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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1999.09.13 00:00
  • 호수 290

노인의 자리, 노인의 달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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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자리

UN이 정한 세계노인의 해 1999년, 한국노인의 달 10월 특집



노인, 권리도 의무도 빼앗긴 존재

언제까지 주변인으로 볼 것인가



고령화 추세 세계 1위인 대한민국

한국 노인인구 비율 6.8%, 당진은 무려 10.7%





무의탁·저소득층노인 문제 뿐 아니라 노인폭력·무단방치·치매 등 무방비

중산층 이상 노인도 마찬가지, 사회참여·사회복지 행복한 노년의 자좦는 없다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인구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14%에 이르는 사회를 좥고령화 사회(aging society)좦라 부른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노인인구는 전체인구의 6.8%로 적어도 내년에는 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예정이다. 또 UN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3년 후에 노인인구 14% 이상인 완전한 좥고령사회좦로 접어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 노인인구 7%에서 14%에 이르는 데 걸리는 기간이 우리나라가 가장 짧아 유례없이 급속한 노령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표1>.



노인이 불행하면 청장년도 불안하다



이처럼 고령화 사회를 코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노인문제는 더이상 해결을 미룰 수도 없고 미뤄서도 안되는 중대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올초 재단법인 세계 노인의 해 한국조직위원회가 가진 좥청와대 노인회의좦에서도 이 의제가 진지하게 다루어졌다. 이 자리에서 다루어진 이야기의 핵심은 이것이다.

좥노인복지는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노인인구가 증가하므로 노인이 불행하면 국민이 불행하고 노인이 행복하면 국민이 행복한 것이다. 노인복지가 소홀해지면 노인 뿐만 아니라 현재의 청장년에게도 (미래에 대한) 불안을 주어 사회의 건전한 발전에 지장을 준다.좦

올해 열린 제10회 전국사회복지대회에서도 좥21세기 한국노인복지의 증진과제와 전망좦이라는 주제발표가 있었다. 여기에서는 ‘지난 30년간 노인문제가 끊임없이 사회문제로 제기되고 해결책도 제시되어 왔으나 이에 대한 국가의 대응책은 실로 가족의 역할을 보충해주는 수준의 소극적이고 미온적인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사회변동의 가속화와 국가의 이러한 소극적 대응으로 노인문제는 더욱 심각해져서 전 노인계층에게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회의 발표자 서울대 최성재 교수는 “언제까지 성장위주의 국가발전전략이 되어야 하고 이 성장위주의 국가발전의 목표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선진국인가 아닌가 하는 지표는 단순히 국민의 경제력만이 아니라 그 성장의 결과를 국민과 더불어 나누는 정도도 포함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국가발전이 가치를 가지려면 사회적 약자와 나누면서 국민의 공통적 복리를 증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더이상 국민에게 분배되지 않는 경제성장은 정당화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인구 280만명이 의무와 권리에서 소외



최 교수는 또 노인복지정책이 지향해야 할 가치관과 원칙으로 좥효(孝)를 사회적·국가적 차원에서 실천하는 것좦을 들었다. 국가는 오늘의 발전된 사회를 있게 한 노인세대들의 노력에 대해 보답해야 하고 그러한 보답이 바로 국가의 가치와 윤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사회의 실상은 이런 방향에서 너무 동떨어져 있다. 사회구성원으로서 노인들이 가지는 욕구를 수용할 재교육이나 사회참여 시설·환경이 전혀 마련되지 않은 채 철저히 개인이나 가족의 의지에 생을 내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사례5>와 같은 일반적인 경우 뿐 아니라 그보다 훨씬 심각한 앞의 사례들도 대부분 사회적으로 방치되고 있다. 4천만 인구중 무려 280만명이 넘는 노인인구가 교육과 근로·행복이라는 의무와 권리에서 제외되어 있는 셈이다.



당진 노인인구,

한국 평균 훨씬 넘는 10.7%



그런데 우리나라의 평균 고령화 추세를 볼 때 이처럼 중대한 노인문제는 당진의 경우 훨씬 더하다고 볼 수 있다.

당진군의 인구현황을 보면 98년 12월말 현재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1만3천409명으로 군 전체인구의 10.7%를 차지하고 있다. 노인인구 7%를 고령화 사회의 척도라고 본다면 당진군은 이미 한참 전에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머지않아 노인인구 14%인 고령사회로 진입할 참이다<표2>.

그만큼 지역사회에서 노인문제가 가지는 비중이 큰 것이다. 지역발전과 복지정책을 추진하는 데도 노인문제를 훨씬 비중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무의탁 노인정책도 관계형성에 둬야



그동안 사회적으로 이루어져온 노인복지정책은 일반적으로 약자보호차원에서 시행된 무의탁노인과 극빈층 노인에 대한 정책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 노인을 대상으로 한 정책 또한 경노당 정책이 전부였다.

그러나 무의탁노인 정책은 이제는 생계비 조달 수준을 넘어 사회적·인간적인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정당한 사회구성원 대우를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유일무이하게 집중 자원된 경노당 사업으로 군내에도 223개소나 되는 경노당이 있다. 그러나 경험과 교육능력이 있는 운영자나 노인 재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되지 않아 경노당 사업은 오히려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는 지적이다.

적절한 지도·운영이 뒤따르지 않아 경노당은 그저 하루를 소일하는 장소로 여겨져왔다. 또 끼리끼리 모이는 풍토를 바꾸지 못한 채 먼저 선점한 노인그룹의 회합장소로 이용되거나 노인들에게 운동부족, 상호 위화감 조성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동안 수십, 수백억의 예산이 투입된 경노당 사업은 노인들의 욕구에 부응하는 내용을 담아내지 못한 채 수없이 많은 그릇만 도처에 늘어놓은 결과를 낳게 되었다.



심각한 노인문제도 여전히 개인의 책임



앞의 사례들에서도 보듯이 노인문제는 너무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심각한 문제의 하나는 이런 모든 문제들이 아직도 전적으로 개인과 가족의 책임으로 여겨지는 데 있다.

그러나 사회복지는 좥사회구성원의 복지를 사회구성원 전체가 연대하여 책임을 진다좦는 원칙에 의거하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1차적 주체는 개인과 가족이 아니라 국가이다. 노인들의 기본적이고 공통적인 욕구는 국가가 주도적으로 대응하고, 그보다 수준 높고 다양한 욕구는 민간이 주도하는 가운데 국가가 이를 후원하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에는 노인들이 원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재교육시설이나 보호시설이 원천적으로 부족하다. 또 노인의 근로욕구와 사회참여욕구도 해소될 통로가 없다. 이것은 대다수 노인들의 불행의 원인이며 차세대 노인들의 불안의 씨앗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보건복지부가 보건소를 통해 시도하고 있는 좥치매노인관리좦, 좥정신보건사업좦 등은 노인의 보건과 복지서비스를 통합하려는 바람직한 시도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이것도 시도단계여서 전문가나 지역봉사자원과 넉넉하게 연계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배우고 일하고 봉사하며 사회적인 가치를 느끼는 존재이다. 물론 그래서 건강이 노인들의 최우선 관심사다.

노인들이 건전한 사회관계 아래 배울 수 있는 곳, 일할 수 있는 곳, 그리고 자원봉사의 보람을 얻을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필요하다. 노인보건·복지망의 확장, 노인 재교육을 위한 시설·자원봉사인력의 확충과 세분화도 절실한 과제다.





노인의 자리를 보여주는 사례들





■사례1 : 당진읍의 한 할머니는 아들내외가 장만해준 커다란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다. 며느리는 일주일에 한번 반찬을 가지고 와 냉장고에 넣고 간다. 그러나 할머니에게는 큰 집도, 맛있는 음식도 소용이 없다. ‘풍’으로 몸 반쪽을 움직일 수 없는 할머니에게는 화장실 가는 일이 제일 큰 노역이다. 물 한 모금도 생각해보고 마셔야 할 지경이다.



■사례2 : 지난해 말 군내에서는 한 강도상해사건이 발생했다. 부모없이 조부모 슬하에서 자란 이○○(17세)이 자신의 친구와 함께 흉기를 들고 할머니의 가게방에 침입, 돈을 달라고 위협해도 이에 불응하자 할머니를 구타한 뒤 담배 20갑을 훔치고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사례3 : 할머니 김씨(82세)는 노인성 치매로 기억력 장애를 겪고 있다. 다행히 아직 초기상태라 아들(44세)을 돌보고 있는데 교통사고로 거동불편에 뇌졸증을 앓고 있는 아들은 피해망상 때문에 가끔 자신의 어머니를 때리고 늘상 구타할 태세다. 소식을 들은 당진군 보건소측의 도움으로 할머니는 치매노인 보호시설로 보내졌다.



■사례4 : 뇌졸증을 앓던 시기를 포함해 10년째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77세)는 남편과 단둘이 연립주택에서 살고 있다. 할머니는 인체기능이 거의 망가져 사람도 몰라보고 욕을 해대고 대소변도 못가리신다. 할아버지도 혼자 부인을 돌보는 데 지칠대로 지친 상태지만 치매노인시설에 대한 편견과 불신 때문에 입원 하루만에 도로 퇴원시켜 할머니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



■사례5 : 올해 72세 된 이(李) 할아버지는 아들 며느리가 잘 하는데도 집에 있기가 편치 않다. 젊어서 교사생활을 했고 지금도 잘 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도 없고, 자식들 한테도 짐만 되는 것 같다. 더 흉해지기 전에 죽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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