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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허충회 농민회장-희년정신과 농가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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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년정신과 농가부채대책



1천년전쯤 이스라엘의 부족국가시대부터 시작된다. 당시 강대국 이집트로부터 독립한 이스라엘은 가나안을 정복한 후 영토를 십일등분하여 11부족에게 분배했다.(12부족중 레위지파는 제사를 전담케 했는데 11부족에게 소출의 1/10씩을 거둬 생활을 뒷받침 했다.) 각 부족들은 분배받은 땅에서 목축이나 포도농사 등을 했는데 엿새동안 일하고 7일째는 안식일이라 하여 모든 민족에게 휴식을 취하게 했다.

또 6년 동안만 농사짓고 7년째는 땅을 놀리는 안식년을 지냈는데 휴경지에서 자생된 농산물은 종이나 외국인 등 가난한 사람이 거둬가도록 했다. 매년 농사지은 곡식도 샅샅이 거두는 것이 아니라 일부를 남겨두어 역시 가난한 사람과 새들과 들짐승이 먹고 살도록 했다. 밭에서 곡식을 옮기다 떨어뜨린 이삭도 역시 그들의 몫이었다.

안식년이 일곱번 지나서(7×7=49) 또 일곱달이 지나면 꼭 50년째 되는 해는 희년이라 정하여 애초 11부족이 골고루 나눠받은 땅 이외는 정당한 댓가를 치르고 사들인 땅일지라도 본래의 주인에게 되돌려줬다. 종들을 속량하고 가난한 이웃, 힘없는 사람에게 자유와 재산을 나누는 것이다.

본시 모든 땅과 재물은 하느님 것이며 인간은 살아가는 동안 하느님으로부터 잠시 빌려쓰는 것 뿐이라는 것이다. 여기선 지금처럼 환경파괴나 부정축재가 있을 수 없다. 모든 자연과 물질은 공개념인 것이다. 한마디로 희년정신은 해방인 것이다.

최근 한국천주교회는 아시아 국가들의 천주교회들과 연대하여 외채탕감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교황청이 선포한 2천년 대희년에 즈음한 것이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는 올해 건국 50주년을 보내고 있으며 건국이념에 자유, 평등, 복지가 첫째 일 터이지만 건국이래 오늘날까지 농민과 도시영세민은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성장의 구호아래 가장 힘들게 일하고도 정당한 댓가를 받지 못한 계층이 농민이며 파산한 농가와 농민 2세들이 실직자로 남아 고통받고 있다.

부정부패 척결을 외치며 벌이는 제2건국 운동이 정치논리에 휘말려 혼란에 빠졌는데 정말 바람직한 제2건국 운동은 고대 이스라엘의 희년정신처럼 해방운동이 아닐까 생각한다. 농사만 짓다 수천만원씩 빚진 농가와 농부증으로 반불구가 되다시피한 농민들을 해방시켜야 한다. 농토를 농민에게 되돌리고 담보와 저당도 풀어야 한다.

요즈음 농가부채 경감대책은 농민에게 별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책자금중 98년 10월부터 99년말 사이에 갚아야 할 농기계 융자금, 하우스 시설자금, 축산시설 및 소입식 자금 등이 해당될 뿐이고 제외규정이 많아 해당 농가가 소수에 불과하고 매년 갚아야 할 빚이 순연되지 않고 단 2년간만 유예됨에 따라 3년 뒤엔 2~3년치를 한꺼번에 갚아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조삼모사식의 이번 대책에 해당 농가조차 신청을 거부함에 따라 신청기간을 일주일 연장하는 해프닝을 벌이고 있다.

역대 군사독재정권에 분노하고 문민정권의 거짓을 심판했던 것처럼 농민해방은 커녕 농민을 또 한번 우롱한 이번 농가부채 경감대책이 김대중대통령의 선거공약 수준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또 다시 대대적인 농민저항과 정권불신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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