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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이유
2004년 03월 12일 () 14:02:00 webmaster@mjmedi.com
   
 
인간에게 희망이 존재하는가?

이성의 발달은 허무에 쉽게 빠질 수 있다. 어느 생물학자가 고백했듯이 어두운 밤, 하늘의 무수한 별을 바라보고 있자면 진화된 인간으로서의 모습은 너무나도 나약하며 허무하다. 고전의 가치관인 人間觀 神觀들의 상당수는 현대과학의 잣대에 쉽게 무너질 수 있다. 희망을 이야기하는 기존의 근거 역시 너무나 쉽게 무너진다.

神이 존재한다거나, 인간이 원래 착하다거나 자연은 원래 그러하다는 등등의 개념에 기대어 희망을 이야기 한다면, 만약 원론적인 근거에 대해 회의를 품는 인간에게 희망이라는 것은 공수표로 남을 수도 있다. 차라리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여 생존하는 시스템에 가까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인간의 희망은 시스템의 신기루이다.

인간정체성 확인을 위한 최첨단에 서있는 인물 중의 한명이 제인구달이다. 그의 스승 고생물학자 루이스 리키는 인류의 선조들의 모습을 화석으로 남은 유골의 흔적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살아 있는 모습 속에서 찾고 싶어했다. 그래서 그는 세 명의 여성을 선발하여 인류와 가장 가까운 친척인 침팬지 고릴라 우랑우탕의 야생 모습을 관찰하기위해 파견하였고, 이중 제인구달은 60년 여름 어머니와 함께 26살의 처녀의 몸으로 탄자니아 곰베로에서 야생 침팬지 연구에 착수했다. 야생의 지역에 두 모녀만이 문명과 떨어진 채 1~2년이면 끝날 것 같았던 침팬지의 연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여성만을 선발한 리키의 예상처럼 남성보다 끈기가 있었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제인구달이 평생을 침팬지 연구에 뛰어들어 어느 누구도 접근해보지 않았던 영역을 열어낸 것이다.

구달이 들려주는 침팬지의 연구결과들은 충격적이었다. 지금까지 인간 고유의 것이라 생각했던, 도구의 사용과 가족관계와 권력투쟁과 암투와 집단간의 전쟁과 살해, 애정과 자비심. 이러한 것들이 우리는 우리의 유전자적 친척인 침팬지들과 공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만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동물과 구별된다고 믿었던 상당수의 인간특성은 이미 유전자적인 구조속에 있었던 것이다. 허기야 지금에는 이미 언어마저 타고난다는 것이 정설이 되어가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구달의 희망 이야기는 무게가 있다. 물론 그녀에게 끼친 기독교의 영향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단순히 고전에 기대거나 추상적인 희망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동물과 구별되는 월등한 그 무엇으로 설정하는 인간의 오만과 편견과 착각으로부터 냉정하게 벗어나 있으면서 인간으로서의 희망을 품고 있는 이유에 대한 자서전적인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물론 인간에 대한 희망을 가지는 것이 다를 수는 있기에, 그녀가 희망을 찾았다는 자체가 희망이 된다. 제인구달은 추상적인 신의 도움으로 희망을 찾은 듯 하다. 그리한 신은 아마 아이슈타인이 믿었던 신과 비슷한 것 같다. 결국 인간에게는 신이 필요하고 다시 과거의 신은 21세기 神으로 업그레이드 될 것인가.

권 태 식 (서울 구로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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