갈길 가고 나면 곁에 남는 건 부부밖에 없거든.”

두 사람은 요즘 정원을 가꾸고 농사일을 하며 노년을 보내고 있다. 가끔 김 씨가 밥하기 귀찮은 날에는 최 씨가 먼저 알아차리고 바다로 회를 먹으러 가기도 한다. 자식들 건강히 잘 사는 것과 한날 한시에 하늘로 가는 것이 남은 소원이라는 최 씨 부부. 41년을 부부라는 인연으로 맺어져 함께 해 온 두 사람은 ‘젊은 부부들’에게 “언제나 함께 할 것과 서로 이해하고 져주며 살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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