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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구의 방

생리통의 밤이면
지글지글 방바닥에 살 붙이고 싶더라
침대에서 내려와 가까이 더,
소라 냄새 나는 베개에 코 박고 있노라면

푸른 연어처럼
나는 어린 생것이 되어
무릎 모으고 어깨 곱송그려
앞가슴으론 말랑말랑한 거북알 하나쯤
더 안을 만하게 둥글어져
파도의 젖을 빨다가 내 젖을 물리다가

포구에 떠오르는 해를 보았으면
이제 막 생겨난 흰 엉덩이를 까부르며
물장구를 쳤으면 모래성을 쌓았으면 싶더라

미열이야 시시로 즐길 만하게 되었다고
큰소리 쳐놓고도 마음이 도질 때면
비릿해진 살이 먼저 포구로 간다

붓다도 레닌도 맨발의 내 어머니도 아픈 날은 이렇게 온종일 방바닥과 놀다 가려니
처녀 하나 뜨거워져 파도와 여물게 살 좀 섞어도
흉되지 않으려니 싶어지더라

김선우 시집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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