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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김대희 재향군인회장-신언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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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희 당진군 재향군인회장

신언서판(身言書判)

" 지방자치와 주민의 선택 "



지방자치 선거가 요즘 으뜸가는 화두로 올려지면서 지역정가도 모처럼 활기를 찾고 술렁거리지만 어려워진 세태탓인지 가라앉은 열기는 올라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방자치를 흔히 생활자치 또는 주민자치라 하고 풀뿌리 민주주의라 일컫기도 한다. 이는 주민대표들로 하여금 그 고장살림을 꾸려가게 하고 또 바르게 집행되도록 살피게 하여 주민 생활여건 개선과 복지를 증진하며 지역발전을 도모해 나가는 이른바 참여와 책임의 자치행정을 지향하는데 있는 것이다.

군사정권 출현으로 30여년 중단됐던 지방자치가 부활되면서 처음에는 기초와 광역의회만을 구성하는 절름발이로 시작하여 95년 6.27선거 때 자치단체장까지 직선함으로써 외양상 온전한 지방자치의 틀을 갖추게 되었지만 자치행정의 근간인 제도적 개혁 즉, 자치시대에 걸맞는 행정구조개편 및 행정구역 조정이나 재정확충 대책 등과 참신하고 능력있는 지역일꾼들이 고장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여건조성과 같은 사전준비를 소홀히 한채 겉옷만 입힌 정치권의 태만과 무책임으로 그동안 숱한 시행착오와 모순들을 노정시켜온 것이다.

지난 세월의 허실을 냉철히 짚어가며 바람직한 자치정착을 위한 개선방향 모색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한 시점에서 목하 벌어지고 있는 이번 선거전을 지켜 보노라면 우리의 지방자치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러워지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말 그대로 제고장 살림을 꾸려갈 최적임자를 고르는 순수한 주민잔치로 끝나도록 지역민들에게 맡기면 그만일 것을 왜 온 정치권이 나서서 당리당략이 판을 치고 지역할거도 모자라 소지역주의까지 서슴않고 망국적 지역감정을 부추키며 과열과 혼탁으로 몰고 가는가. 후진성을 벗지 못한 정치권이 자치선거에 끼어들게 함으로써 지방자치까지 왜곡·오염시키면서 자치착근과 성장의 걸림돌이 되는 등 그 폐단이 크다는 지적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역에서 진정 필요로 하는 유능하고 참신한 인재가 등용되는 풍토조성은 커녕 지역관이나 정치신념조차 모호한 해바라기성 정치철새들과 명예욕을 앞세운 함량미달 후보들까지 난립하여 가당치도 않은 헛공약 남발과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진흙탕 선거판을 역겨웁게 지켜보며 개탄하는 소리가 높다.

단군이래 최악의 국난시대를 헤쳐나가면서 성숙한 지방자치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역사회를 위해 멸사봉공의 자세로 헌신봉사할 참일꾼을 가려 뽑아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가 주민에게 부여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옛부터 청운의 꿈을 펼치려는 사람에게는 수신제가(修身齊家)를 금과옥조처럼 또 신언서판(身言書判)을 좋은 인재를 골라 등용하는 보편적 기준으로 삼아온 전통적인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신(身)은 이목구비와 신체조건 등의 외모를, 언(言)은 말솜씨를 가늠하는 언변술을, 서(書)는 글을 짓고 쓰는 문필력을, 그리고 판(判)은 사물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을 뜻하는 것이라 풀이된다.

세태의 변화와 함께 이러한 단순 잣대만으로 사람됨됨이와 역량을 올바로 파악하고 적소의 인재를 선별하기 어려울 것이나 공복들이 지녀야 할 기본적 소양과 자질에 해당하는 도덕성과 경륜, 지도력 등을 겸비한 사람이면 손색없는 선량감으로 평가될 터이다.

그러나 정보화·개방화·지방화시대로 본격 진입한 오늘날은 그에 걸맞는 열린 사고와 민주적 자치의식, 지역공동체의 번영을 위한 개혁 마인드와 추진력은 물론 지역의 장래를 긴 안목으로 내다보는 혜안과 통찰력, 미래의 꿈이 담긴 비젼을 제시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 등이 요구되며 특히 중대한 현안들에 대해 보다 중요하게 인식하고 명쾌하게 대처하는 문제의식과 지역관을 지니면서 입지의 불리를 무릅쓰고라도 정치권이나 상급기관 및 토호세력들의 부당한 외압과 청탁 등을 단호하게 물리칠 수 있는 확고한 소신과 철학, 그리고 뜨거운 향토애를 불태워 몸을 던져 봉사할 열정이 더욱 절실하게 요청되는 덕목이라 강조된다.

물론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구비한 인물을 고르기 어려운 게 오늘의 현실이다. 허나 지난날 숱하게 치러온 선거에서와 같이 무책임하고 의미없게 표를 던진다면 우리가 희구하는 틈실한 지방자치 발전은 기대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더 많은 희생과 댓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는 절박한 인식아래 지역문제는 나몰라라 하면서 기득권 유지와 보신, 명예와 이권에 눈이 어두운 부류의 인물들을 철저히 검증하여 가장 깨끗한, 가장 나은 능력을 지닌 참일꾼을 주민대표로 뽑는 현명한 판단과 올바른 선택이 시대적 소명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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