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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수-그들이 가족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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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가족노래자랑과

빗속에 시연된 줄타기를 보았더라면



이인수

(주)가원조경 대표

상록문화제 총무이사





우리고장의 금세기 마지막 축제가 막을 내렸다. 성년을 넘긴 지난 23년 동안 지역주민들의 정서를 담금질했던 상록문화제가 그동안 많은 변화도 보였고, 숱한 애환까지 담으며 성장해 이제는 완전히 우리지역 축제로 자리하고 있다.

이번 제23회 상록문화제에도 어린들에겐 동심과 기량을 마음껏 펼칠 기회가 마련됐고, 청소년들은 잠시나마 공부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스트레스를 해소시킬 장도 있었다. 또 주부들에겐 추억의 가수를 만나 향내나는 젊은 시절을 회상할 수 있게도 했고, 우리네 아저씨들은 오랫만에 친구를 만나 빈대떡 안주삼아 동동주 마시며 회포를 풀 기회도 가졌다.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도 우리가락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신명을 돋구시기도 했으며, 가족 가족 손을 잡고 가족의 정을 돈독히 하는 그런 장도 마련되었다. 또 문학과 음악, 미술, 사진, 서예 등 문예부분의 다양한 행사를 통해 어느 정도 문화생활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기회도 있었다.

이처럼 우리 상록문화제는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지역주민들의 큰 잔치로 자리매김을 한 것이다. 물론 아쉽고 부족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역의 가장 큰 문화축제이면서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지 못하는 점과 일부행사가 홍보 및 준비부족으로 주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점은 옥에 티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과거의 관주도 문화행사에 익숙해 있는 일부 기성세대와 고정관념 및 관행을 고집하는 일부 보수계층을 설득·포용하지 못하여 함께하지 못하는 점이 못내 아쉽다.

청년정신과 미래지향적인 상록수 정신에 따른 집행위측의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프로그램 개편과 운영방식은 일부 주민들에게 너무 낯설고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하기도 했다. 좀더 설득하고 계몽하는 데 노력하지 못한 점이 아쉽고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좀더 많은 계층의 지지를 못받는 점이 아쉽다.

특히 지방일간지와의 불협화음으로 좋은 행사를 홍보하지 못하고 욕되게 했던 점은 꼭 한번 우리 모두 깊이 생각해볼 문제다. 집행위측의 성의부족도 문제지만 지역문화제를 함께 이끌고 갈 책임이 있는 언론이 감정을 앞세워 누워서 침뱉기식의 보도를 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하고 싶다.

시작도 안한 행사를 놓고 어거지 비난을 하기보다는 가족의 애틋한 정을 듬뿍담고 새출발을 한 가족노래자랑 및 주부들의 아우성과 30~40대 추억이 어우러졌던 가수 최백호 공연을 보았다면 새로운 시각으로 상록문화제를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금세기 마지막 축제를 아쉬워하듯 내리던 비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연된 줄타기 공연을 보면서 탄성을 자아냈던 그 얼굴들을 봤다면 평가를 달리 했으리라 생각한다. 또한 ‘귀천’을 쓴 고(故) 천상병 시인의 시집을 사 읽고, 농촌지역에 살고 있는 우리가 접하기 힘든 째즈피아노와 관악합주단의 연주를 보며 잔잔한 미소를 띄웠던 중년의 관중과 함께 했다면 허물을 용서하는 마음도 생겼으리라 생각한다. 또 국악연주의 애국가를 듣고 없어지는 갯벌과 어장을 아쉬워하며 항만개발이란 희망을 담은 조형물을 봤다면 조금은 우리고장과 우리지역 문화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으리라 짐작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길거리 한복판 탁트인 공간에서 파전과 조개국물을 안주로 정이 담긴 탁주 한잔 하면서 정담을 나눴다면 마음속의 앙금도 깨끗이 없앨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 1쳔년대 마지막 축제는 그 막을 내렸다. 새로운 천년을 맞을 준비를 할 때다. 진지하게 고사리 같은 손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붓글씨를 쓰던 어린이들의 모습을 봤듯이 우리의 미래는 밝다.

서로를 용서하고 우리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우리고장의 자랑인 기지시줄다리기는 전통민속축제로 키우고 상록문화제는 현대문화예술축제로 키워나가야 하겠다. 여기에는 예산확보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지만 무엇보다 우리모두의 관심과 사랑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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