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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1998.05.04 00:00
  • 호수 222

종교칼럼/박용완 탑동감리교회목사-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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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희망을 바라볼 때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전교 운동회를 준비하면서 덤브링의 3층 쌓기의 맨 꼭대기에서 떨어진 적이 있었다. 친구들의 무등을 타고 어깨위에 서는 것이 왜 그리 떨리고 발바닥이 간지러웠는지 몰랐었다. 밑에서 조금이라도 흔들거리기라도 하면 맨 위에 올라 서 있는 나에게 전달되어 등에 땀이 나고 다리를 떨리게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연습시 나는 그 높은 곳(?)에서 떨어지고 말았는데 그것은 선생님의 금기사항을 어겼기 때문이라고 기억된다. 선생님은 절대로 밑을 바라보지 말고 교무실 앞에 있는 국기봉을 바라보라고 귀가 닳도록 외쳐대셨다. 그러나 내가 밟고 있던 친구들의 어깨가 흔들리면서 내가 무심코 아래를 보자마자 갑자기 어지러워지며 겁이 나서 주저 앉았고 밑에서 떠받치던 친구들과 함께 무너졌다.

“야! 이놈아 땅을 쳐다보지 말랬잖어.”

툭툭 털고 일어서며 우리들은 깔깔거리며 웃었었는데...

그때가 갑자기 생각난다. 다리를 딛고 서 있던 기초가 흔들리니 당연히 땅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지만 그것 때문에 탑이 무너지는 것이 우리의 삶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우리네 현실은 매일 매일 답답하고 슬픈 이야기들이 줄을 잇는다. 같이 신앙생활하는 교우들의 가정을 방문하면서 느끼는 파고가 대단한 것 같다.

“남편이 직장에서 명퇴할지도 모른대요.” “보너스가 없대요.” “감봉됐어요.” “장사가 너무 안돼요.” “그 집요, 남편이 직장잃고 난 후 인천으로 이사간지가 한달쯤 됐지요.”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식구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를 어지럽게 하는 이유를 실감한다. 추락하지 않고 오늘을 이겨나가는 지혜는 우리의 시선을 어디에 두느냐에 있다. 지금은 희망을 향하여 시선을 둘 때이다.

고대 이스라엘 역사의 최상의 끝, 멸망 7~8개월전 57세의 예레미야 선지자는 조국의 다가오는 불길한 심판을 예언하다가 옥에 갇혔다. 그러던 어느날 숙부의 아들 사촌이 찾아와서 말하였다. “아나돗(예레미야의 고향)에 있는 내 밭을 사시오.” 나라가 적에게 포위되어 완전히 짓밟힐 것이 확실시되는 때, 너무 불안하고 어지러운 때, 그것도 옥에 갇힌 그에게 밭을 사라는 어이없는 이 부동산 흥정에 대해 예레미야는 하나님이 주시는 희망의 섭리를 깨닫는다. 그리고 만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매매계약서를 쓰고 그 밭을 산다. 단순히 밭을 샀다는 의미보다 지금은 답답하고 슬프고 암울한 현실이지만 희망의 끝이 계속되는 것 같지만 하나님이 계획하시는 그날에 밭을 경작할 수 있다는 시대를 향한 희망의 외침이었다.

오늘날의 불안함은 잠시 후에도 지금의 연장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불안하고 걱정스런 현실에서도 멀리있는 복되고 값있는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주시는 꿈으로만 가능한 것이다. 이 꿈을 볼 수만 있다면 우리는 그렇게 슬프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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