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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간 갈등에 주목해야 할 박근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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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지난 대통령 선거일, 투표를 마친 후 초보운전자인 딸아이 운전연습을 도왔다. 임시휴일인 탓인지 거리에 차들이 적어, 가슴철렁한 순간은 거의 없었다. 초보운전자라고 무시하고 마구 추월하거나 경적을 울려대는 차량도 없었다. 운전연습 도중 늦은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렀더니, 한 50대 여종업원이 내가 앉아 있는 테이블을 향해 “투표하셨어요?” 물어보았다. “예”라고 대답하자, “누구 찍었어요?” 다시 물어보았다. 대답을 하기 거북했지만 “아무개요”라고 궁금증을 해소해주었다. 그러자 더 이상 말을 걸지도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 종업원과 필자는 각각 다른 후보에 표를 던진 것이 분명했다.

18대 대선은 한국사회의 균열 상황을 다시 한번 확인해주었다. 양대 후보 모두 국민 통합을 강조했지만, 유권자들은 철저하게 자기들이 지지하는 후보자 그룹으로 나뉘었고, 상호간의 소통이나 대화 양상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대선 TV토론에서 보여준 후보자들의 날선 대립과 갈등양상이 유권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페이스북에 대학생들의 대선 후보 관련 글이나 투표독려글이 많았지만, 토론이나 대화라고 할 수 있는 글은 거의 없었다.

각자 지지하는 후보자를 언급하고 그에 동조하는 친구의 댓글이 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서로 다른 후보자를 지지하는 학생들이 상호 토론하거나 대화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교수사회도 비슷했다. 선거전 월요일 교수 송년회를 하면서, 필자가 “과연 누가 대통령이 될까요” 질문을 던졌는데, 자기 주장이 강한 교수들이지만 누구도 선뜻 의견을 내지 않았다. 화기애애해야 할 송년회를 대선 얘기로 망치지 말라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근대 한국사에서 사회적 균열과 대립은 늘 존재해 왔다. 조선왕조의 후반부에는 개화와 수구, 일제 식민지 시대에는 친일과 반일, 해방 직후에는 친공과 반공으로 갈렸다. 독재정권하에서는 균열이 강제 봉합되면서 드러나지 못하고.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강조한 이승만 정부, “총력안보”와 “총화단결”을 강조한 군사독재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민주항쟁 이후 사회적 갈등양상이 다시 표출되기 시작했다. 군사정권하에서 암묵적으로 조장되던 영호남간의 갈등이 표면화되었고, 대북정책을 두고 남남갈등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올해 18대 대선에서는 지역 갈등과 이념 대립을 넘어 세대 간 균열이 확인되었다. 양대 후보자간의 주요 공약이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의 정치적 선호도는 세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방송3사의 출구조사 결과에 의하면, 50대 이상은 박근혜 후보에게, 20-30대 유권자들은 문재인 후보에게 각각 압도적인 지지를 보였다.

그 결과, 정치적 주도권을 갖지만 노동생산성이 미약한 중장년층과, 국가경제적 부담을 떠안고 있지만 정치적 주도권을 갖지 못하는 청년층간의 갈등과 불신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세대간 갈등은 새 대통령이 해소해야 할 중점 과제가 될 것이다. 경쟁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들, 즉 대선결과에 실망한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을 달래고 그들의 견해를 국정에 적극 반영해야 할 것이다.

딸 아이 운전연습을 도와주면서 부녀지간에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주행연습 까지는 큰 마찰 없이 마쳤지만, 주차연습을 하면서 필자와 딸 아이 모두 신경이 예민해졌다. 결국 연습을 중단하고 필자가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두 시간이나 자기를 도와준 아빠에게 미안했는지, 딸아이가 금방 애교를 부린다. 손에 땀이 나는 순간도 적지 않았지만, 필자도 “그만 하면 잘했어,” “처음에는 누구나 다 그래” 하며 칭찬을 해주었다. 그러자 당장 내일부터 자기가 차를 몰고 출근하겠다고 한다. 아무리 딸 바보 아빠지만 그것만은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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