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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07.27 00:00
  • 호수 771

[고대면 장항2리 김종민·남영희 부부의 구남매 육아일기] “‘하늘’과 ‘바다’ 태어나서 9남매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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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남매끼리 서로 의지도 되고 좋잖아요”

▲ (왼쪽)바다를 안고 있는 엄마 남영희씨(뒤).
 “식구가 많다보니 셋째 정태(12)가 아예 10명 채우라고 했는데 말이 씨가 됐네요.”
 지난달 16일 김종민(36)·남영희(37) 부부 사이에서 딸 쌍둥이 여덟째 하늘이와 아홉째 바다가 태어났다. ‘한 명씩 낳으면 시간 걸리니 아예 쌍둥이를 낳아 달라’는 둘째 진경이(14)의 농담까지 실제로 이루어진 셈이어서 엄마 남영희 씨는 남매들에게 말조심 하라고 농담섞인 당부를 하기도 했다고.
 김종민씨네 가족 수는 축구팀과 맞먹는다. 태어난 지 한 달을 갓 넘은 쌍둥이를 포함해서 양지(딸, 17), 진경(딸, 14), 정태(아들, 12), 수정(딸, 11), 진협(딸, 10), 영훈(아들, 9), 민지(딸, 3)까지 모두 11명이다. 예정일보다 3주나 앞서 빛을 본 하늘이와 바다는 태어났을 때 각각 2.5㎏, 2.2㎏으로 체중미달이었지만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옛말에 방망이를 잡으면 남동생을 보고 주걱을 잡으면 여동생을 본다는 말이 있다. 아들이 둘밖에 없어 내심 아들을 원했다던 남영희 씨는 일곱째 민지가 계속해서 방망이를 잡자 틀림없이 아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딸 쌍둥이가 태어나자 언니들이 민지에게 ‘왜 거짓말 했냐’며 놀리기도 했다.
 식구가 많으면 화장실 쟁탈전도 벌어지고 반찬이나 장난감 경쟁이 심해 싸움이 잦기 마련이지만 구남매는 싸우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
 남영희씨는 “아이들 모두 가정환경을 이해해서 아껴 쓰는 게 습관이고 간식 같은 경우도 있으면 먹고 없으면 안 먹더라고요.”
 오히려 남매 모두 세 살배기 민지와 갓 태어난 동생 둘을 무척 예뻐하며 잘 돌보고 있어 엄마 아빠의 수고를 덜어주고 있다. 이것저것 요리하기를 좋아하는 둘째 진경이는 엄마를 도와 식사를 준비하기도 한다.
 넷째부터는 모두 학교에 다니는 터라 구남매의 아침은 여느 집보다 더 부산하고 정신이 없다. 날마다 아이들이 벗어놓은 옷들을 빨아야 한다. 어떤 날엔 세탁기를 두 번씩 돌릴 때도 있다.
 가사 일이 고되지만 남영희씨는 “하나 둘 낳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육체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당장은 힘들어도 나중에 다 크고 나면 남매끼리 서로 의지도 되고 좋잖아요.”
 엄마 말처럼 아이들도 동생이 많아 좋다며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아무리 아이들을 좋아한다고 해도 저출산 시대에 아홉 명씩이나 낳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김종민씨는 대식구인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지만 형, 누나와 나이차가 많아 늘 외로웠다고 한다. 남영희 씨도 마찬가지로 4남매 대식구 사이에서 자랐다. 부부가 모두 식구가 많은 집에서 자랐고 아이들이 서로 외롭지 않았으면 하는 아빠의 마음과 아이들을 좋아하는 엄마의 마음이 더해져 아홉 명의 자녀를 두기에 이른 것.
 자녀가 아홉 명이라고 하면 주변에서는 부러움보다 걱정의 목소리가 먼저 들려온다. 부부는 주변에서 “아이고, 힘들어서 다 어떻게 키우려고 그래” 같은 말을 많이 듣는다고 한다. 부부도 경제적인 어려움을 걱정하고 있지만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주는 것만 봐도 힘이 난다고 전했다.
 아이들을 보며 힘을 얻는 아빠 김종민씨는 덤프트럭 기사다. 남영희씨는 남편 김종민씨를 ‘하루라도 일을 안 하고는 못 버티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 성실한 남편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술도 잘 안 마시려고 하고 거기에 들어가는 시간이나 돈을 집에서 아이들에게 쏟는 사람이죠.”
 성실한 아빠를 닮아 아이들도 자기 일에 열심이다. 당진정보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첫째 양지는 반에서 1, 2등을 도맡아 한다. 졸업 후 취직해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드리겠다는 착한 딸이다. 고대중학교에 다니는 둘째 진경이는 제과제빵에 관심이 많아 요리학원에 다니고 싶어한다. 뛰어 노는 것만큼이나 책읽기를 좋아한다는 초등학생 정태, 수정, 진협, 영훈이는 도성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남영희씨에게 앞으로의 바람을 묻자 단번에 ‘식구들의 건강’이란 답이 나왔다.
 “경제적으로 넉넉해져 아이들 부족한 것을 채워주고도 싶지만 우선은 건강하게 잘 자라주는 게 제일 바라는 거죠.”
 한편으로는 일곱째 민지를 낳으면서 그만둔 일을 다시 시작해 남편을 도와 가계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내보이기도 했다.
  “능력만 되면 더 낳고 싶다”는 김종민, 남영희 부부. 이 세상에 자식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지만 부족한 여건 속에서도 구김없이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구남매를 아끼고 사랑하는 부부의 마음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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