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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대 시론-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부동산 거품과 인구 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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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미혼인 동료교수 한명이 최근 132㎡(40평 상당) 전세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그보다 작은 평수의 아파트를 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비싼 전세값과 관리비도 부담되지만, 아무도 기다리는 사람없는 썰렁하고 휑한 집에 저녁마다 돌아가는 것이 고역이라고 하소연 한다. 그의 소망은 하루속히 작고 저렴한 집으로 이사하는 것이다.
큰  평수 아파트에 살아보는 것이 꿈이고 자랑이던 시절이 엊그제였는데,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집은 애물단지가 되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통용되던 소위 ‘부동산 불패’의 신기루가 사라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불과 몇 년전만 하더라도 집을 사는 것, 특히 큰 집을 사는 것은 1석 3조의 효과를 보았다. 큰 집에서 편하게 사는 것 외에 집값이 올라 재산증식이 저절로 되고, 남들에게 큰 집에 산다는 과시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도 나도 무리하게 빚을 엊어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가곤 했다.
한국경제가 일본과 비슷한 저성장 경제체제로 진입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가계소득이 늘어날 가능성도 역시 낮다. 따라서 가계지출 중 높은 주거비가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은퇴를 앞둔 50~60대 한국인들은 지출을 줄이는 생활에 익숙해져야 하는데, 필자가 보기에 가장 현명한 방법은 주거비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사실 그 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 의식주 중에서 이미 입는 것과 먹는 것은 더 이상 줄일 수 없는 최소한의 소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거비를 줄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집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집값이 저렴한 지역으로 이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집의 크기를 줄이는 것은 매우 어렵다. 대형평수 아파트 붐이 일면서 평수가 작은 집을 많이 짓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대형평수 아파트나 중소형평수 아파트나 가격차이가 별반없다.
결국 주거비를 줄이기 위해선 집값이 싼 지역으로 이사를 가야하는데, 직장 은퇴를 앞둔 50~60대에게는 직장 근처에 살아야하는 30~40대에 비해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다행히 비수도권지역에는 수도권에 비해 가격은 낮지만 건축품질면에서는 크게 뒤지지 않는 아파트들을 쉽게 구할 수 있다. 2011년 기준으로 수도권 아파트의 3.3㎡당 평균 가격은 1234만 원, 비수도권은 530만 원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주거환경에 중요한 요인인 교통과 통신, 그리고 소비경제 여건에서 중소도시는 대도시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대형마트와 더불어 전통시장이 함께 존재해 생활비를 더 절약할 수 있다.
수도권이나 대도시 고가주택 소유자들로 하여금 주택가격이 저렴한 중소도시로 이주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문화적, 심리적 요인이다. 서울이나 대도시를 떠나 살면 ‘신분하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수십년 함께 지내온 친숙한 사람들을 두고 새로운 친구를 만드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도시를 떠나 귀농하는 은퇴세대들이 늘어나곤 있지만 심리적으로 정착하기 까지는 오랜 시간 불안과 갈등을 겪어야 한다.
이제는 저렴한 주거비를 활용한 인구분산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지방정부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지방정부의 인구유입정책은 먼저 일자리를 만들고, 그 일자리를 구한 사람들이 이사오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멀쩡한 산을 깎고 논과 밭을 갈아 엎어 산업단지를 유치했다. 인구유입을 기대하며 폐기물이나 위험물질 취급 사업장도 기꺼이 허가해 주었다. 그러나 정작 이사오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귀농귀촌 사업으로 성공한 지자체도 있긴 하지만, 도시인들 중 산골에 들어가 땅을 파며 여생을 마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제는 일자리 보다는 저렴한 주거비를 인구분산 정책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 인구가 유입되면 자연 그들을 따라 각종 서비스 업체가 생기고, 다양한 일자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면 자연 문화적 다양성도 늘어난다. 작고 저렴한 집에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도록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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