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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돼지(1992)
2004년 06월 04일 () 14:03:00 webmaster@mjmedi.com
   
 
“파시스트보다 돼지가 좋아”

일본은 만화·애니메이션의 천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다양한 작품들을 쏟아낸다. 수량은 물론 작품에서 보여지는 스케일이나 세밀한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만화(영화)는 아이들 전용’이라는 말을 무색케 한다.

또한 일본 만화(영화)가 명성을 이어가는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독자(관객)층과 소재가 다양하다는 것. 어린아이들이 좋아하는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이나, 소년·소녀들이 환호하는 공주·로봇·괴물에서부터 성인물까지 아우르고 있다. 또한 이 사이에는 저녁시간에나 나올법한 가족용 드라마와 복잡한 구조의 SF물, 심리스릴러 등도 있다. 기존 영상물과의 차이는 표현방식일 뿐이라는 듯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작품을 생산해 내고 있다.

‘붉은 돼지’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만든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다섯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사람이 돼지로 변한 이 작품은 우화의 영역에서 스토리를 전개하면서도, 액션에 대한 낭만적인 해석은 누아르의 성격마저 내 뿜는다. 마치 총질과 난투극이 로맨틱하게 묘사되는 헐리우드의 갱영화가 풍기는 분위기를 연상케하는 것은 성인들의 입맛꺼리.

주인공 포르코는 원래 1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 공군 소속의 잘 생긴 파일럿이었다. 전쟁에 회의를 느껴 스스로 마법을 걸어 돼지가 되어 빨간 비행기를 타고 현상금 걸린 공적(하늘의 해적)을 쫓으며 산다.

인간이었을 때 사랑했던 여인과의 추억에 젖어 살기도 하는 이 돼지는 국가를 위해 기부할 것을 권유하는 은행원에게 ‘애국은 인간들이나 하는 것’이라 대답하고, 왜 돼지가 됐냐는 질문에 ‘파시스트보다 돼지가 낫다’고 응수해 버리면서 자유롭게 창공을 날아다닌다. 세상이 어지러울지라도 얽매임 없이 자유로울 수 있는 이 돼지는 자유인 그 자체. 붉은 돼지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20년대 말, 붉은 돼지 포르코는 지중해 무인도에 살면서 공적을 소탕하며 산다. 공적은 포르코에 대적하기 위해 미국인 비행기 조종사 커티스를 고용한다.

커티스와 대결하던 중 비행기가 파손되자 포르코는 비행기 제작자인 피콜로를 찾아간다. 피콜로의 손녀 피오가 비행기 수리를 맡게 되는데 이 와중에 커티스가 피오에게 사랑을 느낀다. 결국 커티스와 포르코는 피오를 사이에 두고 결전을 벌이게 되는데…
(DVD 출시 2004년 5월말)

오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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