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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 입력 1998.01.19 00:00
  • 호수 208

심훈문학상 당선작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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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는 그런 식이었다. 그리고 그건 여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생각나는 모든 것들을 성기(性器)에 비유하고 그에 관련시켜 이야기를 하면 얼마든지 즐겁고 유쾌했다. 눈물을 찔끔거리며, 오줌을 찔끔거리며 웃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해수욕장에도 선착장이 있는 곳과 마찬가지로 방파제처럼 생긴 시멘트 구조물이 있
었고, 무슨 공사를 하는 것인지 바지선을 띄워놓고 구조물과 연결시켜 놓았는데, 그 위에서
낚시를 하기도 했다. 간단한 낚시대를 살 수도 있었고 빌릴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이야기했
다시피 해수욕장 쪽의 바다는 다른 바다와는 달리 거짓말처럼 잔잔했는데, 그래서인지 조그
만 어선이 뜨기도 했다. 물론 멀리 나가지는 못하고 그저 빤히 보이는 곳을 돌며 몇 마리씩
잡아오는 것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렇게 어선이 들어오면 사람들은 우르르 몰려가곤 했다.
그리고 숫기 좋고 입담 좀 있는 사람들은 어선을 얻어타고 한 바퀴 돌고 오기도 했는데 그
중에 빼어놓을 수 없는 사람이 땡초였다. 물론 그 중은 처남네와 같은 배로 들어왔던 한 떼
의 비구니들과는 전혀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들어온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땡중은 어찌나 숫기가 좋고 넌접스러운지 이 팀 저 팀에 잘도 붙어다녔다. 웃도
리를 벗어던지고 승복 바지가랑이를 허벅지 위로 말아올린 채 물속으로 들어가 배를 끌어당
겨 주면서 밥을 얻어먹기도 하고, 밤이면 해수욕장쪽의 횟집에서 노래방기기를 터질 듯이
틀어놓고 술을 마시며 몸을 뒤틀어대는 아줌마들 틈에 끼어들어 한바탕 퍼지게 놀아부치기
도 하는 것이었다.
저녁이면 횟집이고 노래방이고 적어도 몇군데 씩은 쿵쾅거렸다. 더러는 수퍼 같은데서 남
자들 팀과 여자들 팀이 어우러져 탁자를 두세개씩 맞대어 놓고 섞어 앉아 술판을 벌이며 젓
가락 장단을 맞추기도 했고, 그러다가 이놈 저년, 쌍놈 쌍년 하며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그
리고 비교적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선착장 쪽의 다리 위로 나가 파라솔 밑에 앉아
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혹은 몇 방울씩 때리는 빗날을 맞으며 소라나 장어구이 따위를 놓고
술을 마셨다. 사실 발이 묶인 상태에서 그러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어떤 식으
로든 탈출구를 찾아야 했고, 하다못해 빠삐용의 바퀴벌레라도 붙잡아야 하는 것이었다. 그리
고 다음날이면 그들은 우체국으로 달려갔다. 우체국은 체신업무 뿐 아니라 이 섬에서는 유
일한 금융기관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현금인출기에 카드를 집어넣고 돈을 빼내고, 여
관 지배인이나 민박집 주인의 통장으로 보내져 오는 돈을 찾았다. 노숙을 하거나 굶지 않는
이상 돈이 떨어지면 단 하루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남장‘은 왜 보이지 않는 것
일까. 한 발만 내디뎌도 부딪친 사람도 부딪치고 또 부딪쳐서 서로 얼굴 보기가 쑥스러울
판인데 남장은 어디에 박혀있는지 한번도 부딪친 적이 없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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