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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범 송악초등학교 교장]『사람 사는 세상』의 마지막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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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은 「사람 사는 세상」에 올린 마지막 글에서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있었다.
어느날 아침 뜻밖에 텔레비전 화면에 굵은 고딕체 글자로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이란 자막이 비쳐지면서 온 국민은 넋을 잃고 눈과 귀를 의심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유서 내용이 발견되고 사건 전모가 밝혀지면서 국민들은 침통한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태광실업의 박연차 게이트 검찰 수사가 진행되었고 노 전 대통령이 연루되었다는 비리가 포착되면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기도 했었다. 당시 언론은 율사답게 혐의를 피하면서 조사를 잘 받았다고 하면서 오히려 노 전 대통령의 당당한 모습을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부인은 물론 아들까지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고 결국은 검은 돈을 받아  미국에서 딸의 집을 사는데 썼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 앞에 더 이상 떳떳하지 못한 모습이 되어진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지난 5년간 노무현 대통령이 국정을 이끌면서 순수한 아마추어 모습으로 프로 정치인들의 질타를 받으며 험란한 정치판을 힘겹게 헤쳐나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서툴지만 양심적이며 도덕적으로 흠이 없는 모습을 신뢰하고 지지하였던  것이다.
가까운 측근들은 역대 대통령들이 수천만원씩 횡령했던 것에 비하면 생계형 비리에 불과하다며 검찰과 언론을 비판하기도 했다.  물론 횡령 액수가 많고 적은 것을 떠나서 원칙대로 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언론이나 사회적 분위기 또한 냉정하였다. 국민들의 신뢰는 무너지기 시작했고 오히려 엄정한 검찰 수사를 통해 횡령비리 전모가 낱낱이 밝혀지기를 바라는 분위기였다.
모든 국민이 손가락질하는 냉엄한 현실을 인식하고 자신의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에 올린 마지막 글에서 괴로운 심정을 토로하였으며 인생의 종착역을 암시하고 있었다.  이와 같이 참혹하고 비참한 상황에서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노 전 대통령의 괴로운 심경을  상상하기 어렵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국면전환의 계기로 삼아 이해 득실을 계산하는 사람들은  벼랑 끝에서 생을 마감하려는 노 전 대통령에게 어떤 사람들이었나 생각해본다. 이와 같은 처절한 상황에서 따뜻한 말 한마디로 위로해주지 못하고 외면했던 사람들은 아니었는가?  참여정부 정권 말기에 대통령이 당적을 포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사람들은 아니었는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후 정치, 사회적인 분위기는 수습하기 어려울 정도로 걷잡을 수 없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이념적 갈등,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면서 보수, 진보의 양극화와 여야의 정치적 공방이 격화되는 등 한치 앞을 예견하기 어려운 혼돈상태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이시대의 지식층이라 할 수 있는 대학 교수들의 시국선언문의 잇따른 발표는 정부 여당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면서 사회적 혼란을 부추기는 듯하다.
4.19 부정선거에 맞섰던 학생혁명,  6.29 선언 당시 군사정권에 항거했던 이들의 시국선언문이 국민들에게 큰 용기와 희망을 주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현 정권이 국민과 소통이 안되는 독재정권이고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된 국가적 위기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가? 사실 선언문 내용도 국민들이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 것 같다.
노 전 대통령의 유서 내용은 모든 것을 용서하고 국민적인 통합을 기원하고 있다. 경제적인 위기상황으로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여 양극화된 갈등의 골을 메우고 사회적, 정치적 통합의 길을 택해야한다. 이 것이 고인의 유지를 받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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