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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는 것과 변치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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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어릴 적 고향 친구들을 만나면 늘 즐겁다. 50대 후반이지만 하는 짓은 초등학교 시절과 하나도 다름없다. 세월이 흘러 고향산천도 변했고, 나이가 들어 친구들의 모습도 변했지만, 타고난 성격과 기질은 변치 않고 어릴 적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세상사에도 변하는 것과 변치않는 것이 뒤섞여 있다. 정치판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정치인들이 여야로 나뉘어 서로 무시하고 비방하는 행태는 해가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는다. 정치인들의 변화는 선거를 사이에 두고 확연히 나타난다. 선거 전에는 국민을 섬기고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던 사람들이 선거가 끝난 후에는 오리발을 내민다.기업경제는 변화가 상대적으로 많은 분야다. 한때 한국 경제를 주름잡았던 대기업 중 역사속으로 사라진 기업들이 허다하다. 삼성이 지금은 잘 나가지만 일본의 소니나 미국의 코닥처럼 순식간에 혁신기업에서 공룡기업으로 퇴화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래도 요즘 대학생들은 삼성이 영원한 일류기업으로 남을 것이라고 믿고 ‘삼성고시’에 매달린다. 기업 경제분야에서 변치 않는 것이 있다면 ‘변화를 요구하는 압력’이다. 규제개혁과 기술혁신은 한국 경제의 일상적 슬로건이 됐고, 이건희 회장은 삼성직원들을 끊임없이 닥달하고 있다.

언론계에도 변하는 것과 변치 않는 것이 뒤섞여 있다. 권력의 눈치를 보는 관행은 세월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는다. 권력 초반기에는 용비어천가를 부르다 임기말에 접어들면 돌변해서 비판의 수위를 높인다. 사사건건 보수와 진보로 갈라 서로 견제하는 것도 여전하다. 그러나 언론계의 판도변화는 명확하다. 사라질 위기에 처한 언론이 수두룩하다. 인터넷과 스마트 폰이 등장하면서 한때 한국사회를 휘어잡았던 주요 신문들이 거리에서 자취를 감췄다. 아직 방송은 건재한듯 보이지만, 방송국 없이도 손쉽게 영화와 드라마를 보는 세상이 됐다.

지역사회에도 변하는 것과 변치 않는 것이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는 쉽게 실감할 수 있다. 도심에는 새로운 건물과 도로가 생기고, 농촌에는 노인과 빈집이 늘어나고 있다. 곳곳에 대형마트가 생기고 전통시장이 사라지고 있다. 사람들도 바뀌고 있다. 한편 귀농자들로 새로운 활력이 넘치는 곳도 있고, 외국인 며느리들이 제삿상을 차리기도 한다.

지역사회의 겉과 속 모두 바뀌고 있지만, 지역사회 자체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바뀌지 않는다. 인간은 지역에서 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계화 시대라고 하지만 우리의 생활은 여전히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다. 직장 때문에 타 지역으로 원거리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하나의 지역을 사는 곳으로 정하고 그곳에서 머물다가 죽는다.

지역사회가 존재하는 한, 지방자치도 변함없을 것이다.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선출하고, 지역주민의 의사를 반영해 지역사회 살림을 꾸려가는 지방자치 제도 역시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 보다 더 합리적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와 지방자치 덕분에 지역언론도 변치 않고 존재할 것이다. 지역사회와 지방자치에 필요한 지역 뉴스와 정보를 제공하는 언론은 지역언론 뿐이기 때문이다. 국내의 일간신문, 잡지, 방송 모두 심각한 위기에 처했지만, 가장 작은 언론인 풀뿌리 지역주간신문들이 오히려 견고하게 버티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모든 지역언론이 변화의 파고를 넘지는 못한다. 지역주민의 신뢰를 상실한 지역일간지나 지역방송사들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고 있다. 지역주민과 지역사회를 위해 존재하는 지역언론만이 변화의 시대에 생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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