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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09.06.22 00:00
  • 호수 766

[미담-점심시간 시어머니 일손 돕는 며느리 채운리 송순이씨]“고부간의 정 나눌 수 있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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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읍 백병원 옆에서 19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작은 뼈국밥집은 메뉴도 다양하지 않다. 낡은 메뉴판에 쓰여진 메뉴는 돼지등뼈국물탕, 비지찌개, 순두부찌개가 고작이다. 하지만 뼈국밥집을 운영하는 김유순(65)씨의 손맛에 이끌려 점심시간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넓지 않은 공간에 작고 허름한 테이블 6개가 고작이지만 들어온 손님이 나가면 금세 새 손님이 자리를 메운다.
뼈국밥집은 김씨의 손맛으로도 유명하지만 며느리 송순이(29)씨가 있어 더 유명하다. 송씨는 현재 김이태보험컨설팅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매일 12시에서 1시까지 시어머니의 일손을 7년째 돕고 있다.
“점심시간이면 손님이 끊이지 않아 일손이 부족하죠. 음식을 만들고 찬과 음식을 내고 치우기까지 혼자하실 생각에 홀 서빙을 도맡아 하고 있어요.”
송씨는 잠시도 쉬지 않는다. 부산하게 움직이며 손과 발을 움직여야 시어머니의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시어머니의 일손을 돕는 중에는 전화도 제대로 받지 못할 지경. 정신없는 점심시간이 끝나가는 12시 50분 무렵 한두 테이블을 남기고서야 송씨의 식사가 시작된다.
“며느리 잘 먹여야쥬.” 손님이 능글맞게 끼어든다. “순두부 먹이잖여.” 대답도 만만치 않다.
어머니가 직접 끓여준 순두부찌개에 평화로운 점심시간은 고작 10분. 점심식사를 마치자마자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야 한다. 식사를 마친 두 고부 자연스레 포옹을 하고 다시 각자의 일터로 향한다.
“점심시간이면 개인적인 일정을 잡을 수가 없죠. 식사도 급하게 해야 하고 사무실에도 늦으면 안돼고. 하지만 어머님 혼자 일하시면 힘드시니까요. 그리고 집안일이잖아요.”
힘들었던 점심시간에도 그녀는 밝게 웃는다. 그녀가 점심시간마다 시어머니의 일을 도울 수 있는 것도 직장에서 양해를 해주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두 고부 사이에도 흔히 말하는 ‘고부갈등’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점심시간마다 일을 도우며 부딪히다보면 자연스럽게 풀린다고.
“사적인 시간이 줄어드는 단점은 있지만 고부간의 대화와 시간, 정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생겨서 더 좋은 면이 있어요. 어머니도 시간을 쪼개 일을 돕는 걸 잘 아시니까요. 가끔 집안에서 살림을 못해도 이해해 주시죠.(웃음)”
20년전 오토바이사고로 척추를 다친 김씨는 요즈음 다리가 좋지 않아 혼자 일하기 더욱 힘들어진 상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는데 마음이 아파요. 친구들도 만나시고 여가생활도 즐기셔야 하는데 형편이 되지 못해 죄송할 따름이에요. 그저 몸이라도 건강하셨으면 하는 작은 바램입니다.”
핵가족화가 심해지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가족 간의 두터운 정을 조금씩 잊어가고 있는 가운데 송씨는 가족 간의 ‘정’과 ‘효’를 일깨워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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