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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 입력 1998.03.30 00:00
  • 호수 217

보증, 경제적 생과 사의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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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악화에 따라 피해사례 속출

보증남용, 신용평가제로 바뀌어야
보증인 보호장치 시급

만약 아주 가까운 친구나 선후배, 친척이 어느날 갑자기 찾아와 보증을 부탁한다면 과연 거절할 수 있을까? 또한 보증을 승낙하고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그 내용을 과연 얼마나 꼼꼼히 살펴볼 수 있을까?
한장의 보증계약서는 신의를 저버리느냐, 경제적 파멸이냐 라고 하는 무시무시한 양자택일의 갈림길로 사정없이 당신을 몰아 넣을 수 있다. 어쩌면 성장위주의 개발정책 속에서 그나마 소중히 간직하고 싶었던 ‘인간의 신의’에 대한 가혹한 형벌일지 모른다.
그러나 어느덧 몰아닥친 IMF한파는 냉혹하게도 많은 사람들을 형장으로 내몰고 있다. 사상 최대의 경제위기는 끊임없이 부도기업을 속출시키며 수도 없는 파산자를 양산하고 있어 보증인들의 피해는 날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 단지 금전적 피해 뿐만 아니라 믿고 의지했던 사람에게 느끼는 심한 배신감으로 정신적 피해 또한 심각하다.
당진읍의 한 직장인은 “부하직원의 보증을 섰는데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 대신 갚아야 했다”고 하면서 “이후 갚지도 않고 연락도 되지 않아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요즘 대부분의 금융기관은 단순보증이 아닌 연대보증을 요구하고 있다. 채무자가 지급하지 않은 부분에만 변제할 책임을 지는 단순보증과는 달리 연대보증은 채무자의 상환능력과는 관계없이 보증인이 전액을 부담할 책임을 지는 것이므로 금융기관으로서는 보다 강력한 채권확보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보증을 서는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경제적 생과 사라는 절대절명의 갈림길로 내몰리게 됨을 의미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채무자와 타보증인과의 금전적 분쟁을 야기시켜 지역사회의 인간관계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당진읍에서 상점을 경영하고 있는 한 주민은 “현금은 여유있을 때 빌려주는 것이지만 보증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채무자가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보증인이 대신 그 채무를 이행하게 되면 빌려주는 것보다 훨씬 타격이 크다”며 “피해를 직접 겪다보니 할 일 전혀 못하고 모든 일에 화가 나서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불신이 높아간다”며 심각한 피해사례를 생생하게 증언했다.
이러한 사례에 비추어 우리나라에서 남용되고 있는 보증제도를 선진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신용평가제로 서서히 바꿔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당진신협 송진섭 상무는 “한달에 한 두건꼴로 보증인이 대신 채무를 이행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보증으로 인해 피해자들이 발생하는 것을 지켜보면 신용평가를 통한 대출로 우리나라 금융권도 서서히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의 무디스사나 S&P사 같은 경우는 철저한 신용평가를 통해 은행이 이에 근거해서 기업이나 개인에 대한 대출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금융계도 이제 서서히 신용평가 제도로 변화되어야 하며 현실적으로 보증인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도입이 무엇보다도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앞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라면 당장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필요할 것 같다.
당진새마을금고 손인교 이사장은 “자신이 갚는다는 보장없인 보증 안서는 것이 철칙”이라면서 “계약서의 내용을 잘 읽어보고 인감도장은 반드시 본인이 직접 찍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의 관습에 있어서 보증계약을 맺을 당시 현장에 입회하지도 않고 인감도장을 교부해 줌으로써 대신 계약을 체결하게 하거나 간혹 자신이 입회하여도 계약서의 내용을 잘 읽어보지 않을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후 피해를 막으려면 계약서의 내용, 특히 보증기한이나 보증채무의 범위 등에 관한 사항을 꼼꼼히 검토한 후 보증계약을 본인이 직접 체결해야 한다.
그리고 혹시 피해를 당하게 되면 일반보증의 경우는 채무자가 이행능력이 있는 지를 잘 확인하여 능력이 있으면서도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는 민법 제437조에 의거하여 채무자가 이행능력이 있다는 사실 및 그 집행이 용이하다는 것을 증명하여 먼저 채무자에게 청구할 것을 항변할 수 있다. 이를 ‘최고의 항변권’이라 하는데 채권자가 이후 다시 채무이행을 청구한 경우에도 ‘검색의 항변권’이라 하여 다시 항변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 잘 활용하면 효과적인 방어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최고의 항변권’과 ‘검색의 항변권’은 연대보증인에게는 인정되지 않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대신 연대보증인은 자신의 재산으로 채무를 이행한 경우에 채무자에게 그 상환을 청구할 권리를 가지게 되어 자신이 변제한 금액 및 법정이자 등을 상환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고 이에 불응할 때에는 청구소송을 할 수 있다.
이를 ‘구상권’이라 하는데 이는 채무자와의 관계 뿐만 아니라 연대보증인 상호간에 있어서도 인정되어 다수의 연대보증인이 있는 경우 채권자와의 관계에서는 각 연대보증인이 전액 변제해야 할 의무를 가지나 연대보증인 상호간에는 채무액을 균등한 비율로 분할한 금액내에서 부담할 책임을 가진다. 따라서 연대보증인 중 1인이 자신의 부담부분을 초과하여 변제한 경우, 다른 연대보증인에게 각 부담부분에 한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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