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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2004년 04월 09일 () 13:05:00 webmaster@mjmedi.com
   
 
호모 루덴스가 펼치는 개그의 향연

“마N 셀프” “KIN” “병열연결의 특징”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를 단어들이 정치인들 얼굴과 합성되어 인터넷에서 떠돌았다. 탄핵과 국회의원선거 동안 자생적인 정치폐인들이 나타났고, 이들은 기존의 정치행태에 대한 신랄한 풍자를, 컴퓨터 그래픽의 화려한 시각과 함께 파격적인 언어로 표현했다. 디지털 카메라와 노트북, 포토샵과 플래쉬 쇽웨이브로 무장된 새로운 세대들이, 기존 정치의 엄숙함에 대한 발랄한 풍자로 선거판을 자신들의 확장된 놀이 공간으로 바꾸어 놓았다.

현대화라는 기치아래 앞만보고 전진했던 우리사회는 이미 정체성의 혼돈과 경제적인 불황과 정치적인 혼돈기에 접어들고 있다. 이는 케케묵은 빨갱이들의 음모론과, 기존의 직선적이며 위압적이며 공포적인 사회체제가 이미 그 수명을 다하고 있음을 의미할 수 있다. 구체제로서는 현실을 담보하지 못하는 변화지점에 다다르고 있는 것이다. 정치, 경제, 문화적인 혼란기이자 변화기에 도달하고 있다.

기존질서의 틀이 현재의 상황을 담보해내지 못하는 지점에서, 새로운 욕구와 담론과 시도들이 뛰쳐나오고 이러한 지점에 우리사회의 엄숙함을 기초로 한 권위는 이미 낡은 체제를 붙잡고 바둥거리는 시대착오적인 코메디로 희화된다.

열하일기를 우스개소리로 세상을 유희하고 패관기서로 고문을 망친 문제있는 저작으로 받아들였던 당시 정조의 문체반정처럼, 기존의 질서로부터 태어난 정치 사회적인 혼돈기를 기존의 권위의 강화로 해결하려는 시도들은 한낱 웃기는 놀이 공간을 조롱을 받을 뿐이다.

현대의 이전, 근대개화기 형성전의 혼돈기에, 기존의 질서에 반하는 조선후기 천재 실학자 박지원에 대한 이야기가 지금도 유효한 것은, 그가 이러한 지금 현재의 한국 상황에 대한 해결의 단초를 열어주기때문일 것이다.

오리엔털이라는 변두리가 아니라, 우리의 역사속에서 문사철과 인문 자연과학을 뛰어넘는 화려한 지적 스케일로, 기존의 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는 노마디즘의 여정처럼, 혼돈기를 극복하려 시도했던 그의 모습은 현실의 테두리를 신랄하게 비꼬며 유머스럽게 풍자한다.

‘열하일기를 만나기 위해 학문의 길을 걸어온 것 같다’라고 말한, 자칭 고전평론가 1호인 고미숙 씨의 알기쉽고 시원시원한 글솜씨에 엄숙한 유학자 박지원은 얄개 연암으로 다시 탄생한다.

고전을 현대의 관심과 눈높이에 맞추겠다는 리라이팅 시리즈의 첫 번째로 등장한 연암의 풍모는 300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는, 우리 역사의 지적인 흐름에서 현재의 모습을 반추하는 신선함이 베어있다.

이번의 17대 국회의원 선거라는 공간에서 정치적 경제적 변화기를 예고하는 또 다른 박지원의 후손들을 만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권 태 식 (서울구로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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