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간 간이식 수술을 받은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이계윤 시인의 남편인 오명규씨는 지난해 5월 7년간 앓던 간경화 검사 후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간이식을 받지 못하면 2개월을 살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이에 아들 오원석씨는 아버지에게 간을 이식했다.
수술 1년만인 지난 달 병원을 방문한 이계윤 시인과 오명규씨는 거의 완쾌했다는 검진 결과가 나왔고, 아들 오원석씨 가족도 둘째딸을 낳아 건강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감사할 뿐이죠. 남편과 아들 모두 건강하고 둘째 손녀도 안아보고 좋은 날의 연속이에요. 당시만 생각하면 차마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죠. 거의 하루동안 진행되는 수술 시간은 피가 마르는 시간이었고 남편과 아들의 모습을 보며 눈물만 흘렸어요.”
시 ‘보여지는 기쁨’은 이계윤 시인이 수술을 마치고 나온 아들을 본 모습을 떠올리며 지은 것이다. 이계윤 시인은 걱정하는 자신을 보며 그저 괜찮다고 울지 말라던 아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한다.
“남편도 걱정이지만 내 살을 나눠 만들고 키워낸 아들이 힘들었을 상황을 생각하니 속상하더라고요. 수술 후 나온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며느리랑 첫째 손주한테도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눈물만 흘렸죠. 괜찮다고 울지 말라던 아들이 이제는 건강해서 둘째를 낳아 진짜 할머니가 됐죠.”
이계윤 시인은 건강해진 남편에게 고마워하며, 사람만나길 좋아 시작한 보험설계사 일과 주말이면 친구들과 즐기는 등산을 통해 신나는 인생을 즐긴다고 했다. 요즘 쓰고 있는 시들도 주로 친구들의 이야기나 등산에서 느낀 점들을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시간이 많이 흐르다 보니 친구들과 연락도 잘되고 만남도 잦아요. 한 달에 한번 등산을 함께 하는데 거기서 듣는 친구들과의 세상사, 등산에서 느끼는 자연의 모습을 시로 표현하려고 해요. 또 퇴근 후 늦은 밤 시를 적기도 하는데 작품 활동이 뜸해서 앞으로 신경을 좀 더 쓸 생각이에요.”
보여지는 기쁨
이계윤
아들은 나를 보고 웃는다.
쓰린 아픔 뒤로 감춘 채
엄마보고 웃어준다.
푸석푸석한 얼굴로 눈을 마주친다.
희뿌옇게 눈물이 동공을 막는다.
엄창나게 아팠을 텐데
씩씩하게도 웃고 있구나.
웃어줄 수 있어 감사하다.
네가 있어 행복하다.
기쁨으로 우리는 보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