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시론/이민선 새마을지회 사무국장-의미있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미있는 통계



이런 통계가 있다. 1억원의 돈으로 열사람에게 똑같이 1천만원씩 나눠주고 능력껏 재테크한 후 3년후에 다시 만나자고 했다. 물론 열사람의 제반여건이 비슷하다는 전제아래 이뤄진 상황이었는데 3년후의 결과는 원금의 3배인 3천만원 이상으로 부풀려 온 사람이 두명, 1천만원에서 2천만원을 유지한 사람이 네명, 원금유지가 안되거나 빚까지 얻어 쓴 사람이 역시 넷이었다.

외국의 한 예에 불과하지만 일반적으로 어느 경우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어떠한 상황이 되더라도 성공, 현상유지, 실패는 항상 정해진 지분의 룰에 따라 분할된다는 개념이다.

농가부채 탕감이라는 사탕발림에서 한발 물러난 근간의 경감대책은 정부가 여러모로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지만 현정부도 무언가 물꼬를 또다시 잘못 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게 사실이다. 그간 여러 정권을 거치면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농촌을 살려보겠다는 취지로 수십조원의 천문학적인 돈을 맥질해 왔다. 그런데도 애당초 기대했던 개선결과는 아예 불가능하게 되었다. 탁상에서 예산을 무진장 세워놓고 짜맞추기에 급급했으니 당연한 결과이다. 눈 먼 돈이란 세간의 평은 차치하더라도 너무나 숨막히게 틀에 짜여 있었다.

왜소나 비루 먹은소를 모두 살려보려고 항생제를 백날 투여하고 치료해 봤자 그 목장의 끝은 뻔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건강하고 혈통 좋은 소를 골라서 양축해야 그 목장이 번창함은 두말할 것도 없는 것이다. 어마어마한 돈을 보고 야밤에 불나비 뛰어들듯 죽을줄 모르고 덤비는 것은 욕심으로 꽉찬 세상의 정한 이치이다. 그 옥석을 누가 가려야 했는가. 그런데 너무나 고식적이고 형식적이었다. 등용문 폭포위로 튀어오른 능력자들을 골라야 했다. 그래야 구조조정이 되고 우리농민이 강해질 수 있었다.

혹자는 농정이 실패했고 유통구조 등이 엉망이었기 때문에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한다. 물론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정부의 실정이 둘이라면 본인 책임은 여덟이다. 그 자금은 아무나 따낼 수 없다. 분명히 선택받은 자만이 타서 썼다. 정부는 여건만 제공할 뿐이지 성공한 부류, 20%에 들어서는 것은 분명히 자기몫이다. 기술습득은 물론 시세도 예상해야 했고 유통도 감안해야 했다. 할 것이냐 말 것이냐 선택도 자기자신이다. 여기에 시작한 사람의 절반 이상이 실패로 끝날 수 있다는 사실도 이미 인식해야 했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이기 때문이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가라는 교육도 요리조리 빠진다. 1차산업 농사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트럭을 제쳐놓고 메기같은 승용차를 몰면서 공무원이나 서비스업계 종사자 보다 씀씀이가 더 큰 경우도 흔하다. 농번기에는 읍내상가와 업소가 휴무상태인 것이 그대로 반증된다.

대단한줄 알았던 우리의 기업과 은행들이 한낱 웃음거리가 되었듯이 우리농민들도 더더욱 아직 멀었다. 이 기회에 경쟁력있고 능력있는 농민들이 기선을 잡아야 우리농촌의 붕괴를 막을 수 있다. 농촌도 구조조정을 해야 된다는 말이다.

자본주의 원칙에 따라 단호한 조치가 빠를수록 회복도 빠른 것이다. 그외의 농민은 정부의 또 다른 대책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글의 법칙은 아니라 하더라도 적자생존은 항상 생각해야 한다. 너무 획일적 평등만 생각하면 모두가 전멸하는 걸 어쩌랴. 이 원칙을 무시하고 우물안 개구리식, 온실안 화초로 커왔기에 오늘의 구제금융이란 치욕이 온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와서 밤을 낮삼아 성실하게 살아오고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해서 빚을 갚아온 농민들에게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하는가. 경쟁력없는 농민은 백번 도와줘도 소용없다. 차라리 그런 예산있으면 실직당해 객지에서 방황하는 형제, 자식들 먼저 구해줘야 한다.

천진난만한 아이들 세계에서도 힘의 우위, 상하 종속관계가 이뤄진다. 이 땅에는 결국 건실하게 노력해서 남을 앞서가는 우세한 종족만이 살아남는 것이다.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