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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만 있고 자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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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순 순천향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6.4 지방선거가 본격화 되면서 중앙정치권의 동향이 분주하다. 여당과 야당 모두 선거를 앞두고 서로 치열하게 견제하고 있지만, 여야 모두 한마음인 것이 있다. 지방선거를 치르지만 정작 지방자치에는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들에게 지방선거는 정권교체나 집권연장을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그래서 지난 대선공약이었던 기초후보 정당공천제 폐지를 없던 일로 만들고, 차기 대선의 전초전으로 지방선거를 부각시키고 있다.
대한민국의 중앙집권 정치세력들은 자신들이 획득한 권력을 지방에 분산시키거나, 자신들을 견제할 지방의 독자적 정치세력을 원치 않는다. 그들은 지방이 자신들의 “텃밭”으로 남길 바란다. 중앙에서 권력을 쟁취하거나 유지하는데 필요한 지역기반 이상이 되길 원치 않는다. 보수던, 진보던, 혁신이던,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관계없이 중앙정치인들에게 지방선거는 중앙정당의 지역기반을 재확인하는 절차일 뿐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에는 정치만 있고 자치는 없다.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자치단체장이나 의회 의원들에게 자치 권한이 거의 없다. 제도적으로도 그렇고 정치적으로도 그렇다. 중앙정당의 공천을 받아야 후보가 되고 당선이 되는 지방선거구조에서 지방자치란 존재할 수 없다. 지방선거에 나오는 정당 후보자들은 대부분 중앙당 책임자의 지시와 명령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하수인들에 불과하다.
선거운동도 지역 혹은 지방이 주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의 정치세력 주도 하에 치른다. 그러니 유권자들이 지방선거에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그나마 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들도 정권심판이나 정당지지 차원에서 후보를 고른다. 유능한 지역의 인물을 자치대표자로 선출하기가 매우 어려운 현실이다.
자치의 부재를 상징하는 용어가 ‘분권’이다. ‘분권’이란 용어는 노무현 정부가 애용했는데, 지방분권특별법이 제정되고 수도이전과 혁신도시 건설 등이 추진됐다. 지방분권을 그 뜻으로 보자면 국가통치권한을 지역별로 균형있게 나눠3 갖는 것이다. 그런데 지방분권에는 지방자치가 필수적 전제조건이다. 자치의 능력이 미비한 상태에서 지방이 권력을 갖게 된다면 효율적인 권력행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방분권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노무현 정부조차도 지방의 자치능력을 강화하는데에는 무관심했다. 그 결과 노무현 정부의 지방분권 정책에 따라 지방에 이양된 중앙의 권한은 극히 일부 행정사무로 제한됐다. 지방자치에 필수적인 권한, 즉 지방재정을 자율성 강화를 위한 국세와 지방세의 조정, 자치경찰제도, 자치입법권 확대 등 핵심자치 권한영역에서는 분권이 거의 없었다.
지방분권 정책이 실효를 거두려면 지방이 자치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그 출발점이 지방선거이다. 지방선거를 통해 지역의 유능한 인재를 대표자로 선출하고, 지역의 현안과 여론을 점검해 해결방안에 합의해야, 지방선거가 그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중앙당이 선출하는 지역대표가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선출하는 지역대표가 지역살림을 맡아야 한다. 그런데 중앙정당의 공천이나 지원이 당락의 주요변수가 되면서 지방선거는 자치의 수단이 아니라 통치의 수단으로 변질돼 버렸다. 중앙정당이 지방자치 선거조차 장악해 관리하고, 자신들의 권력독점의 연장수단으로 이용하는 상황에서는 결코 지방의 자치능력이 향상될 수 없다.
지방이 자치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중앙정치 세력의 전횡을 견제할 수도 없고, 지방분권과 균형발전도 달성할 수 없다. 중앙의 시혜만 기다릴 뿐이다. 지방자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그 출발점인 지방선거가 제대로 치러져야 한다. 중앙권력의 대리인과 하수인들이 지방자치를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상황에서는 결코 지방자치가 실현될 수는 없다. 중앙정당의 공천과 관계없이 지역에서 필요한 후보자를 당선시키는 지방선거문화가 정착돼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지방이 통치의 대상에서 자치의 주역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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