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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08.03 00:00
  • 호수 772

[왜목마을을 아끼는 장세일(교로리)씨 이야기]“깨끗한 왜목마을 다 세일씨 덕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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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마비 장애로 손짓으로만 의사소통 가능
왜목마을 청소만큼은 언제나 OK!

피서철을 맞아 관광객들이 몰리는 왜목마을. 관광객들이 다녀간 자리에는 어김없이 쓰레기가 쌓여만 간다. 그나마 주말에는 쓰레기를 치우는 이가 없어 월요일까지 쌓인 쓰레기를 바라만 봐야 한다.
이런 왜목마을의 사정을 잘 아는 장세일(33)씨는 주말이건 평일이건 청소부들이 왜목마을을 찾기 전부터 청소를 시작한다. 장세일씨가 청소를 시작한 것은 약 3년 전부터로 추정되지만 지역주민들이나 상가운영자들은 훨씬 이전부터 청소를 해왔었다고 말했다.
조호행 교로리 어촌계장은 “훨씬 이전부터 청소를 해왔지만 아침 일찍 다녀가거나 모두가 바쁜 시간에 청소를 하기 때문에 눈에 잘 안 띄었던 것 같아요. 거의 2년 전부터인가 청소하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더라고요.”
장세일씨가 지역주민들에게 칭찬을 받는 것은 단순히 청소를 하고 쓰레기를 줍기 때문이 아니다. 장씨는 선천적 뇌성마비로 몸이 불편한 것은 물론이고 상대와의 의사소통은 손을 저어 ‘아니오’라고 답하는 것과 검지와 엄지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예’라고 대답하는 것이 전부다. 듣는 것은 가능하지만 예, 아니오의 의사를 표현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사람이 많이 몰리는 여름에도 열심히 청소를 하지만 봄, 가을, 겨울 등 계절과 날씨를 가리지 않고 매일 왜목마을을 찾아 청소한다.
“몸이 성한 사람도 쓰레기를 보면 그냥 지나치고 오히려 버리고 가는데 세일이 같이 장애인이 이런 일을 하니 신문에 안 나올 수가 있어야죠. 오히려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만약에 도움을 받으면 그만큼의 댓가를 하려고 해요. 얼마 전에도 전동휠체어가 방전되서 근처 주유소에서 도움을 줬는데 어머니더러 담배 한갑을 사다주랬다고 하더라고요.” (같은 마을에 사는 김택기씨)
세일씨는 현재 교로3리에서 어머니와 둘이 살고 있다. 매일 아침이면 어머니가 싸 주시는 도시락을 전동휠체어에 걸린 가방에 얼린 물 한통을 함께 넣어 왜목마을로 ‘출근’하는 세일씨. 세일씨는 동네주변을 다니면서 공병을 주워 판 돈과 생활지원금을 보태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안해양경찰서 왜목출장소 김명구 경사는 “세차하는데 쓰는 밀대를 겨울이건 여름이건 수돗가에 물을 콸콸 틀어놓고 깨끗이 빨아 청소하고 다시 제자리에 그대로 가져다 놓는 모습을 보면서 부끄럽기도 하더라고요.”
세일씨에게 칭찬을 많이 받아서 좋겠다고 하자 웃으면서 손사레를 쳤다. 세일씨에게도 앞으로 어떤 꿈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해 하자 인터뷰를 도와주던 마을 주민들이 “너 장가가고 싶지?”라고 물었다. 이전보다 더 크게 웃으며 쑥쓰러워 했다. 앞으로도 계속 청소를 할 수 있겠냐는 물음에는 동그라미를 그렸다. 세일씨의 왜목마을 청소만큼은 언제나 ‘OK’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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