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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1999.11.01 00:00
  • 호수 296

농민에 도움된다면 거름이 되어도 좋겠다는 사람 - 당진군농업기술센터 지도사 김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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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군 농업기술센터 지도사 김정철

농민에 도움된다면 거름이 되어도 좋겠다는 사람



식량작물분야에서만 10여년

우수한 종자 확보위해 천리길도 마다않는 열정

성실과 헌신성, 전형적인 농촌지도사로 꼽혀



‘진국이다’

‘전형적인 농촌지도사’

‘헌신적인 사람’

그의 이름 앞에는 항상 이런 찬사가 따라 붙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공직자상의 실체(?)로 농민들은 물론 동료들 사이에서도 주저없이 손꼽히는 사람. 당진군 농업기술센터 김정철(41세) 지도사를 만났다.

작은 체구에 농사꾼보다 더 소박해 보이는 웃음이 인상적이었다.

“그렇게들 좋게 봐주시니 고맙네요.”

그를 만나러 온 이유를 말하자 예의 사람좋은 웃음을 보이며 그렇게 말했다. 잠시 침묵... 그는 상대방이 말을 꺼내기 전엔 먼저 대화를 주도하지 않는 사람인 듯했다. 아하, 그래서 이 분이 드러나질 않았구나. 자기 자신을 알리는 일엔 솜씨가 없어서...

그렇지만 그가 맡고 있는 분야에 관한 얘기라면 마치 책을 꿰고 있는 듯이 ‘술술’ 대화가 이어졌다. 식량작물분야에서만 10여년. 병충해 방제와 우량종자보급이 주로 그가 연구해온 분야였다.

병충해 방제기사, 식물보호기사. 벌써 2개의 자격증이 있으며, 올해엔 종자기사자격증 시험에도 도전해 1차 합격을 받아놓은 상태다. 위에서 지시하는 일만 별탈없이 수행하고 적당히 현실에 안주하는 공무원이 아님을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우수한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유전적인 요소와 환경, 기술 이 세가지가 잘 맞아 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유전적인 요소가 가장 중요하죠. 종자전쟁시대라는 말도 그래서 나온 겁니다.”

그는 특히 벼종자 보급업무에 남다른 사명감과 의욕을 갖고 있었다. 재해에 강하면서 수확량이 높고 밥맛도 좋은 품종을 도입해 보급하는 일이 그의 지상과제다. 특히 올같이 기상이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 해를 거듭할수록 잦아지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재해에 잘 견디는 품종을 선택하는 일. 그는 주저없이 대산·동안벼를 추천했다.

왕복 10시간이 넘는 거리인 전북 고창·부안등지를 서너번씩 왕래하면서 구해왔다는 대산벼는 시험재배를 마치고 지난해 농가에 보급해 호평을 받은 품종이다. 도복피해가 거의 없고 수량도 많아 농가들로부터 ‘엄청 나온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그는 지도사로서 가장 뿌듯한 순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물론 난처할 때도 없지 않았다. 5년전쯤, 중생종인 장안벼를 공급했을 때였다. 이삭이 나올 때 비가 많이 내려 도열병이 번졌다. 즉각 종자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며 해명하라는 항의가 들어왔다.

“어떤 품종이든 장단점을 함께 갖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취약점을 사전에 파악해 대처해야 한다는 거죠.”

그는 대산벼도 재해엔 강하지만 도열병엔 약하다는 것을 지적했다.

그보다 아쉬운 것은 농가들이 원하는 만큼 충분히 종자를 보급해주지 못한다는 것. 그래서 농가들이 자율적으로 종자교환을 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어느 농가가 어떤 종자를 갖고 있다는 정보는 물론 그의 수첩안에 죄다 적혀있다.

합덕 대전리가 고향인 그는 합덕농고와 예산농업전문대를 거쳐 일찍부터 농업분야에 몸담았다. 종묘회사에도 있어 보았고 경기도에 있던 영지버섯농장에서 재배사로 일한 적도 있었다. 농촌지도사로 나선 것은 87년부터.

애써 연구하고 새로 수집한 기술을 농가에 보급해 좋은 반응을 얻었을 때 새록 새록 느끼던 보람이 10여년간 흐트러짐없이 지도사로 일하게 한 원동력이었다고 한다. 그의 모든 일상은 농업, 즉 생명체를 키우고 가꾸는 일로 채워져 있다.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도 시범포에 나가 농작물을 관찰하는 것이고, 퇴근 후에도 농업서적을 뒤적이는 일이 취미처럼 몸에 배었다고 한다. 끊임없이 파고 들어 연구하는 학자스타일이다 싶으면서도 농민들과 허심탄회하게 막걸리 한 잔 나누고, 물장화 신고 논에 들어가 함께 일하는 것이 가장 즐겁다는 얘길 들었을 땐 영낙없는 농사꾼 체질이 아닌가도 싶었다.

“사실 새로운 기술을 농민들이 더 먼저 연구·개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창의력이죠. 그러나 종전의 영농법만을 고수한다면 경쟁시대를 헤쳐나가기 어렵습니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시험해보는 데 인색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는 농민들에게 자신의 존재가 도움이 될 때까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하겠다고 한다. 농업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거름이 되어도 좋겠다는 사람, 물론 그러기 위해서 그는 더 많은 시간을 이론과 현실의 거리를 좁혀 나가는 데 투자할 것이다.

이명자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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