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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바야흐로 한류의 전성시대이다. 중국과 일본 그리고 동남아 위주이던 한국 대중문화의 시장이 유럽과 미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가 이탈리아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더니, 바로 이어 한국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 최고 인기가요로 부상했다.

그런데 <강남스타일>은 지금까지의 한류와는 상당히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기존의 한류는 외모위주, 즉 예쁘고 잘생긴 가수나 배우를 주무기로 내세웠었다. 그러나 반응은 제한적이었다. 소녀시대나 원더걸스와 같은 걸그룹이나, 이병현과 장동건 같은 미남배우 들의 인기는 아시아 대륙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들은 한류스타라는 별칭은 얻었지만 싸이처럼 월드스타라고 불리진 못했다.
그런데 한국에서 가장 못생긴 남자가수라고 할만한 싸이가 기존의 미남 한류스타가 오르지 못한 경지에 올랐다. 인터넷 유튜브 조회수가 3억을 넘었고, 미국 빌보드 인기차트에서 1-2위를 다투었다. <강남스타일>의 인기를 분석하는 기사가 전 세계 언론에 등장했고, 세계적 규모의 각종 TV쇼와 시상식 행사에서 앞다투어 싸이를 초대했다. 싸이를 모르면 외계인이 되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적 성공을 거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어를 몰라도 내용을 이해하고 유쾌하게 감상할 수 있는 뮤직비디오 덕분이다. 흔히 말춤이라고 불리는 고유의 리듬과 율동은 중독성이 강하다고 한다. 외국인들이 가사의 뜻도 모르면서 <강남스타일>을 따라 부르고 춤추는 것이 신기하다고 싸이 스스로도 말한 바 있다.
강남스타일의 가사내용은 간단하다. 낮에는 점잖고 품위있지만 밤에는 화끈한 ‘오빠’와 ‘언니’들의 이야기이다. 그러한 젊은이들의 이중성을 한국의 대표적 부유층 거주지인 강남사람들의 이중적 생활스타일에 비유해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한국 최초의 월드스타를 만든 노래가 세계나 한국도 서울도 아닌 강남이라는 지역을 소재로 했다는 점이다. 밤과 낮이 다른 인간의 모습을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강남구라는 특별한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상에 비유해 만든 비디오가 그 유쾌한 리듬과 독특한 춤사위와 어우러지면서 세계적 히트 상품이 된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부유층 상류사회의 상징으로 선망의 대상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물질주의와 졸부의 상징으로 폄하되던 강남은 싸이 덕분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역이 되었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들이 가장 가보고 싶은 지역 1위가 되었다.

문화라는 것은 인간이 공유하는 생활방식이다. 그렇지만 인종적으로, 국가적으로, 그리고 지역적으로 차별화되는 생활습관이기도 하다. 즉 모든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화가 있으면서도, 다른 국가나 지역에서는 발견될 수 없는 고유한 문화스타일이 있는 것이다. 강남스타일은 각 지역 고유의 문화를 대중화시키고 세계화시키고 상품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문화적 측면에서 지역은 그 국가를 상징하거나 대표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헐리우드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시의 일부 구역이다. 파리의 중심가 샹젤리제는 프랑스 고급도시문화를 상징한다. 지역의 문화적 가치가 국가를 넘어 세계적인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지역사회는 문화적 가치의 경제적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해왔다. 지역경제의 활성화 방식은 산업을 유치하고 토산품을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가을철이 되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역축제가 전국에서 벌어지지만 거의 대동소이하게 진행된다. 특산품판매, 가수공연, 거리퍼레이드, 불꽃놀이의 순이다. 외지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해당 지역의 고유의 문화적 특성을 표현하거나 발굴하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 지역에만 있는 문화, 다른 지역에선 찾아보기 힘든 고유의 문화적 스타일을 발굴, 개발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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