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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어른 모셔 음식 대접한건 당연한 일 아닌가요? - 행운가든 한천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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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꼭 봄햇살 같은 따스한 빛이 한쪽면을 차지하고 있는 유리창을 통하여 식당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깨끗하게 청소된 방과 정돈된 식기들이 주인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듯하다.
고대면으로 들어가는 길목의 샛길로 가다보면 정말 행복이 가득 묻어 날 것 같은 가든이 하나 나온다. 그곳의 이름은 행운가든이고 주인은 거슬림없는 웃음을 언제나 달고 다니는 한천순(56세)씨이다. 벌써 식당일에 몸담아온지 어언 10년이 흘렀다. 당진시내에서 8년동안 같은 이름으로 작은 식당을 운영하다 이곳에 터를 잡은지는 2년째.
한씨는 손님들이 오셔서 맛있게 음식먹고 또 찾아주고 하는게 좋을 뿐이다. 이곳을 찾는 손님은 오리탕이 특별하고 우거지해장국도 별미라며 칭찬한다. 오랫동안 같은 일을 해온 것 말고는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걸 보니 그것이 바로 손끝에서 우러나는 진짜 음식맛이겠지 싶다.
그러나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의 목표가 음식 때문만은 아니다.
그럼 또 무엇이 있을까? 이곳을 돌아다니다 만난 지역의 어르신네들중 한씨를 모르는 분은 없다.
한 노인은 “우리가 가진 것이 없어 돈으로 무엇을 해줄 수도 없고 마음만 안타까워”하며 말씀하시기도 한다. 이유인즉 해마다 식당에 마을노인들을 모셔다 식사를 대접하고 경노당에서 봉사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각박하고 자기만 아는 세상에 흔하지 않은 일임에는 분명하고 널리 알려 귀감이 되게 하여야 한다는 생각에 찾아갔는데 “이러면 안돼요. 부끄러워서 하던 일도 못한단 말이에요”하며 고향분 모셔다 놓고 식사한끼 대접한 건 당연한 일일 뿐이라고 말한다.
한씨는 젊어 시집와 몰락한 집안에 4남매를 두고 집안살림을 혼자 도맡으며 이끌어가야 할 위치에 있었다. 남편이 신경통으로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9년동안이나 보험회사에도 다녔다. 집안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생각에 보험가방을 메고 논두렁 밭두렁을 뛰어 다녀도 즐겁기만 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를 어렵게 하는 일만 닥쳐왔다. 세째 아들이 사고로 죽게되고 남편 역시 지병이던 신경통을 앓다 저세상으로 간 것이다. 팔자가 사나운 탓이라고 자책도 하며 물 한모금 마시지 못하고 병원에 입원까지 하였다. 그러다 꿈을 꾸었다. 아들이 만발하게 피어있는 꽃밭에서 물을 주고 있는 모습과 집에서 방을 덥히느라 불을 지피고 있는 꿈이었다. 퇴원해서 바로 불을 지핀 그 자리에 이불을 깔고 누었다고 한다. 천당에 갔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열심히 살기 시작하였다.
남이 팔려고 내논 것을 소개시켜주다 직접 운영하게 된 식당. 경기가 어려워 그동안 같이 일하던 사람도 줄이고 지금은 아들과 아주머니 한분이 그 큰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지난번엔 석문면 할머니들을 모셔다 식사한끼를 대접하였고 주기적으로 항곡리 경노당을 찾아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공짜로 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대접하고 싶다고 얘기했는데도 더이상 신세만 지면 거절하겠다고 하시는 통에 한그릇에 천원씩 받아요. 죄송하죠.”
그녀는 그렇게 남을 도와주는게 마냥 좋고 또 즐거워하는 어른들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
“젊어서는 혼자있어도 좋고 또 할 일도 많지만 늙어지면 외로운 마음이 들거예요. 그래서 식사라도 한끼 대접하고 싶었어요. 또 자식들이 엄마 이렇게 하는 것 보면 나름대로 많이 배우겠죠.”
한씨는 요즘 사람들이 너무 인정이 없는 것이 가슴 아프다. 서로서로 남을 도와주며 아껴주는 사람이 많이 있었으면 하고 바란다. 그녀의 일상은 아침일찍 일어나 뒷산에 올라가 부처님께 기도하는 것에서 시작하는데 경제가 하루빨리 회복되는 것과 장남이 착하고 성실하게 생활하는 여자를 만나 결혼했으면하는 기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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