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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은 나의 삶31] 姜成吉(경희대 한의대 교수)
2004년 11월 26일 () 14:02:00 webmaster@mjmedi.com
   
 
한의학 세계화 앞장선 대표적 국제통

전통의학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제적인 차원에서 이를 활용하기 위한 준비작업이 한창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서태평양지역 사무국(WPRO)을 중심으로 전통의학에 관련해 최근 진행되고 있는 사업은 침과 관련된 혈위표준제정·질병별 치료가이드라인제정·한약과 관련된 FHH 포럼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전통의학용어 표준제정사업이 새롭게 시작되고 있다.

전통의학이라는 원석이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도록 국제규격으로 다듬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 표준안에 한국 한의학이 어떤 위상과 모양새로 자리매김하느냐에 따라 미래 한의학의 모습이 결정된다.
국제 표준화 사업 중 한·중·일이 참여하는 혈위 표준안은 내년으로 예정된 한국회의에서 완성될 것으로 전망돼 가장 빠른 진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측 대표로 지난해 10월에 열린 첫 회의부터 참여한 강성길(58·경희대 한의대 침구학교실) 교수는 이미 70년대부터 국제 학술회의에 한국측 대표로 참여해온 한의학계의 대표적 국제통이다.

■ 국제회의 참석 30여회

강성길 교수가 국제학술대회며 회의를 위해 외국행에 나선 것은 30여 차례, 국제회의 의장으로 3차례 회의를 주관했다. WHO 소속 단기 임시자문관으로 91년 남태평양 섬국가 키리바시공화국(Republic of Kiribati) 수도 타라야와 98년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각각 1달 동안 현지의 전통의학 실태조사 및 한의학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독일(79년), 뉴질랜드(85년), 미국(93), 불가리아(94년) 등 한의학에 관심 있는 국가에서 열린 워크샵에서 초청강사로 참가, 의사 및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국의 침을 소개한 바도 있다.
서울 출신인 강 교수가 한의대에 진학한 것은 당시 공주사범대 화학과 교수였던 부친의 희망에 의해서다.

지금까지 해외 무대에 나설 수 있도록 큰 밑천이 된 영어실력은 중학교 시절 카츄사 출신 영어 선생님 덕분이었다.
당시 영어 교사라 해도 일제식 교육을 받은터라, 교육방식은 물론 발음까지 형편없던 시절.

그는 “교과서에 한글로 토를 달아 공부하던 때, 카츄사 출신 영어 선생님의 발음은 제가 공부하던 것이랑 완전히 틀렸어요. 이게 제대로 된 영어구나 싶었죠”라며 “그 선생님 아니었음 영어에 그렇게 취미를 못 붙였을 겁니다”라고 회상했다.

■ 카츄사 영어선생님 덕분에

영어에 새로운 취미를 붙여, 회화중심으로 공부를 시작해갔다.
경희대 임상강사 시절 문화공보부 산하 ‘국제문화협회’에서 주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봄·가을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전통의학인 한의학을 소개하는 강사로 그가 나선적도 있다.

강 교수는 “한의사중에서 외국어하는 사람이 드물던 때라 제가 희소성이 있었던 게죠”라며 웃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의학 강의를 하면서 그는 한의학의 영문 표현에 대해 본격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한국 한의학 대표연자로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하는 횟수도 자연스럽게 늘어가게 됐다.
국제회의에 부지런히 쫓아다닌 것은 “자신의 인생과도 분리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한의학의 자존심이 실추될 위기에 있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WHO 회의에 처음 참가할 당시에는 국제회의에 참가하려면 정부에서 치루는 시험(LATT-Language Arts Testing & Training)을 통과해야 했다고 한다.
국제학술대회에서 외국인들이 관심을 보이며 물어오면 한국의 한의학과 교육기관인 경희대를 열심히 소개했다고 한다.

최근에 강 교수가 참여하고 있는 국제혈위 표준 회의현장에서 그는 긴장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각국 대표 사이에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어떤 식으로든 전략을 구사한다.
그는 “혈위표준 회의 현장에서 보면 중국은 풍부한 고전 자료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은 문헌을 보존·관리하는 능력이 뛰어나죠. 이에 비해 한국의 한의학만이 가지는 학문적 독창성이나 자료관리력을 특별히 강조할 수 있는 상황이 못됩니다”라고 말했다.

이 회의에서 한국측은 해부학적 기준을 제시해 이견들을 조율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 강 교수는 “세계 역학관계 속에서 한국의 지위와 역할을 확인하는 자리입니다. 어떤식으로든 한국의 존재를 인식시키고 최소한 권리가 실종되는 것을 방지하고 우리의 입장을 관철시켜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신념이 여태까지 그를 외국으로 나가게 하는 힘이 됐다.
그는 한의학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를 포함한 한의계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 1994년 일본 아오모리에서 WHO가 침의 임상적 방법론을 주제로 실무자회의를 열었고, 당시 의장을 강 교수가 맡았다.

■ 혈위표준제정을 위하여

침의 임상효과에 대해 발표되는 가운데, 외국에서 연구한 결과 효과가 없다는 쪽으로 기울어가는 분위기였다. 의장이었던 강 교수는 “이 연구에서 침의 위약효과를 측정하기 위한 도구, 즉 위약침 자체는 연구대상 및 실험자를 속이기 어려워 임상시험 자체가 어렵다”는 의견을 개진,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추후 보완연구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매듭지었다. 이는 그에게 잊을 수 없는 아찔한 경험이었다고 한다.

강 교수는 “세계적인 연구의 흐름을 파악하고, 이에 대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학술적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국제회의에서 한번 잘못 결정되면 뒤집기가 어렵기 때문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참가자의 외교적 역량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침구분야에서는 최대 경쟁국인 중국은 정부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등 각국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어 세계적인 판이 어떻게 결정될 것인지 한치 앞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최승훈 경희대 한의대 교수가 WPRO 전통의학자문관에 정식 임용된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면서 “정부와 한의계가 긴밀히 공조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침구학회장, 대한한의학회 학술이사, ISOM 사무총장을 역임한 그는 저서로 ‘침구경혈도’ ‘침구학’(상·하)이 있다.
그는 한의학을 “극단적이거나 단순한 것이 아닌 중용과 조화의 학문”이며 “정치·생활·문화에 걸친 총체적인 학문”이라고 요약했다.

현재 그는 내년에 한국에서 열릴 혈위표준제정을 위한 회의를 준비중이며, 최근 보건복지부의 한방치료기술개발사업 중 금년에 신설된 ‘한방바이오퓨전연구지원’에 제출한 ‘나노입자 제형을 이용한 비침습성 한방 약침치료기술 개발’ 과제가 확정됨으로써 책임연구자로서 연구에 주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업주부인 아내 조경희(51) 씨 사이에 세 딸을 두고 있다.

오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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