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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글씨
2004년 10월 29일 () 13:00:00 webmaster@mjmedi.com
   
 
욕정이 부른 어긋난 사랑

얼마 전 TV 드라마는 ‘신데렐라’에 대한 내용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요즘은 ‘불륜’이 중요한 화두로 자리잡고 있다. ‘주홍글씨’라는 소설을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쉽게 유추할 수 있듯이 영화 <주홍글씨> 역시 ‘불륜’을 주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접근 방법이 독특하다. 김영하의 단편소설인 ‘거울에 대한 명상’과 ‘사진관 살인사건’을 원작으로 1명의 남자와 3명의 여자의 얽히고 얽힌 관계를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형사인 기훈(한석규)은 사진관에서 벌여진 살인 사건을 담당하게 되면서 피해자의 아내인 경희(성현아)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기훈은 아내인 수현(엄지원)의 임신 소식에 기뻐하다가 그녀가 낙태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녀를 의심하고, 대신 정부 가희(이은주)와의 사랑에 치중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기훈은 살인사건의 단서를 조사하면서 경희의 사진을 찍은 남자를 알게 되고, 서서히 사건 해결에 대한 실마리를 확보하게 되지만 기훈은 가희와의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자동차 트렁크에 갇히게 된다.

<인터뷰>를 통해 장편 영화 감독으로 데뷔한 변혁 감독은 프랑스 유학파 감독 출신답게 상당히 미학적인 유려한 화면을 통해 네 주인공들의 내면적 욕망을 그려내고 있다. 영화 중간중간에 삽입된 음악 역시 분위기를 표출하는데 큰 몫을 하고 있지만 영화는 사진관 살인 사건과 기훈의 불륜 이야기를 두 축으로 해서 진행되다가 기훈의 불륜 쪽에 더 중심을 두면서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처럼 관객들의 집중을 방해해 버린다. 또한 결말에 대한 반전을 암시하는 홍보물 덕분에 나름대로 머리싸움하면서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당황스런 반전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 영화가 어디까지나 범죄 스릴러물이 아니라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라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욕망에 대한 탐닉을 주되게 그려서 그런 것인지 모르지만 영화는 주로 빨간 색상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살인사건의 장면과 자동차 트렁크 안의 장면에서는 피범벅이 된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다시 한 번 어긋난 사랑과 욕정을 느끼게 한다. 한 때 흥행배우로 자리매김했던 한석규가 <이중간첩> 이후 다시 한 번 영화 흥행에 도전장을 내밀며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혼신의 연기를 펼친 <주홍글씨>는 인간들의 내면에 존재하는 은밀한 욕정을 치정극의 형식을 빌리며 관객들을 자극시킨다.

그러나 화려한 외양에 치중한 나머지 두 가지 이야기가 제대로 엮이지 못하면서 영화는 자극만 있고, 긴장감은 점점 떨어지고 만다. 아마 감독이 작품성과 대중성 사이에서 방황하다가 이도저도 아닌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은 아닌지…. 좀더 주인공들의 심리 묘사와 구성을 치밀하게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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