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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대시론-이돈구 당진신협 전무]5만원권 시대를 바라보는 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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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던 5만원권이 발행되면서 드디어 우리나라도 고액권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1973년에 1만원권이 발행된 이래 처음으로 발행되는 고액권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그 이후로 급속도로 성장하여 물가는 13배 이상 올랐으며 1인당 국민소득은 50배 이상 증가하였음에도 1만원권 이상의 고액권이 발행되지 않아 그 역할을 자기앞수표가 담당하고 있었다.
자기앞수표의 경우 매년 3천억원의 비용이 소요되고, 일련번호 조회 등의 불편한 점이 있었다. 2006년 5천원과 1만원 신권이 새로 발행될 당시에 ATM기기 교체비용으로 약 8천억원이 들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5만원권이 인식되도록 기기를 교체하려면 그 이상의 비용이 발생하겠지만 당국에서는 장기적으로 볼 때 수표발행시보다 비용절감효과가 클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5만원권이 유통되며 많은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 5만원권 사용에 대해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당국의 준비가 부족했던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택시기사와 영세상인, 음식점과 관련된 자영업들의 불편함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담배 한갑 사며 5만원권으로 지불하면 잔돈을 많이 준비해야 하므로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고 잔돈을 항상 금고에 비치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야간에는 1만원권과 1천원권이 아직도 구별되지 않아 고생하고 있는데 5만원권 역시 5천원권과 구분이 쉽지 않을 수 있다.
5만원권이 유통되면서 지갑은 더욱 얇아지고 있다. 또한 돈과 관련된 우리의 전통적인 축의금이나 세뱃돈의 액수에 변화가 올 것이다. 돈의 액수보다는 받는 사람의 기분과 주는 사람의 성의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 우리의 문화에서 지폐 한 장의 단위가 커지면 주고받는 금액도 변할 가능성이 크다.
고액권이 발행되면 물가상승을 유발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고액권이 유통되면 화폐 감각이 무뎌지게 되어 과소비가 조장될 수도 있다. 당국에서는 신용카드거래가 활성화되어 있어 물가상승의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하고 있지만 예를 들어 현재 시중에 4만5천 원으로 가격이 책정된 물건이 있으면 5만원권이 유통되면서부터는 여러 이유를 들어 4만9천원으로 5만원에 근접하게 가격을 올려도 구매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위조 방지를 위해 넣은 부분 노출형 은선과 종이 사이가 벌어지는 현상이다. 손가락으로 한 두번만 살짝 비벼도 은선과 종이 사이가 뜨는 현상이 발생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에서 5만원권을 인출하거나 입금할 때 오작동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과 조폐공사는 이에 대해 5만원권에 틈이 벌어져도 ATM기에서 사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이 제기된다는 것 자체가 준비소홀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본다. 고액권 발행을 놓고 논란이 많았으나, 결국 5만원권은 발행되어 유통되고 있고  차후 10만원권이 발행되기 전까지 논란은 일단락된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5만원권 화폐발행은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선 소비자 입장에서 지폐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지폐는 종류가 1천원 5천원 1만원 단 3개 권종에 불과했는데 미국이나 유럽연합이 7개 권종을 사용하는 등 대부분 국가에서 4개 이상의 권종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들의 실생활과 상거래에 있어, 10만원 수표를 사용하면서 감수해야만 했던 불편함을 경감시키는 이점이 클 것이다.
그러나 화폐는 한번 유통되기 시작하면 회수하기 어렵다. 혼란을 틈타 위조지폐가 많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화폐 위조자들의 입장에서는 만원권이나, 5만원권이나 위조에 드는 노력이나 리스크는 똑같기 때문에 당연히 이익이 큰 5만원권 위조에 열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화폐발행에는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하는 것이다. 5만원권이 국민경제에 안착하는 길은 발행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발권 당국의 책임감 있는 자세와 특단의 대책 마련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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