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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05.25 00:00
  • 호수 762

도시개발로 사라질 역사현장, 기념관으로 거듭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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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신 선생 제자, 지역민의 기념관 건립 추진으로 ‘사수’

생존하는 관계자 구술자료 수집에 주력 

생존하는 제자와 지역민들의 노력으로
안산시 상록구 상록수공원 내에 위치한 최용신 기념관은 아파트 숲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최용신 선생이 생전에 농촌계몽운동으로 일생을 바친 샘골강습소가 실제 위치했던 곳으로 인근에 최용신 선생의 묘와 샘골교회가 자리하고 있다.
90년대 초반 안산시의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던 시점, 현재 최용신 기념관이 위치한 곳은 도시개발계획에 포함돼 주거공간으로 개발될 예정이었다. 허나 1994년 샘골강습소가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접한 최용신 선생의 제자들과 그녀를 기억하는 지역민들의 샘골강습소를 지키기 위한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들은 기념관 건립을 위해 지역민 공청회를 개최해 지역민들의 의견과 동의를 얻는 데 노력했다. 한편으로는 최용신에 대한 책을 발간하고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등 최용신에 대한 학술적, 역사적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기념관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안산시 문화관광과 이세나 학예연구사는 “당시 생존해 있던 최용신 선생의 제자분들과 지역민들이 최용신 선생의 정신을 잇기 위한 모임을 갖고 기념관 건립을 추진했다”며 “청와대에 진정서를 넣는 등 최용신 선생의 정신을 이어야 한다는 지역민들의 노력 끝에 기념관 건립이 본격화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용신 선생의 제자였던 고 홍석필 씨가 자신의 재산 1억5천만원을 기념관 건립에 사용해 달라며 시에 기탁하면서부터 기념관 건립은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안산시는 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 자문위원회를 열어 지난 2007년 최용신기념관 조례를 제정, 개관하고 지난해 4월 1종 전문박물관으로 등록된 데 이어 5월에는 국가보훈처 현충시설로 지정됐다.

안산시에서 직접 운영, 전문인력만 3명 배치
연면적 545.46㎡인 기념관은 지하1층에 교육실과 사무실, 지상1층에 전시실과 영상실이 조성돼 있다. 전시실은 최용신 선생의 제자였던 고 홍석필 씨의 기탁금으로 설치되었으며 최용신 선생의 건국훈장, 상록수 초판본(1936년) 등 국어교재와 당시의 성경 등 관련 유물이 전시돼 있다. 전시실 입구에는 샘골강습소가 디오라마로 재현되어 있고, 최용신 선생이 직접 작사한 샘골강습소 교가(1934년), 샘골강습소가 설립되는 과정, 당시의 모습들이 사진과 함께 기록돼 있다. 영상실에서는 영상에세이, 영화 상록수(감독 신상옥, 1961), 최용신 선생의 제자 고 홍석필 옹과 1960년대 샘골고등농민학원을 운영했던 고 김우경 옹의 인터뷰 등이 영상물로 제작돼 있다.
안산시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는 최용신기념관은 개관 당시 8억 규모로 조성되어 있으며 연중 인건비를 제외하고 3억원 가량의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
기념관에는 학예연구사, 시설관리자를 비롯한 총 3명의 정직원과 전문 에듀케이터, 역사전공 청년인턴, 경기도 문화관광해설사가 근무하고 있다. 이중 전문 에듀케이터는 문화관광부에서 문화체육 전문기관 등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전문인력사업의 일환으로 인건비 50%를 지원받고 있다.  

생존자 구술 자료 수집 위해 미국행
안산시는 지난해 10월 최용신 선생과 함께 샘골강습소를 운영했던 보조교사들을 만나기 위해 미국에 방문했다. 최용신을 기억하는 생존 인물들의 구술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서 였다.
이세나 학예연구사는 “최용신 선생과 함께 활동했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분들을 만나기 위해 미국에 다녀왔다”며 “그분들이 생존하고 계실 때 정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념관 영상실에서는 최용신 선생의 생존 모습과 활동을 생생히 증언한 제자들의 인터뷰를 관람할 수 있다. 인터뷰는 고 홍석필 옹과 고 김우경 옹이 생존해 있을 당시 녹화해 그 의미와 역사적 증언을 기록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느낄 수 있다. 
이세나 학예연구사 일행은 미국에서 심훈 선생의 셋째아들인 심재호 씨를 만나 심훈 선생의 상록수 집필 이야기와 심훈 선생의 유품들을 영상에 담아왔다.
이세나 학예연구사는 “심재호 선생님이 보관하고 있는 수많은 유품들이 많은 사람이 함께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전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육정신’ 계승 위해 교육프로그램 개발 노력
기념관에서는 개관 이후 체험 및 교육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최용신 선생의 애국계몽정신을 계승하는 동시에 관련 자료를 꾸준히 수집해 후세들을 위한 전시·연구·교육 자료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세나 학예연구사는 “기념관은 ‘교육’이 이뤄졌던 곳인 만큼 교육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8월12일 최용신 탄생 100주년 기념 행사를 준비하면서 최용신기념관에서는 다문화 가정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최용신 선생이 21세기 안산시에 생존한다면 어떠한 교육 활동을 했을 지를 고민하다 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거주하고 있는 안산시의 특성상 다문화가정에 대한 교육활동이 현 시대 안산시 교육의 화두라고 판단한 것. 이에 지역아동센터와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대상으로 최용신의 삶과 관련된 연극을 만들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8주에서 12주 간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추진될 예정이다. 그밖에도 안산의 4개 박물관에서 동시에 연합전을 열어 순환 관람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주말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동극 ‘샘골강습소를 지어라’, 옛 교과서 만들기, 태극기의 비밀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태극기의 비밀’은 민속박물관에서 교육프로그램으로 지원받고 있으며 모든 교육프로그램은 전문강사를 초빙해 진행하고 있다.
기념관을 방문했을 당시에는 인근 학교 수행평가 현장으로 지정돼 있어 아이들과 기념관을 찾는 가족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문화관광해설사에 의하면 오전 중에만 18번의 해설을 했다고 한다. 
한편 대표적인 위성도시인 안산시는 공업도시로 급격하게 도시개발이 진행된 터라 최근에는 부족한 녹지와 문화공간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는 게 이세나 씨의 설명이다. 그 일환으로 앞으로 최용신기념관을 주변지역으로 확대해 나가 상록수역부터 기념관까지 문화의 거리로 조성하는 문화컨텐츠 개발사업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최용신 선생은....
최용신 선생(1909~1935)은 합성여자신학교 농촌지도사업과에 재학 중이던 1931년 10월 YWCA 교사로 샘골에 파견, 마을사람들과 YWCA의 지원으로 샘골강습소 건물을 신축하고, 문맹퇴치와 농업기술 및 민족혼과 애국심을 심어주는 교육 활동을 했다. 허나 1935년 스물여섯의 나이에 과로와 영양실조로 인한 장중첩증으로 유명을 달리했으며 학교가 잘 보이고 종소리가 들리는 곳에 묻어 달라는 유언에 따라 일리 공동묘지에 묻혔다가 상록수공원으로 이장되었다.
최용신 선생의 농촌계몽과 독립을 위한 삶은 심훈 선생의 소설 ‘상록수’의 여주인공 채영신의 실제 모델이 되었으며 지난 1995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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