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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Shining)
2004년 11월 12일 () 14:01:00 webmaster@mjmedi.com
   
 
서서히 죄어오는 공포 속으로

<샤이닝>은 공포 소설의 대가인 스티븐 킹의 소설이며, 이것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1980년에 영화화한 작품으로 국내에는 개봉되지 않았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한 때 비디오로 출시되었다가 여러 이유로 인해 긴급 회수 처리 되어 지금까지 <샤이닝>을 떳떳하게 본 사람은 거의 없다. 대다수가 화질이 안 좋은 불법 복제물로 <샤이닝>을 보곤 했는데 드디어 매우 깨끗한 화질로 공포 영화의 진수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큐브릭 감독은 영화사적으로 너무나 유명한 감독이지만 국내에서는 그의 작품을 정당한 라인을 통해서 보기는 힘들었지만 과감한 영상 실험과 풍자적인 이야기로 꽤 많은 마니아들을 보유하고 있는 감독이다. 그래서 대중성보다는 작가성을 강조한 작품을 만들었지만 그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 바로 <샤이닝>이다. 스티븐 킹의 소설을 영화화했고, 대중 장르인 공포 영화를 차용한 것이 대중과 좀더 가까워지려고 노력한 큐브릭 감독의 흔적이 아닌가 한다.
결국 이로 인해 작품의 질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샤이닝>은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서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 탄탄한 영화이다.

교사인 잭(잭 니콜슨)은 아내(셸리 듀발)와 아들(대니 로이드)을 데리고 겨울이면 폐쇄되는 호텔을 관리해주는 조건으로 들어가게 된다. 잭은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외부와 단절된 호텔 안에서 소설을 쓰게 되는데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미쳐가기 시작한다. 아내와 아들 역시 조금씩 이상한 기운을 느끼게 되지만 그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스티븐 킹의 소설은 주로 눈으로 갇혀진 공간 안에 존재하는 인간들이 느끼는 공포감을 많이 표현하는데, <샤이닝> 역시 폐쇄 공간과 눈을 활용해 점차 관객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준다. 또한 귀신이 보이는 아들은 혼자 호텔 로비를 장난감 자동차를 타고 다니다가 어린 아이들의 혼령을 보게 되고, 그럴 때마다 그는 “REDRUM”이라는 말을 계속 되뇌인다. 생소한 이 단어는 스펠링을 거꾸로 해서 읽으면 어떤 뜻인지 알 수 있지만 마치 귀신이 들린 사람처럼 내뱉는 소리가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도 귀에 울릴 정도다.

우리는 흔히 공포 영화하면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거나 귀신이 등장해서 깜짝 깜짝 놀래켜 주기를 원한다. 하지만 <샤이닝>은 그런 자극적인 장면보다 서서히 죄어오는 공포감이 한층 더 무섭다는 것을 반증하듯이 보는 이들의 머리를 점점 하얗게 만드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놓쳐서는 안 되는 장면이 여러 곳 있지만, 그 중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정원 미로를 스테디캠(흔들림을 방지하기 위한 카메라)으로 촬영한 장면은 그 이후 많은 영화에 영향을 준 명장면으로 꼽히고 있으며, 공포를 극대화 시키는 역할을 한다. 지금은 할리우드의 명배우가 된 잭 니콜슨이지만 <샤이닝>에서는 서서히 미쳐가는 잭의 모습을 연기하기 위해 같은 장면을 무려 140회 이상 촬영했을 정도로 그의 연기 또한 눈에 띈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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