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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웃의 밥줄 이야기 6]
원당초등학교급식실 회계조리사 강명옥 씨
“1500명 아이들 점심 책임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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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양파, 당근, 파 100kg 손질은 기본!
“손목 아프고, 발 시려도 내 아이를 ‘먹여 살린다’는 보람으로 일해요”

[편집자주] 우리 주변에는 사회의 지독한 편견 속에서도  꿋꿋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많은 이가 손사래 치며 꺼리는 일을 자부심을 갖고 해내고 있는 이웃들. 본지는 새해를 맞아 이동권 씨의 <우리 이웃, 밥줄 이야기>를 모티브로
당진에 사는 이웃들을 만나 그들의 직업이야기를 들어 봤다.

강명옥 씨는 1500명 학생과 80여명 교직원의 한 끼 식사를 책임지는 ‘엄마’다. 강 씨는 매일 아침 ‘우리 아이 먹을 밥’이라는 마음으로 음식을 만든다. 그러니 아이들이 김치는 먹지 않고 고기만 찾으며 반찬 투정을 할 때면 내 아이를 보는 양 속이 상한다. “맛있게 많이 먹어야지~ 쑥쑥 키도 크는 거예요~ 골고루 먹어야, 튼튼해진단다.” 급식판을 들고 배식대를 지나는 아이들에게 웃으며 건네는 인사에도 ‘엄마’ 마음이 담겼다.
강 씨는 원당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일한다. 12명의 조리원들과 함께 학생과 교직원들이 먹을 점심을 만드는게 강 씨의 일이다. 그녀는 몇 해 전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딴 덕분에 조리원들 중에서도 총 책임을 맡는 회계조리사로 일하고 있다.

조리원 경력 18년 베테랑
아침 8시, 강명옥 씨는 급식실에 도착하자마자 영양사가 제작한 일주일 급식단을 확인한다. 다음에는 당진시학교급식지원센터에서 배달해 온 식재료를 하나하나 점검한다. 당진은 지난해부터 지역농산물을 위주로 당진시학교급식지원센터를 통해 전 학교에 배달되고 있다. 덕분에 아이들은 가정형편에 상관없이 질 좋은 급식을 무상으로 먹을 수 있게 됐다.
보통 하루에 다듬는 식재료의 기본 단위는 100kg! 대부분의 음식에 들어가는 마늘, 양파, 대파, 당근만 따져도 100kg는 족히 넘는다. 무게가 나가는 고기나 배 같은 과일은 한끼 분량만 각각 100kg에 달한다. 엄청난 양의 식재료가 학교 급식실에 도착하면 조리원들의 손이 분주해 진다. 야채는 씻고 썰고, 고기는 핏물을 제거한다. 기본 손질이 끝나면 조리에 들어가는데 강 씨는 이때 조리원들의 총 책임자로 간을 보거나 음식 맛을 내는 일을 책임진다.
“아들이 올해 25살인데 초등학교 1학년 입학할 때부터 급식실에서 일했어요. 그러니 벌써 18년이란 세월이 흘렀죠. 아들, 딸 모교에서 오랫동안 조리원으로 일했어요. 우리 아이가 먹는 음식이니 오죽 깔끔하고 정성들여 만들었겠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죠. 한참 자랄 나이에 아이들이 먹는 밥이니 청결이나 위생에 있어서는 어떤 식당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신경을 써요.”

급식실 아줌마에서 조리원까지
아침 8시에 출근해 오후 4시가 넘어서야 퇴근하는 강 씨는 8시간을 급식실 안에서 지낸다. 점심식사를 준비하는 것이 일인 만큼 조리원들은 점심시간이라는 게 따로 없다. 10시50분까지 1600인분의 식사를 준비해 둔 후 조리원들의 점심식사가 시작된다. 11시10분 급식  시작 전까지 복장을 갖추고 배식 준비를 마쳐야 하기 때문에 조리원들의 이른 점심식사는 언제나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식이다. 물론 급식이 끝나고 나면 1시간 정도 쉬는 시간이 있다. 8시간을 부엌에서 보내야하니 힘든 점도 많다.
“불을 늘 가까이 하다보니 여름에는 더워서 하루에 샤워를 몇 번 해야 할 정도고, 물도 늘 가까이 하니 겨울에는 손발이 시리죠. 특히 칼을 많이 써야 하니까 오른 손목이 아픈사람이 많죠.”
강 씨는 “그래도 요즘은 급식실에서 일한다고 업신여기는 이들은 없어졌다”며 “학교급식 초기에는 ‘급식실 아줌마’로 불리며 은근히 천시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10여 년 전만해도 학교 급식은 학부모들이 돌아가면서 담당했었어요. 그 당시에는 사정상 급식을 하러 가지 못하는 엄마들에게 돈을 받고 대신 급식 일을 했죠. 대우도 제대로 받기 어려웠어요.”
강 씨는 “최근에는 조리원들의 처우 개선과 인식도 좋아져 오히려 하고 싶어 하는 주부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올해부터는 회계조리사들을 위한 처우개선도 이뤄진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요즘 아이들 인스턴트 좋아해"
강 씨는 하루 종일 부엌에서 앉았다 일어났다, 1600인분을 준비하느라 몸은 힘들어도 일할 수 있다는 즐거움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을 어느 정도 키우고 나면 주부들이 마땅히 할 일이 없잖아요. 돈을 버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언가 자신이 할 일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중요하죠. 그런 면에서 매일 아침 출근해 일할 곳이 있다는 게 참 좋아요. 일은 힘들어도 몸이 건강하니 다행이죠.”
강 씨는 “요즘 아이들이 인스턴트를 좋아하고 김치는 잘 먹지 않는게안타깝다”며 “학교에서는 영양사가 칼로리까지 생각해 구성한 급식을 정성스레 만들어 아이들에게 먹이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급식을 더 많이, 맛있게 먹어 주었으면 좋겠어요. 조리원들과 회계조리사들의 처우도 더 좋아졌으면 좋겠고요. 특별히 바랄 게 있나요. 일할 수 있을 때 열심히 살 수 있길 바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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