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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장동환 원당초등학교장]수행평가는 왜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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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학교의 당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어머니회 대표들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한 자모님이 “수행평가를 안할 수는 없나요?”하고 물었다. 왜 그러느냐고 여쭈어보니 아이가 수행평가 때문에 성적이 떨어진다는 답변이었다.
 오늘 전교 어린이회를 끝마치고 회장단이 회의 결과와 건의 사항을 말씀드리겠다고 교장실로 찾아왔다. 건의 사항 중에 수행평가의 비율을 낮춰 주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곧 학기말 고사가 있을 예정이고 요즘 수행평가가 많이 이뤄지다 보니 걱정스런가 보다.
 수행평가는 절대평가가 원칙이기 때문에 지필평가 성적보다 떨어진다고 볼 수만은 없다. 다만 지필평가 성적이 만점에 가까운 학생들 중에 그런 경우가 있어서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수행평가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이해하면 불안하거나 부담스러움보다는 적극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계급을 중시하던 신분시회에선 어떤 신분의 사람으로 태어났느냐가 그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였다. 즉 양반으로 태어나면 귀하게 평가받고, 천민으로 태어나면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았다. 산업사회에선 얼마나 아느냐? 즉 학력의 정도에 따라 평가하곤 했다. 좋은 대학을 졸업한 것만으로도 평생을 인정받으며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지식·정보화사회인 지금은 무엇을 얼마나 잘 할 줄 아느냐? 즉 능력이 곧 그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가 된다. 
 회사 사원을 뽑는 것 역시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아는 사람의 소개나 지필 평가를 통해서 선발하던 방식이 요즈음엔 면접이나 실기 시험을 보거나 며칠 밤낮을 합숙하며 그 사람의 성품과 능력, 체력까지 테스트하는 다양한 방법과 절차를 통해 선발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이처럼 시대와 사회 변화에 따라서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가 다르고, 신입사원 선발 방법도 달라지듯이 평가의 방법이나 절차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지식·정보화 사회인 지금은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느냐를 평가하는 지필평가 보다는, 실제로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를 평가하는 수행평가가 더 중요시되고 있다. 그래서 교사가 학생의 학습과제 수행 과정과 결과를 직접 관찰하고 이를 전문적으로 판단하여 피드백 해주며 학생의 성장을 돕고자 수행평가를 실시하는 것이다.
 여기서 수행이란 지필평가에서처럼 단순히 답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답을 구하는 것, 산출물이나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 태도나 가치관을 행동으로 드러내는 것, 동료들과 토의하고 결과를 요약하여 서술하는 것 등을 모두 포함하는 의미이다. 그래서 지식을 암기하고 이해하는 능력보다는 정보의 탐색, 수집, 비판, 종합, 창출하는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 효율적인 의사소통 능력, 협동적 문제해결능력 등이 보다 잘 길러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수행 평가는 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나라 교육은 고등정신능력과 바람직한 태도 및 정서함양 등 전인적 인간 육성을 교육의 목표로 삼아 왔으면서도 실제의 교육 평가는 단편적인 지식과 이해의 정도를 묻는 지필평가 수준에 머물렀다.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다’가 교육목표라면 평가 역시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를 재어야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아는 정도’를 재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좀 더 강화된 수준의 수행평가가 이루어져서 평가가 교육 목표와 방법을 올바로 잡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목표는 구체적으로 교실 수업을 통해서 실현되며, 실제 교실수업은 평가의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대로 지필평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행평가의 교육적 가치가 높은 것은 분명하지만 모든 평가를 수행평가로 할 필요는 없다. 이는 수행 능력도 지력을 바탕으로 길러지는 것이기 때문에 지적 능력을 재는 지필평가도 병행되어야 하며, 서로 상호 보완적인 기능을 할 때 평가의 기능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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