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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의 텃밭이 없는 미국 대통령 선거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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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순 순천향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 현 대통령이 재선되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것은 아직 아니다. 다음달 15일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이 워싱턴에 모여 다시 한번 선거인단 투표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대통령이 되려면 전체 538명의 선거인단 중 과반수 이상을 확보해야한다. 미국대통령 선거인단 총 숫자는 각 주에서 선출하는 연방의회 의원 숫자의 합이다. 그래서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55명), 뉴욕(21명), 텍사스(34명) 주는 선거인단 수도 많다. 선거인단이 3명에 불과한 주도 8개나 된다.

1787년 미국 헌법을 만들 때는 연방의회에서 대통령을 선출하는 안이 먼저 제시되었다. 그러나 연방의회가 대통령까지 선출하는 것은 과도한 권력의 집중이라는 이유로 거부되었다. 대통령은 유권자인 국민들이 선출하도록 합의했지만, 각 주의 세력균형을 고려해 간선제를 선택했다. 여기에는 노예제도라는 미국 역사의 치명적 오점이 작용했다. 노예들에게 투표권을 주길 거부한 남부주와 노예제도를 인정하지 않은 북부주간의 타협의 산물이 대통령 선거인단 제도였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를 비롯한 모든 선거관리는 지방자치 원칙에 따라 주정부의 고유권한이다. 그래서 연방 대통령 선거지만 선거관리는 주정부가 맡는다. 대통령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방식도 각 주의 고유권한이다. 현재는 모든 주에서 주민들이 투표로 선거인단을 선출해도 되고, 주의회 의원들이 선거인단을 선출할 수도 있다. 선거인단 숫자를 배분하는 방식도 주정부의 마음대로다. 선거인단 득표비율과 상관없이 최고득표 정당에게 선거인단을 모두 부여하지만, 메인주와 네브라스카주는 고유의 복잡한 방식으로 선거인단을 선출한다.

미국의 대통령 간접선거제도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었다. 우선, 전체 유권자 투표율에서 앞선 후보가 선거인단 수에서는 열세여서 대통령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아직 그런 경우는 없었지만, 부시와 고어 두 후보자간의 표차가 매우 근소했던 2004년 선거에서는 거의 그럴 뻔 했다.

두 번째는 선거운동이 특정 지역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올해 선거의 경우, 뉴욕이나 캘리포니아에서는 대통령 유세전이 거의 열리지 않았다. 지지율에서 오바마 후보의 우세가 확실했기 때문에 두 후보 모두 선거유세를 사실상 포기했다. 롬니 후보의 우세가 확실한 텍사스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신 선거인단 수가 많고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좁았던 플로리다(29명), 버지니아(13명), 오하이오 (18명)등 소위 경합주(Swing States)에 선거운동이 집중되었다. 그 결과 그 이외 지역에서는 선거열기가 낮아지고 투표율이 낮아진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최다득표자가 선거인단을 모두 획득하는 현행 선거인단 제도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아닌 제3당이나 무소속 후보가 대통령이 당선되기 어렵게 만든다는 비판도 받는다. 선거인단이 약속한대로 투표를 하지 않을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그래서 24개 주에서는 선거인단이 유권자에게 약속한대로 투표하지 않을 경우 처벌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복잡한 절차와 과정상 결함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선제도는 고유의 장점을 갖고 있다. 인구가 적은 주라도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지방정부로 구성된 미국 연방제도가 제 기능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무조건 다수의 득표를 통해 대통령이 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 각 주에서 골고루 득표해야 대통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소위 후보자의 “텃밭”을 기반으로 대통령이 선출되기는 어렵게 만든 미국 대통령 선거제도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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