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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1998.05.11 00:00
  • 호수 223

수덕사에서 ‘모셔와’ 군수실에 봉안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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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샘보초, 군수실 점거 주민·신도들 긴장과 분노의 7일

주민·신도 발길 줄이어
■··· 보물 409호 영탑사 금동삼존불이 되돌아 온 것은 초파일을 하루 앞둔 지난 2일 오후4시. 수덕사로 밀반출된 지 24일만의 일이었다. 이날 오후 2시30분경 보존대책위원회 유병헌 위원장을 비롯 서정옥 공보실장, 이춘의 면장, 강준구 지서장 등은 면천 기동순찰대원들을 대동하고 당초 수덕사측이 약속한 대로 삼존불을 되돌려 받기위해 수덕사를 방문했다.
그러나 수덕사측은 약속과 달리 초파일 다음날까지 수덕사로 반환하겠다는 각서없이는 내줄 수 없다고 맞서 이 소식을 전해들은 면천주민들을 분노케 했다. 그러나 우여곡절 속에 삼존불은 기동순찰대 소속 승용차로 무사히 면천에 도착하게 됐다.
이날 면천 시가지와 영탑사 입구에는 “금동삼존불 반환을 환영합니다”라는 보존대책위 명의의 플랭카드가 나붙어 삼존불을 맞이하는 주민들의 마음을 대신했다.
삼존불은 이날 면천파출소 금고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초파일인 3일 새벽6시 영탑사 대웅전내의 보호각으로 옮겨져 신도들과 만났다.
■··· 초파일, 삼존불 반환소식이 알려지면서 영탑사에는 예년보다 두배나 많은 주민과 신도들이 찾아와 이 사건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김낙성군수와 김현욱국회의원, 정용해도의원이 오전 법요식에 참가했으며 오후에는 백종길 국민회의지구당 위원장을 비롯 윤용만·김종성씨 등 정치인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안승환 당진향토문화문화연구소장, 이홍근 군개발위원장을 비롯 김대희 재향군인회장, 허충회 농민회장 등 군내 사회단체 대표들은 늦게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사후 보존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영탑사를 찾은 김낙성 군수는 유병헌 보존대책위원장의 권유로 신도들 앞에 나와 삼존불의 영탑사 봉안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으며 김현욱 국회의원은 완벽한 보존시설을 위해 예산이 지원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 이날 영탑사를 찾은 신도와 주민들의 수는 크게 늘어났으나 연등은 많이 달리지 않아 영탑사 경내는 다른 사찰과 달리 썰렁했다. 이에 대해 신도들은 “신도들과 한마디 상의없이 삼존불을 수덕사로 넘겨준 주지에 대한 항의의 뜻”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영탑사 대웅전내에는 김낙성 군수, 최군일 부군수, 서정옥 공보실장, 박종국 경찰서장, 강준구 면천파출소장의 연등이 나란히 달려있어 눈길을 끌었다.
■··· 이날 법요식을 마친 5백여명의 신도들은 총회를 열어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신도회를 해체하고 새로운 신도회를 결성했다. 회장에 오우영 신도, 부회장에 유계준, 총무에 표상열 신도가 각각 선출됐다.
신도회는 당면문제인 금동삼존불의 영탑사 봉안을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했으며 영탑사의 부흥과 신도들의 화합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 초파일 다음날인 4일 오전10시까지 수덕사측이 삼존불을 수덕사로 옮기겠다고 통보해 옴에 따라 보존대책위원회를 비롯 군내 각 사회단체 대표, 신도들은 긴장감 속에 수시로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수덕사 재봉안 결사반대의 입장을 거듭 확인하고 영탑사 봉안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삼존불을 보관할 대책에 대해 논의를 했으나 공권력의 뒷받침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다음날 오전10시까지 군수와의 면담을 당진군에 요구했다.
이날 외부인들이 모두 돌아간 뒤 보존대책위원들을 비롯 신도회 임원과 면천파출소 기동순찰대원 등 30여명이 남아 대웅전과 요사체에서 밤을 새우며 삼존불을 지켰다.

당진군청에 일주일간 봉안
김군수, 공보실 직원 군수실서 밤새워
■··· 수덕사측에서 삼존불을 가져가겠다고 통보한 4일 오전, 영탑사에는 전날 밤을 지새운 보존대책위원들과 신도들이 일찍부터 모여 군수와의 면담을 기다렸다.
군내 각 사회단체 대표들도 속속 영탑사로 모여들었다. 그러나 면담을 요구한 시간이 한참이 지나도록 군에서 아무런 소식이 없자 주민들은 당진군이 보물문화재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없다며 오전11시 금고에 모셔져 있던 삼존불을 꺼내 안고 10여대의 승용차로 당진군청으로 몰려갔다.
이들이 곧바로 군수실로 향하자 이를 저지하려던 당진군청 공무원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주민들이 삼존불을 옮기기 위해 영탑사를 빠져 나오던 바로 그 시각, 수덕사 교무국장 등이 불상을 가져 가려 영탑사에 도착했다.
■··· 주민들이 군수실을 점거한지 1시간이 넘어서야 주민들 앞에 나타난 김낙성 군수는 대표들과 대화를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대표들은 영탑사내 봉안대책이 확실히 세워질 때까지 당진군이 임시로 보관·관리책임을 지고 지켜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군수는 영탑사에 봉안될 수 있도록 제반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당장의 보관대책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이 없자 주민들은 삼존불을 군수실에 그대로 남겨둔 채 자리를 떴다.
한편 수덕사 교무국장 등은 삼존불이 군수실에 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당진경찰서에 들러 도난신고를 하려 했으나 경찰은 도난이 아니라며 신고를 접수하지 않았다.
■··· 군수실에 삼존불이 봉안돼자 군청 공무원들은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공보실 직원들은 4일 밤부터 어린이날인 5일 한시도 자리를 비우지 못하고 삼존불을 지켜야 했다. 김낙성 군수도 5일 밤11시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관사에 들어가지 못한 채 군수실에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시설·경비대책 세워 영탑사 봉안키로
■··· 군수실 봉안 5일째 되던 지난 8일 삼존불 지키기에 곤욕을 치르던 당진군은 마침내 영탑사 주지스님과 보존대책위 유병헌 위원장, 오우영 신도회장, 이춘의 면천면장을 동석시킨 가운데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낙성 군수는 군청에 삼존불을 봉안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 뒤 영탑사에 봉안해 놓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대표들은 경비대책이 전혀 없는 가운데 현재의 보호각에 봉안해 놓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결국 당진군은 무인경보시스템을 설치하고 금고의 키박스를 교체하는데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낮에는 공익근무요원을 파견하고 밤에는 기동순찰대로 경비를 서게 하는 것으로 대표자들의 동의를 얻어 영탑사에 봉안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 삼존불 대책을 둘러싼 일주일간의 이같은 논란들은 여러 화제를 남기며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삼존불을 제위치에 모셔둘 확실하고도 믿을만한 대책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로 앞으로의 과제로 남겨지게 됐다. 또 성보박물관에 전시한다는 목적으로 삼존불을 반출해 갔던 수덕사측의 확실한 포기의사도 반드시 이끌어내야 할 과제로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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