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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생각하며/남연숙 본지 모니터-정치와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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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여성



미국 클린턴 대통령의 초임시절, 엘리트 미국여성들 사이에는 전례없이 적극적으로 정치에 개입하는 힐러리여사에 힘입어 공공연히 유행되던 우스개 소리가 있었다고 한다. 만약 이 세상을 남자들에게 맡기지 않고 여자들에게 맡겼다면 이보다는 훨씬 더 좋은 세상이 되었을 것이니 한번 여자들이 정치판을 쥐고 세계사를 이끌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내용이었다.

요즘같은 세상에 우리나라의 심각한 경제상황과 이어지는 심상치않은 세계 경제의 흐름에서부터 지역단체장과 의원을 뽑기 위한 지방자치선거에 이르기까지 그 양상을 지켜보면서 몇년전에 미국에서 유행했다던 그 우스개 소리라는 것을 떠올렸다.

지난호에 실린 김대희님의 글을 인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에 대해 다음과 같이 피력했다.

“말 그대로 제 고장 살림을 꾸려갈 최적임자를 고르는 순수한 주민잔치로 끝나도록 지역민들에게 맡기면 그만일 것을 왜 온 정치권이 나서서 당리당략이 판을 치고 지역할거도 모자라 소지역주의까지 서슴지 않고 망국적 지역감정을 부추기며 과열과 혼탁으로 몰고 가는가?”

이는 많은 사람들의 심정을 아주 잘 대변해주었다.

그러나 후진성을 못벗어나는 우리의 정치적 양상이 어디 위와 같은 것 뿐이겠는가? 여성이 차지하는 정치가의 비율이 세계 하위에 머무는 우리나라답게 과연 많은 후보가 난립했던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여성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자신의 분수를 잘 알아 자격미달이라는 것을 일찌감치 인식할 줄 아는 여성들이 많아서일까?

북유럽국가들에서는 정계에서 활동하는 남녀의 비율이 거의 비슷하다. 그곳에는 여자와 남자가 똑같이 학교에 들어가듯 정치를 하는데 남녀 성별을 의식하는 것조차 참으로 이상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우리에겐 너무나 요원한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우리도 만들어야 할 자연스런 정치적·문화적 풍토임을 여성들은 특히 알아야 할 것이다.

띠를 두르고 혹은 전화를 하며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던 많은 여성들을 보았다. 이제 선거가 끝났고 그들의 소임도 끝났으니 다시 가정의 현모양처로 돌아가 있을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운동가인 이효재 선생은 이 시대 교육받은 한국여성의 비민주적 모성역할과 가족 이기주의에 대해 아래와 같이 날카롭게 지적했다.

“한국 여성들은 왜 가정에만 함몰되는 것일까? 그녀들은 왜 자녀들의 출세와 성공에만 자신의 모든 인생을 거는 것일까?”

그래서 한국여성의 정치활동이 이리도 세계 하위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닐까 한다. 정말로 우리여성들이 심각하게 반성해야 할 점임을 또 강조하고 싶다. 그러나 선생은 그 원인규명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분단현실과 남성지배층에게 구조적이고 일차적인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제 한국 남성들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들이 독점해온 우리의 정치수준이 아직도 그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으니 이제 여성도 역사속의 사람임을 인정하고 그 역할을 여성에게 넘겨주는 것이 어떻겠냐고. 그리하면 적어도 이보다는 더 나아질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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